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면 서울로?”…“제주 상급종합병원 필요”

입력 2022.02.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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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몸을 이끌고 비행기를 타고 버스에, 지하철까지... 이처럼 제주에서 암이나 뇌혈관질환 등 중증질환 치료를 위해 원정진료를 떠나는 제주도민은 한 해 10만 명 이상, 그 비용만 2천 억 원에 이릅니다.

제주도민은 왜 아프면 서울로 가는 걸까요?

제주도에는 종합병원 6곳이 있습니다. 하지만 중증 질환을 전문으로 하는 상급종합병원은 1곳도 없습니다.

제주지역 의료수준을 보다 높이기 위해 제주도 최상위법정계획인 제3차 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 핵심사업에 의료체계 선진화를 위한 '상급종합병원 지정'이 포함되기도 했는데요.

제주도민의 원정진료 실태와 중증질환 치료를 위한 상급종합병원의 필요성과 과제를 짚어 봅니다.
대선을 앞두고 주요 정당 후보들은 제주지역 상급종합병원 지정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확인해 봤습니다.

"길에서 죽을 수도 있겠구나... 눈물이 났죠."…원정진료 도민 한 해 10만여 명

박재신씨가 췌장암 ‘원정진료’를 위해 짐을 싸는 모습.박재신씨가 췌장암 ‘원정진료’를 위해 짐을 싸는 모습.

"여행 가방 따로 싸고, 이건 소화제... 우산도 챙기고, 약을 담은 가방은 등에 메고..."

박재신 씨는 지난해 4월 서울의 한 유명 종합병원에서 췌장암 수술을 받았습니다. 이왕이면 제주보다 큰 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한다는 마음이 컸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2주에 한 번 진료차 서울을 가야 하는데 짐을 싸기부터 쉽지 않습니다.

수술 후에는 방사선 치료를 받아야해 제주에도 올 수 없는 상황이었고, 서울에 집을 따로 마련할 수도 없어 병원 근처에서 하숙집을 빌려야 했습니다.

하지만, 암 수술 환자에게 하숙집의 식사는 맞지 않았습니다. 항암 치료를 받고 온 날은 기진맥진해 아무것도 할 수 없어 하숙집 천장만 보며 누워 있을 수밖에 없었고, 따로 간편식을 준비해 겨우 끼니를 이어야 했습니다.

박 씨는 당시를 떠올리며 "돈은 돈대로 들어가고 사람은 사람대로 못 견디고. 야,,, 이거 내가 살기는 할 건가, 이러다 죽을 것만 같았어요."라며 당시 괴로움을 토로했습니다.

박 씨의 아내 신준례씨는 제주지역 원정진료 환자는 교통편이 가장 문제라며 혀를 내둘렀습니다.

박재신 씨가  췌장암 원정진료를 위해  제주국제공항에서 발권하는 모습.박재신 씨가 췌장암 원정진료를 위해 제주국제공항에서 발권하는 모습.

아픈 몸을 이끌고 공항에 가는 것부터 시작해, 수속을 밟아 기다린 뒤 비행기에 타고, 서울에 도착해선 버스와 지하철을 타는 모든 과정이 고행... 끼니라도 제때 챙기면 다행입니다.

신 씨는 "항암치료가 끝나도 바로 먹지 못해요. 비행기 표 시간 때문에 공항에 와서 표 끊어 놓고 시간이 있으면 밥을 먹는 거고, 그렇지 않으면 음료수에 빵 먹고 그냥 내려오죠. 횡단보도 건너는 것도 힘들어서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구나 했어요."라고 하며 참았던 눈물을 쏟아 냈습니다. 그간의 설움이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원정진료 환자들의 가족들도 힘겹습니다.

유방암 원정진료 환자 강미애 씨 모습.유방암 원정진료 환자 강미애 씨 모습.

강미애 씨는 2019년 제주에서 유방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제주도내 한 종합병원의 유방암을 잘 치료한다는 의사가 퇴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고민 끝에 서울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하지만, 진료 때마다 일상을 제쳐 두고 동행하는 자녀들에게 미안함이 큽니다.

