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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식당⑦ ‘대기업 규제하나마나’…반경 100m의 비밀
입력 2016.09.28 (09:53) 수정 2016.09.28 (10:30) 데이터룸
전철을 이용하기 위해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역으로 들어가고 있다.전철을 이용하기 위해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역으로 들어가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의 전철역 노선도를 보면 1 ~ 9호선 전철역 414개(환승역 중복 계산)가 설치돼 있습니다. 여기에 분당선, 신분당선, 인천 지하철 1·2호선, 에버라인 등 13개 노선의 역을 더하면 수도권 전체 전철역은 650개가 됩니다.

대표적인 대중교통인 전철을 이용할 수 있는 장소인 역은 유동 인구가 많은 곳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이 지역은 '역세권'이라는 특별한 명칭을 얻었습니다.

다니는 사람이 많다 보니 이 역세권은 많은 상인이 선호하는 지역입니다. 다른 곳들에 비해 잠재적 고객이 많기 때문이죠.

그런데 동반성장위원회는 2013년 음식점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서 많은 상인에게 '꿈의 상권'인 역세권을 대기업이 자유롭게 식당을 개점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대기업 식당 출점 제한의 예외 조항에 역세권을 포함한 것입니다. 따라서 대기업은 수도권에서만 650개가 있는 전철역 인근에서 자유롭게 식당 영업하게 됐습니다.

사실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대기업은 수천 개의 역세권을 자신들의 영업이 보장된 곳으로 확보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동반위가 말하는 역세권이란 역을 중심으로 따진 게 아닌 역의 모든 출구를 기준으로 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외 조항은 전철역의 중심이 아닌 모든 출구로부터 100m 이내를 대기업 식당의 출점 제한 지역에서 제외했습니다.

■ 출구 10개 넘는 전철역 수두룩… '여기가 다 공인된 대기업 상권?'

서울 및 수도권 전철역의 출구는 대부분 복수입니다. 그리고 10개가 넘는 출구와 연결된 전철역도 꽤 많습니다.

삼각지역의 출구는 14개입니다. 청담역의 출구 역시 14개입니다.

국내에서 유동인구가 많은 곳 중 하나인 강남역의 출구는 12개이며 신당역, 이수역, 대림역 등 서울과 수도권 곳곳의 전철역의 출구는 10개 이상입니다.

이 많은 출구는 역을 중심으로 사방에 퍼져 있습니다. 따라서 전철역을 중심으로 매우 넓은 지역이 대기업 식당 출점이 자유로운 곳으로 분류됩니다.

아래 그림과 같이 계절밥상 건대점은 건대입구역 4번 출구와 86m 떨어져 있습니다. 올반 대학로점은 혜화역 4번 출구와 99m 거리에 있고, 자연별곡 홍대점은 홍대입구역 1번 출구와 고작 12m 떨어져 있습니다.(다음 지도·최단 직선 거리 기준)


역세권 예외조항을 이용해 문을 연 대기업 한식뷔페는 얼마나 많은 한식당에 영향을 주고 있을까요?

자연별곡 홍대점 반경 500m 이내의 한식당은 516개나 됩니다. 계절밥상 건대점 반경 500m 이내에는 337개의 한식당이 있고올반 대학로점 반경 500m에는 325개의 한식당이 있습니다. 예외조항을 통해 문을 연 대기업 식당의 영향을 받는 중소 한식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대기업 식당은 전철역으로 통한다?

전철역 반경 100m 이내는 아니지만 대기업 한식뷔페는 전철역 인근에 집중적으로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KBS 디지털뉴스팀이 계절밥상 홈페이지에 등록된 매장별 인근 교통 정보를 분석해보니 서울 시내 계절밥상 21개 매장 가운데 19개 매장이 전철역 출구에서 5 ~ 10분이면 올 수 있는 곳에 있었습니다.

계절밥상 인사동점의 경우에는 1호선 종각역, 3호선 안국역, 1·3·5호선 종로3가역 등 5개 역과 모두 가까운 교통 요지에 입점해 있었습니다. 대기업이 식당을 낼 곳으로 역세권을 얼마나 선호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더구나 대기업 식당 출점이 자유로운 예외 조항은 역세권만 포함하는 게 아닙니다.

연면적 2만㎡ 이상인 복합다중시설에 출점할 수 있으며 해당 대기업의 본사나 계열사가 소유한 건물에는 연면적에 관계없이 출점이 가능합니다. 국가 차원의 계획으로 330만㎡ 이상 규모로 추진하는 신도시와 새로 형성되는 신상권에 대기업은 자유롭게 식당을 낼 수 있습니다.


