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역사부정 실체]⑥ “獨·日은 2차대전 동맹…소녀상이 양국 우정 위협”

입력 2021.04.13 (08:00) 수정 2021.04.13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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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독일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위해 일본이 독일 측에 어떤 압력을 넣었는지를 일본 정치인과 학자들이 보낸 서신을 통해 고발하는 두 번째 글이다.

■"독일은 2차대전 동맹국…패전으로 전쟁 책임 떠맡아"

일본 교수 5명이 독일 학자들에게 보낸 서한(2020.12.19)일본 교수 5명이 독일 학자들에게 보낸 서한(2020.12.19)

두 번째 편지를 보면 앞선 일본 자민당 의원들의 편지는 그나마 약과라는 생각이 든다. 위 편지는 일본의 유명 대학 교수 5명이 독일에서 일본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보낸 '베를린 미테구의 위안부 동상'이란 제목의 서한이다.

정치인이 정치인을 타깃으로 삼았듯, 학자는 학자를 목표 대상으로 한 셈이다.

일본 교수들은 11쪽 짜리 편지 첫 머리에서 독일과 일본이 전쟁 동맹국이었음을 강조한다. "삼국동맹 조약을 기초로 일본과 독일은 2차대전 동안 연합국에 대항해 동맹국으로서 싸웠다" "두 나라 모두 연합국의 손에 끔찍한 민간인 손실을 입었는데, 이는 전쟁범죄로 해석되어야 할 손실이다" 그런데도 "전쟁 후 일본과 독일 모두 2차대전과 전쟁범죄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져야 했다".

전쟁범죄를 저지른 건 연합국인데, 일본과 독일이 전쟁에 졌기 때문에 오히려 전범으로 몰렸다는 과감한 주장에 아연실색해진다.

독일과의 '혈맹적 관계'를 언급한 일본 교수들은 이어 베를린에 세워진 소녀상이 "일본과 독일 간 우정의 끈을 끊으려고 위협하는 치명적인 존재"가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위안부 소녀상은 거짓말에 기초해 세워졌고, 정의기억연대를 비롯한 한국의 반일 친북 운동가들이 거짓 역사와 가짜 정서로 독일 국민의 사고를 조종하기 위해 소녀상을 들여왔다"라는 게 일본 교수들의 주장이다.

■"강제납치설은 완전히 거짓…일본군 명예 회복돼야"

중국군 병사와 위안부 포로들(1944년 9월)중국군 병사와 위안부 포로들(1944년 9월)

일본 교수들은 이제 본격적으로 위안부 역사를 부정한다.

"한국 여성 강제 납치설은 완전히 거짓"이고 "친북 세력들이 정치적으로 이용"했으며, 이로 인해 "일본 제국군 장교와 군인들의 존엄과 명예가 훼손"됐으니 이들의 "명예회복과 사과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가해자의 피해자 코스프레를 넘어 완전히 적반하장도 유분수라고 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교수들은 더 나아간다.

"구 일본 육군은 엄격한 규율을 준수하고, 점령지 주민을 일본 시민들처럼 존중하는 태도로 동등하게 대했다" "위안소의 설치는 군인들이 지역 여성을 강간하거나 성병을 퍼뜨리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일본군의 위안부에 대한 태도는 전후 미군이나 한국 군대의 태도보다 훨씬 나았다".

위안부에 대한 명예훼손도 서슴지 않는다.

"한국 여성들이 위안부가 된 주된 이유는 돈 때문"이었고, "사실 위안부들이 대령보다 몇 배나 많은 돈을 벌었다"는 것이다. "당시 매춘은 합법적이었고, 위안부들은 잘 보살핌을 받았는데, 이런 상황에서 군이 여성을 강제연행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일본군의 책임을 면제시키려 시도한다.

■"한국 정부가 강제납치 인정해 달라 간청"…국제조사보고서도 부인

위안부 강제동원 인정한 ‘고노담화’ 발표(1993년 8월)위안부 강제동원 인정한 ‘고노담화’ 발표(1993년 8월)

일본 교수들의 역사지우기는 이제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한 일본 국내외 공식자료도 부인하는 데까지 이른다.

"일본 정부는 조사 결과 강제납치 증거가 없다는 사실을 한국 정부에 전달했지만, 한국 정부는 국민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일본 정부에 강제납치를 인정해줄 것을 간청했고, 그래서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한) 고노담화가 탄생했다"는 것이다.

일본 교수들은 1996년 유엔 인권위원회에 제출된 특별보고관 쿠마라스와미 보고서는 "근거가 부족하고 왜곡으로 가득 차 있다"고 비난하고, 2007년 미국 하원에 위안부 인권결의안을 제출한 마이크 혼다 의원은 "반일 중국 활동가로부터 거액을 받은 반일 중국조직의 대변인"이라고 주장하는 등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는다.

이렇게 노골적이고 반역사적인 주장들을 일본 유수 대학에서 버젓이 교수 직책을 갖고 있는 학자들이 외국의 학자들에게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고 놀라울 뿐이다.