강 씨는 "서울에 가면 복잡하고 병원에 가도 어디인지도 모르고 애들을 데려가야 해요. 그런데 직장 다니는 애들이 휴가를 얻어야 하니까, 그게 또 문제지. 다 직장 다니고, 학교 다니고 그러니까."라며 제주에도 진료를 잘하는 의사들이 많아져서 제주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습니다.

이처럼 제주도민들이 원정진료를 떠나는 것은 중증치료 한계와 도내 의료수준에 대한 낮은 만족도, 도내 종합병원들에 대한 정보 부족 등이 주된 배경입니다.

제주도가 조사한 결과 지난 2020년 원정진료를 떠난 도민은 병원을 이용한 전체 도민 환자 가운데 16%인 11만 3천여 명으로 조사됐습니다. 원정진료에 든 비용도 1천870억 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제주엔 없는 상급종합병원…지정 평가 때 제주권역 분리 절실"

정부는 전국을 11개 권역으로 나눠 3년마다 상급종합병원을 지정하고 있습니다.

상급종합병원은 진료분야가 세분화되고 전문의료인력도 확보돼 중증환자를 집중적으로 보고 일반·경증환자는 병·의원에서 맡도록 해 의료의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로 지정되고 있습니다.

2021~2023년 보건복지부 상급종합병원 지정 현황.2021~2023년 보건복지부 상급종합병원 지정 현황.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상급종합병원은 현재 45곳입니다.

서울권과 경기권, 충북과 전남, 강원권 등 전국을 11개 권역으로 나눠 권역별로 평가해 지정하고 있습니다.

서울에 14개, 경기권에 8개가 있고 강원도에도 2개가 있는 등 광역자치단체별로 골고루 분포돼 있습니다.

그런데 제주는 단 한 곳도 없습니다. 현 제도상 제주가 서울권역에 포함돼있기 때문입니다.

인력과 장비, 공공성 등 30개 항목 평가에서 서울의 유명 병원들과 경쟁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의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70만 명에 육박하는 제주 인구와 한 해 1천만 명이 넘는 관광객, 섬이란 지역 특성을 반영해 제주권역이 별도로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송병철 제주대학교병원장은 "과거 제주도에 종합병원이나 적절한 대학병원이 없을 때 도민들이 웬만한 중증질환은 전부 다 서울로 갔고 서울 진료 비율이 높아서 서울권에 묶여 있었다며, 접근성 측면에서 굉장히 잘 못된 평가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를 위해 상급종합병원 권역 분리 기준을 지역 특성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지난해 강원권에서 2번째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된 강릉아산병원 유창식 원장도 지역 특성에 맞는 권역 분리를 강조했습니다. 유 원장은 "지역적 특성이 있는 지역에서는 기준이나 이런 것을 더 상대적 평가를 해서 주민들이 편안하게 좋은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상급병원 지정을 하든지, 혜택을 주는 게 좋지 않나 생각합니다."고 말했습니다.

홍윤철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진흥원장 역시 제주권 분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홍 원장은 "상급종합병원의 역할은 우선 고난도, 중증질환을 보면서 전체 의료체계를 지키는 보루인 만큼, 기본적으로 지역에 있는 의료 부분을 책임지는 기관이라고 보는 게 맞다."며 "다만 환자만 잘 보면 되는 게 아니라 그 지역의 의료체계를 최종적으로 책임을 지는 기관이라고 정의하는 게 맞을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홍 단장은 "제주는 인구와 관광객 증가, 섬이란 특성을 고려해 어느정도의 독립성이 있어야 한다."며 "독립성이 있어야 하는 것은 지역완결형이 되어야 한다는 거고, 지역에서 일어나는 건강 문제, 질병 문제를 관리할 수 있는 최종적인 측면에서 제주에 상급종합병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지역의 상급종합병원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제주권역의 분리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오창현 보건복지부 의료기획정책과장은 "인구가 100만 명 정도 되고, 의료이용을 2시간 정도 이내에 갈 수 있는 병원이어야 된다. 그런 전제조건이 있다 보니, 제주권은 인구가 조금 부족해서 규모의 경제 이런 측면에서 우선은 따로 분류가 안 됐던 것 같습니다."라며 "당장은 제주권 분리가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상급종합병원 제주 유치"…대선 후보 '이구동성'

KBS는 대선 후보들에게 제주에 중증환자를 전문으로 보는 제주지역 상급종합병원의 필요성과 과제에 대해 물었습니다.