■ "출점 제한 권고 어긴 사례 없다" 그 속뜻은?

동반성장위원회가 음식점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시행한 건 2013년 3월입니다. 3년의 적용 기간이 끝나자 동반위는 다시 음식점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했습니다. 여전히 중소 식당이 대기업과 경쟁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겁니다.

제도 시행 이후 3년이 지난 현재까지 '출점 제한 권고를 어긴 대기업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렇다고 대기업들이 식당을 내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CJ푸드빌은 신규 진입 및 확장 자제 권고를 받은 2013년 이후 한식뷔페인 계절밥상 매장 42개(2016년 7월 말 기준)를 열었습니다.

신세계 푸드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식당 30개를 출점했고, 이랜드파크가 2013년부터 올해 8월 말까지 새로 개장한 매장은 72개나 됩니다.

대기업이 출점 제한 권고를 어긴 사례는 없다고 하지만, 대기업은 여전히 활발히 식당 문을 열고 있습니다. 예외조항을 통해 식당을 열며 중소 상인들과 경쟁하고 있는 것입니다.

대기업이 출점 제한 권고를 어기지 않는다는 것을 반대로 생각하면 예외조항을 통해 충분한 상권을 확보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서울 망우역 1번 출구와 불과 200m 떨어진 거리에 있는 조그만 한식뷔페의 매출은 절반 이하로 급감했습니다. 100m도 안 떨어진 길 건너편에 계절밥상이 문을 연 지난 8월부터 손님이 많이 끊긴 겁니다. 망우역 1번 출구와 계절밥상 간 거리는 150m 정도로 인근 한식뷔페보다 더 가깝습니다.

한식뷔페 매출이 떨어지자 운영자인 김 모씨은 걱정만 늘어갑니다. 폐업이나 업종 변경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씨는 "좁은 골목에 식당을 낼 대기업이 어디 있습니까. 애초부터 대기업은 당연히 역세권에 진출할 생각이었을 것"이라며 "이 예외조항은 중소 식당은 생각하지 않고 대기업만 위해 만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대기업 식당의 출점을 제한해 중소 상인을 보호하기 위해 시작된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 하지만 몇 개의 예외 조항에 힘입어 대기업의 음식점 진출은 해마다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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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9-28 09:53:23
    • 수정2016-09-28 10:30:46
    데이터룸
전철을 이용하기 위해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역으로 들어가고 있다.전철을 이용하기 위해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역으로 들어가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의 전철역 노선도를 보면 1 ~ 9호선 전철역 414개(환승역 중복 계산)가 설치돼 있습니다. 여기에 분당선, 신분당선, 인천 지하철 1·2호선, 에버라인 등 13개 노선의 역을 더하면 수도권 전체 전철역은 650개가 됩니다.

대표적인 대중교통인 전철을 이용할 수 있는 장소인 역은 유동 인구가 많은 곳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이 지역은 '역세권'이라는 특별한 명칭을 얻었습니다.

다니는 사람이 많다 보니 이 역세권은 많은 상인이 선호하는 지역입니다. 다른 곳들에 비해 잠재적 고객이 많기 때문이죠.

그런데 동반성장위원회는 2013년 음식점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서 많은 상인에게 '꿈의 상권'인 역세권을 대기업이 자유롭게 식당을 개점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대기업 식당 출점 제한의 예외 조항에 역세권을 포함한 것입니다. 따라서 대기업은 수도권에서만 650개가 있는 전철역 인근에서 자유롭게 식당 영업하게 됐습니다.

사실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대기업은 수천 개의 역세권을 자신들의 영업이 보장된 곳으로 확보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동반위가 말하는 역세권이란 역을 중심으로 따진 게 아닌 역의 모든 출구를 기준으로 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외 조항은 전철역의 중심이 아닌 모든 출구로부터 100m 이내를 대기업 식당의 출점 제한 지역에서 제외했습니다.

■ 출구 10개 넘는 전철역 수두룩… '여기가 다 공인된 대기업 상권?'

서울 및 수도권 전철역의 출구는 대부분 복수입니다. 그리고 10개가 넘는 출구와 연결된 전철역도 꽤 많습니다.

삼각지역의 출구는 14개입니다. 청담역의 출구 역시 14개입니다.

국내에서 유동인구가 많은 곳 중 하나인 강남역의 출구는 12개이며 신당역, 이수역, 대림역 등 서울과 수도권 곳곳의 전철역의 출구는 10개 이상입니다.