■일본 교수들은 누구?


그렇다면 독일에 편지를 보낸 일본 교수들은 누구인가?

발신자 5명 중 첫 번째 자리에 등장하는 이는 후지오카 노부카쓰 전 도쿄대 교수다. 1997년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를 창립한 일본의 대표적 역사수정주의자다.

종군위안부를 중학교 교과서에서 삭제할 것을 줄기차게 요구해 관철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만든 새역모는 일본 식민지배의 합법성과 식민지 근대화론, 침략전쟁이 아닌 아시아 해방전쟁이란 주장을 지속적으로 펼쳤다.

또다른 발신자인 스기하라 세이시로 전 조사이 대학 교수 역시 2013년 새역모 회장을 지냈다.

야마시타 에이지 오사카시립대 교수는 "세계를 향해 역사전쟁을 전개해 일본을 지키겠다"는 국제역사논전연구소 소장으로 군함도 강제징용 부정 등에 앞장선 인물이다.

■독일 학자들 "일본군 죄과는 의심할 여지 없다"

보훔 루르대학 사회대 일제 렌츠 교수보훔 루르대학 사회대 일제 렌츠 교수

이 편지를 접한 독일 학자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보훔 루르대학 사회대의 일제 렌츠 교수는 "편지에 나오는 논거는 서적과 논쟁으로 이미 반박되었다"며 "이 편지를 더 알리면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많은 동네 주민들이 소녀상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소녀상은 그 동네에서 뻗어나가고 있다. 성폭력·인종차별적 폭력 같은 문제를 언급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며 소녀상의 의미를 평가했다.

본대학 동양·아시아학연구소 라인하르트 쵤너 교수는 "일본이 많은 국가의 여성들을 성폭행하고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은 맞다. 일본군의 죄과에 대해서도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구 일본군의 명예가 훼손됐다는 주장에 대해 쵤러 교수는 "전쟁 중 명예롭지 않게 행동한 사람은, 거기에는 민간인과 방어가 불가능한 사람을 상대로 한 행동도 포함되는데, 그 사람은 자신의 명예를 스스로 실추시킨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인과 학자 뿐만 아니라 일본 시민들도 베를린 미테구청에 항의 서한을 잇따라 보냈다.

지난해 10월 열린 베를린 시민단체 집회에 슈테판 폰 다셀 미테구청장도 참석했는데, 이 자리에서 구청장은 "일본 출신 주민들로부터도 많은 편지를 받았는데, 그들은 소녀상을 '평화상'으로 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취재진은 일본과 독일에 거주하는 일본인의 이름으로 미테구청과 독일의 일본학자들에게 보낸 항의성 서한들도 다수 입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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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역사부정 실체]⑥ “獨·日은 2차대전 동맹…소녀상이 양국 우정 위협”
    • 입력 2021-04-13 08:00:18
    • 수정2021-04-13 19:25:49
    취재K

지난해 독일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위해 일본이 독일 측에 어떤 압력을 넣었는지를 일본 정치인과 학자들이 보낸 서신을 통해 고발하는 두 번째 글이다.

■"독일은 2차대전 동맹국…패전으로 전쟁 책임 떠맡아"

일본 교수 5명이 독일 학자들에게 보낸 서한(2020.12.19)
두 번째 편지를 보면 앞선 일본 자민당 의원들의 편지는 그나마 약과라는 생각이 든다. 위 편지는 일본의 유명 대학 교수 5명이 독일에서 일본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보낸 '베를린 미테구의 위안부 동상'이란 제목의 서한이다.

정치인이 정치인을 타깃으로 삼았듯, 학자는 학자를 목표 대상으로 한 셈이다.

일본 교수들은 11쪽 짜리 편지 첫 머리에서 독일과 일본이 전쟁 동맹국이었음을 강조한다. "삼국동맹 조약을 기초로 일본과 독일은 2차대전 동안 연합국에 대항해 동맹국으로서 싸웠다" "두 나라 모두 연합국의 손에 끔찍한 민간인 손실을 입었는데, 이는 전쟁범죄로 해석되어야 할 손실이다" 그런데도 "전쟁 후 일본과 독일 모두 2차대전과 전쟁범죄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져야 했다".

전쟁범죄를 저지른 건 연합국인데, 일본과 독일이 전쟁에 졌기 때문에 오히려 전범으로 몰렸다는 과감한 주장에 아연실색해진다.

독일과의 '혈맹적 관계'를 언급한 일본 교수들은 이어 베를린에 세워진 소녀상이 "일본과 독일 간 우정의 끈을 끊으려고 위협하는 치명적인 존재"가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위안부 소녀상은 거짓말에 기초해 세워졌고, 정의기억연대를 비롯한 한국의 반일 친북 운동가들이 거짓 역사와 가짜 정서로 독일 국민의 사고를 조종하기 위해 소녀상을 들여왔다"라는 게 일본 교수들의 주장이다.

■"강제납치설은 완전히 거짓…일본군 명예 회복돼야"

중국군 병사와 위안부 포로들(1944년 9월)
일본 교수들은 이제 본격적으로 위안부 역사를 부정한다.