4명의 대선 후보 모두 제주지역 특성상 상급종합병원이 있어야 한다는 데 공감했습니다.

서울 권역에 포함된 현재의 제도를 개선하고 제주권역을 분리하는 데 대한 후보들의 생각도 물었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제주가 서울권에 포함된 것에 대해 의료 공급과 수요 분석, 전문가 자문을 거쳐 상급종합병원 평가 때 평가 권역을 세분화하거나 지역별 별도 기준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윤석열 후보는 현재 평가 기준대로면 제주에 상급종합병원이 생기기 어렵다며, 정부 차원에서 제주권역을 새로 분리해 상급종합병원이 지정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심상정 후보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위상에 맞도록 제주권역이 분리되도록 하고, 시설과 인력도 지원해 도민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안철수 후보는 제주가 서울권역에 포함된 것은 도민의 치료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제주도 인구와 관광객 수를 고려해 제주권역 분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4명의 후보 모두 제주지역 의료체계 개선에 강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대선 후보 모두 상급종합병원 지정 필요성에는 같은 목소리를 냈는데요. 이제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선거 이후 도민과 약속한 공약이 어떻게 실현되는지 지켜봐야 할 시점입니다.

촬영기자 부수홍
그래픽 박미나

[연관 기사]
[주목K]① 제주 의료체계 개선…“아프면 서울로?”
[주목K]② 제주 의료체계 개선…중증진료 ‘상급종합병원’
[주목K]③ 제주 의료체계 개선…“의료진 확충 절실”
[주목K]④ 제주 의료체계 개선…제주대병원 시설·장비
[주목K]⑤ 제주 의료체계 개선…한라병원 시설·장비
[주목K]⑥ 제주 의료체계 개선…강릉아산병원
[주목K]⑦ 제주 의료체계 개선…“권역분리 필요”
[주목K]⑧ 제주 의료 체계 개선…“지역사회 노력 필수”
[주목K]⑨ 제주 의료체계 개선…“우리 동네 좋은 병원”
[주목K]⑩ 제주 의료체계 개선…누가 되든 “상급종합병원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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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프면 서울로?”…“제주 상급종합병원 필요”
    • 입력 2022-02-10 07:00:25
    취재K

아픈 몸을 이끌고 비행기를 타고 버스에, 지하철까지... 이처럼 제주에서 암이나 뇌혈관질환 등 중증질환 치료를 위해 원정진료를 떠나는 제주도민은 한 해 10만 명 이상, 그 비용만 2천 억 원에 이릅니다.

제주도민은 왜 아프면 서울로 가는 걸까요?

제주도에는 종합병원 6곳이 있습니다. 하지만 중증 질환을 전문으로 하는 상급종합병원은 1곳도 없습니다.

제주지역 의료수준을 보다 높이기 위해 제주도 최상위법정계획인 제3차 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 핵심사업에 의료체계 선진화를 위한 '상급종합병원 지정'이 포함되기도 했는데요.

제주도민의 원정진료 실태와 중증질환 치료를 위한 상급종합병원의 필요성과 과제를 짚어 봅니다.
대선을 앞두고 주요 정당 후보들은 제주지역 상급종합병원 지정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확인해 봤습니다.

"길에서 죽을 수도 있겠구나... 눈물이 났죠."…원정진료 도민 한 해 10만여 명

박재신씨가 췌장암 ‘원정진료’를 위해 짐을 싸는 모습.
"여행 가방 따로 싸고, 이건 소화제... 우산도 챙기고, 약을 담은 가방은 등에 메고..."