이 많은 출구는 역을 중심으로 사방에 퍼져 있습니다. 따라서 전철역을 중심으로 매우 넓은 지역이 대기업 식당 출점이 자유로운 곳으로 분류됩니다.

아래 그림과 같이 계절밥상 건대점은 건대입구역 4번 출구와 86m 떨어져 있습니다. 올반 대학로점은 혜화역 4번 출구와 99m 거리에 있고, 자연별곡 홍대점은 홍대입구역 1번 출구와 고작 12m 떨어져 있습니다.(다음 지도·최단 직선 거리 기준)


역세권 예외조항을 이용해 문을 연 대기업 한식뷔페는 얼마나 많은 한식당에 영향을 주고 있을까요?

자연별곡 홍대점 반경 500m 이내의 한식당은 516개나 됩니다. 계절밥상 건대점 반경 500m 이내에는 337개의 한식당이 있고올반 대학로점 반경 500m에는 325개의 한식당이 있습니다. 예외조항을 통해 문을 연 대기업 식당의 영향을 받는 중소 한식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대기업 식당은 전철역으로 통한다?

전철역 반경 100m 이내는 아니지만 대기업 한식뷔페는 전철역 인근에 집중적으로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KBS 디지털뉴스팀이 계절밥상 홈페이지에 등록된 매장별 인근 교통 정보를 분석해보니 서울 시내 계절밥상 21개 매장 가운데 19개 매장이 전철역 출구에서 5 ~ 10분이면 올 수 있는 곳에 있었습니다.

계절밥상 인사동점의 경우에는 1호선 종각역, 3호선 안국역, 1·3·5호선 종로3가역 등 5개 역과 모두 가까운 교통 요지에 입점해 있었습니다. 대기업이 식당을 낼 곳으로 역세권을 얼마나 선호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더구나 대기업 식당 출점이 자유로운 예외 조항은 역세권만 포함하는 게 아닙니다.

연면적 2만㎡ 이상인 복합다중시설에 출점할 수 있으며 해당 대기업의 본사나 계열사가 소유한 건물에는 연면적에 관계없이 출점이 가능합니다. 국가 차원의 계획으로 330만㎡ 이상 규모로 추진하는 신도시와 새로 형성되는 신상권에 대기업은 자유롭게 식당을 낼 수 있습니다.


■ "출점 제한 권고 어긴 사례 없다" 그 속뜻은?

동반성장위원회가 음식점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시행한 건 2013년 3월입니다. 3년의 적용 기간이 끝나자 동반위는 다시 음식점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했습니다. 여전히 중소 식당이 대기업과 경쟁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겁니다.

제도 시행 이후 3년이 지난 현재까지 '출점 제한 권고를 어긴 대기업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렇다고 대기업들이 식당을 내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CJ푸드빌은 신규 진입 및 확장 자제 권고를 받은 2013년 이후 한식뷔페인 계절밥상 매장 42개(2016년 7월 말 기준)를 열었습니다.

신세계 푸드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식당 30개를 출점했고, 이랜드파크가 2013년부터 올해 8월 말까지 새로 개장한 매장은 72개나 됩니다.

대기업이 출점 제한 권고를 어긴 사례는 없다고 하지만, 대기업은 여전히 활발히 식당 문을 열고 있습니다. 예외조항을 통해 식당을 열며 중소 상인들과 경쟁하고 있는 것입니다.

대기업이 출점 제한 권고를 어기지 않는다는 것을 반대로 생각하면 예외조항을 통해 충분한 상권을 확보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서울 망우역 1번 출구와 불과 200m 떨어진 거리에 있는 조그만 한식뷔페의 매출은 절반 이하로 급감했습니다. 100m도 안 떨어진 길 건너편에 계절밥상이 문을 연 지난 8월부터 손님이 많이 끊긴 겁니다. 망우역 1번 출구와 계절밥상 간 거리는 150m 정도로 인근 한식뷔페보다 더 가깝습니다.

한식뷔페 매출이 떨어지자 운영자인 김 모씨은 걱정만 늘어갑니다. 폐업이나 업종 변경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씨는 "좁은 골목에 식당을 낼 대기업이 어디 있습니까. 애초부터 대기업은 당연히 역세권에 진출할 생각이었을 것"이라며 "이 예외조항은 중소 식당은 생각하지 않고 대기업만 위해 만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대기업 식당의 출점을 제한해 중소 상인을 보호하기 위해 시작된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 하지만 몇 개의 예외 조항에 힘입어 대기업의 음식점 진출은 해마다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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