"한국 여성 강제 납치설은 완전히 거짓"이고 "친북 세력들이 정치적으로 이용"했으며, 이로 인해 "일본 제국군 장교와 군인들의 존엄과 명예가 훼손"됐으니 이들의 "명예회복과 사과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가해자의 피해자 코스프레를 넘어 완전히 적반하장도 유분수라고 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교수들은 더 나아간다.

"구 일본 육군은 엄격한 규율을 준수하고, 점령지 주민을 일본 시민들처럼 존중하는 태도로 동등하게 대했다" "위안소의 설치는 군인들이 지역 여성을 강간하거나 성병을 퍼뜨리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일본군의 위안부에 대한 태도는 전후 미군이나 한국 군대의 태도보다 훨씬 나았다".

위안부에 대한 명예훼손도 서슴지 않는다.

"한국 여성들이 위안부가 된 주된 이유는 돈 때문"이었고, "사실 위안부들이 대령보다 몇 배나 많은 돈을 벌었다"는 것이다. "당시 매춘은 합법적이었고, 위안부들은 잘 보살핌을 받았는데, 이런 상황에서 군이 여성을 강제연행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일본군의 책임을 면제시키려 시도한다.

■"한국 정부가 강제납치 인정해 달라 간청"…국제조사보고서도 부인

위안부 강제동원 인정한 ‘고노담화’ 발표(1993년 8월)
일본 교수들의 역사지우기는 이제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한 일본 국내외 공식자료도 부인하는 데까지 이른다.

"일본 정부는 조사 결과 강제납치 증거가 없다는 사실을 한국 정부에 전달했지만, 한국 정부는 국민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일본 정부에 강제납치를 인정해줄 것을 간청했고, 그래서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한) 고노담화가 탄생했다"는 것이다.

일본 교수들은 1996년 유엔 인권위원회에 제출된 특별보고관 쿠마라스와미 보고서는 "근거가 부족하고 왜곡으로 가득 차 있다"고 비난하고, 2007년 미국 하원에 위안부 인권결의안을 제출한 마이크 혼다 의원은 "반일 중국 활동가로부터 거액을 받은 반일 중국조직의 대변인"이라고 주장하는 등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는다.

이렇게 노골적이고 반역사적인 주장들을 일본 유수 대학에서 버젓이 교수 직책을 갖고 있는 학자들이 외국의 학자들에게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고 놀라울 뿐이다.

■일본 교수들은 누구?


그렇다면 독일에 편지를 보낸 일본 교수들은 누구인가?

발신자 5명 중 첫 번째 자리에 등장하는 이는 후지오카 노부카쓰 전 도쿄대 교수다. 1997년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를 창립한 일본의 대표적 역사수정주의자다.

종군위안부를 중학교 교과서에서 삭제할 것을 줄기차게 요구해 관철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만든 새역모는 일본 식민지배의 합법성과 식민지 근대화론, 침략전쟁이 아닌 아시아 해방전쟁이란 주장을 지속적으로 펼쳤다.

또다른 발신자인 스기하라 세이시로 전 조사이 대학 교수 역시 2013년 새역모 회장을 지냈다.

야마시타 에이지 오사카시립대 교수는 "세계를 향해 역사전쟁을 전개해 일본을 지키겠다"는 국제역사논전연구소 소장으로 군함도 강제징용 부정 등에 앞장선 인물이다.

■독일 학자들 "일본군 죄과는 의심할 여지 없다"

보훔 루르대학 사회대 일제 렌츠 교수
이 편지를 접한 독일 학자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보훔 루르대학 사회대의 일제 렌츠 교수는 "편지에 나오는 논거는 서적과 논쟁으로 이미 반박되었다"며 "이 편지를 더 알리면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많은 동네 주민들이 소녀상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소녀상은 그 동네에서 뻗어나가고 있다. 성폭력·인종차별적 폭력 같은 문제를 언급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며 소녀상의 의미를 평가했다.

본대학 동양·아시아학연구소 라인하르트 쵤너 교수는 "일본이 많은 국가의 여성들을 성폭행하고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은 맞다. 일본군의 죄과에 대해서도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구 일본군의 명예가 훼손됐다는 주장에 대해 쵤러 교수는 "전쟁 중 명예롭지 않게 행동한 사람은, 거기에는 민간인과 방어가 불가능한 사람을 상대로 한 행동도 포함되는데, 그 사람은 자신의 명예를 스스로 실추시킨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인과 학자 뿐만 아니라 일본 시민들도 베를린 미테구청에 항의 서한을 잇따라 보냈다.

지난해 10월 열린 베를린 시민단체 집회에 슈테판 폰 다셀 미테구청장도 참석했는데, 이 자리에서 구청장은 "일본 출신 주민들로부터도 많은 편지를 받았는데, 그들은 소녀상을 '평화상'으로 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취재진은 일본과 독일에 거주하는 일본인의 이름으로 미테구청과 독일의 일본학자들에게 보낸 항의성 서한들도 다수 입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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