박재신 씨는 지난해 4월 서울의 한 유명 종합병원에서 췌장암 수술을 받았습니다. 이왕이면 제주보다 큰 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한다는 마음이 컸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2주에 한 번 진료차 서울을 가야 하는데 짐을 싸기부터 쉽지 않습니다.

수술 후에는 방사선 치료를 받아야해 제주에도 올 수 없는 상황이었고, 서울에 집을 따로 마련할 수도 없어 병원 근처에서 하숙집을 빌려야 했습니다.

하지만, 암 수술 환자에게 하숙집의 식사는 맞지 않았습니다. 항암 치료를 받고 온 날은 기진맥진해 아무것도 할 수 없어 하숙집 천장만 보며 누워 있을 수밖에 없었고, 따로 간편식을 준비해 겨우 끼니를 이어야 했습니다.

박 씨는 당시를 떠올리며 "돈은 돈대로 들어가고 사람은 사람대로 못 견디고. 야,,, 이거 내가 살기는 할 건가, 이러다 죽을 것만 같았어요."라며 당시 괴로움을 토로했습니다.

박 씨의 아내 신준례씨는 제주지역 원정진료 환자는 교통편이 가장 문제라며 혀를 내둘렀습니다.

박재신 씨가  췌장암 원정진료를 위해  제주국제공항에서 발권하는 모습.
아픈 몸을 이끌고 공항에 가는 것부터 시작해, 수속을 밟아 기다린 뒤 비행기에 타고, 서울에 도착해선 버스와 지하철을 타는 모든 과정이 고행... 끼니라도 제때 챙기면 다행입니다.

신 씨는 "항암치료가 끝나도 바로 먹지 못해요. 비행기 표 시간 때문에 공항에 와서 표 끊어 놓고 시간이 있으면 밥을 먹는 거고, 그렇지 않으면 음료수에 빵 먹고 그냥 내려오죠. 횡단보도 건너는 것도 힘들어서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구나 했어요."라고 하며 참았던 눈물을 쏟아 냈습니다. 그간의 설움이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원정진료 환자들의 가족들도 힘겹습니다.

유방암 원정진료 환자 강미애 씨 모습.
강미애 씨는 2019년 제주에서 유방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제주도내 한 종합병원의 유방암을 잘 치료한다는 의사가 퇴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고민 끝에 서울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하지만, 진료 때마다 일상을 제쳐 두고 동행하는 자녀들에게 미안함이 큽니다.

강 씨는 "서울에 가면 복잡하고 병원에 가도 어디인지도 모르고 애들을 데려가야 해요. 그런데 직장 다니는 애들이 휴가를 얻어야 하니까, 그게 또 문제지. 다 직장 다니고, 학교 다니고 그러니까."라며 제주에도 진료를 잘하는 의사들이 많아져서 제주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습니다.

이처럼 제주도민들이 원정진료를 떠나는 것은 중증치료 한계와 도내 의료수준에 대한 낮은 만족도, 도내 종합병원들에 대한 정보 부족 등이 주된 배경입니다.

제주도가 조사한 결과 지난 2020년 원정진료를 떠난 도민은 병원을 이용한 전체 도민 환자 가운데 16%인 11만 3천여 명으로 조사됐습니다. 원정진료에 든 비용도 1천870억 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제주엔 없는 상급종합병원…지정 평가 때 제주권역 분리 절실"

정부는 전국을 11개 권역으로 나눠 3년마다 상급종합병원을 지정하고 있습니다.

상급종합병원은 진료분야가 세분화되고 전문의료인력도 확보돼 중증환자를 집중적으로 보고 일반·경증환자는 병·의원에서 맡도록 해 의료의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로 지정되고 있습니다.

2021~2023년 보건복지부 상급종합병원 지정 현황.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상급종합병원은 현재 45곳입니다.

서울권과 경기권, 충북과 전남, 강원권 등 전국을 11개 권역으로 나눠 권역별로 평가해 지정하고 있습니다.

서울에 14개, 경기권에 8개가 있고 강원도에도 2개가 있는 등 광역자치단체별로 골고루 분포돼 있습니다.

그런데 제주는 단 한 곳도 없습니다. 현 제도상 제주가 서울권역에 포함돼있기 때문입니다.

인력과 장비, 공공성 등 30개 항목 평가에서 서울의 유명 병원들과 경쟁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의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70만 명에 육박하는 제주 인구와 한 해 1천만 명이 넘는 관광객, 섬이란 지역 특성을 반영해 제주권역이 별도로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송병철 제주대학교병원장은 "과거 제주도에 종합병원이나 적절한 대학병원이 없을 때 도민들이 웬만한 중증질환은 전부 다 서울로 갔고 서울 진료 비율이 높아서 서울권에 묶여 있었다며, 접근성 측면에서 굉장히 잘 못된 평가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를 위해 상급종합병원 권역 분리 기준을 지역 특성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지난해 강원권에서 2번째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된 강릉아산병원 유창식 원장도 지역 특성에 맞는 권역 분리를 강조했습니다. 유 원장은 "지역적 특성이 있는 지역에서는 기준이나 이런 것을 더 상대적 평가를 해서 주민들이 편안하게 좋은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상급병원 지정을 하든지, 혜택을 주는 게 좋지 않나 생각합니다."고 말했습니다.

홍윤철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진흥원장 역시 제주권 분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홍 원장은 "상급종합병원의 역할은 우선 고난도, 중증질환을 보면서 전체 의료체계를 지키는 보루인 만큼, 기본적으로 지역에 있는 의료 부분을 책임지는 기관이라고 보는 게 맞다."며 "다만 환자만 잘 보면 되는 게 아니라 그 지역의 의료체계를 최종적으로 책임을 지는 기관이라고 정의하는 게 맞을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홍 단장은 "제주는 인구와 관광객 증가, 섬이란 특성을 고려해 어느정도의 독립성이 있어야 한다."며 "독립성이 있어야 하는 것은 지역완결형이 되어야 한다는 거고, 지역에서 일어나는 건강 문제, 질병 문제를 관리할 수 있는 최종적인 측면에서 제주에 상급종합병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지역의 상급종합병원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제주권역의 분리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오창현 보건복지부 의료기획정책과장은 "인구가 100만 명 정도 되고, 의료이용을 2시간 정도 이내에 갈 수 있는 병원이어야 된다. 그런 전제조건이 있다 보니, 제주권은 인구가 조금 부족해서 규모의 경제 이런 측면에서 우선은 따로 분류가 안 됐던 것 같습니다."라며 "당장은 제주권 분리가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상급종합병원 제주 유치"…대선 후보 '이구동성'

KBS는 대선 후보들에게 제주에 중증환자를 전문으로 보는 제주지역 상급종합병원의 필요성과 과제에 대해 물었습니다.

4명의 대선 후보 모두 제주지역 특성상 상급종합병원이 있어야 한다는 데 공감했습니다.

서울 권역에 포함된 현재의 제도를 개선하고 제주권역을 분리하는 데 대한 후보들의 생각도 물었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제주가 서울권에 포함된 것에 대해 의료 공급과 수요 분석, 전문가 자문을 거쳐 상급종합병원 평가 때 평가 권역을 세분화하거나 지역별 별도 기준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윤석열 후보는 현재 평가 기준대로면 제주에 상급종합병원이 생기기 어렵다며, 정부 차원에서 제주권역을 새로 분리해 상급종합병원이 지정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심상정 후보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위상에 맞도록 제주권역이 분리되도록 하고, 시설과 인력도 지원해 도민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안철수 후보는 제주가 서울권역에 포함된 것은 도민의 치료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제주도 인구와 관광객 수를 고려해 제주권역 분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4명의 후보 모두 제주지역 의료체계 개선에 강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대선 후보 모두 상급종합병원 지정 필요성에는 같은 목소리를 냈는데요. 이제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선거 이후 도민과 약속한 공약이 어떻게 실현되는지 지켜봐야 할 시점입니다.

촬영기자 부수홍
그래픽 박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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