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루나, 암호를 풀다]⑩ 권도형의 발명품 ‘루나2.0’이 온다

입력 2022.06.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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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테라·루나 사태, 전세계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은 사건입니다.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이 첫 수사 대상으로도 삼았습니다. 그런데 루나가 무엇인지, 왜 수사 대상이 되는 것인지 알기 쉽지 않습니다. KBS는 이 암호 같은 '테라·루나'를 A부터 Z까지 찬찬히 풀어보기로 했습니다.


"Terra 2.0 is Nearly Here" (테라 2.0이 곧 온다)

테라와 루나의 붕괴는 지난달 9일 시작됐습니다. 2주가 채 안 된 지난달 25일 테라폼랩스는 테라 생태계 복원을 선언했습니다.

지난달 28일, 루나의 이름을 그대로 이어받은 '루나 2.0'이 출시됐습니다. 그러면서 기존의 루나는 '루나 클래식'으로 칭하기로 합니다.

■ '루나 2.0'의 정체는?


'루나 2.0' 이름만 보면 루나 클래식에서 발전한 것처럼 보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일단, 테라폼랩스의 설명에 따르면 이렇습니다. 루나 2.0은 테라 2.0이라는 새로운 블록체인에서 나온 코인입니다. 스테이블 코인이었던 UST 발행은 없습니다. 딱 여기까지입니다.

기존의 테라·루나와 뭐가 어떻게 다른지 충분한 설명이 없습니다. 새로운 가상화폐가 나올 때 으레 등장하는 '백서'도 없습니다. 투자자들이 투자 여부를 결정할 정보와 자료 자체가 희소합니다.

■ "찬성 65.5%"…'답정너' 투표

실체가 묘연하지만, 테라와 루나는 2.0으로 부활했습니다. 기존의 테라와 루나 투자자들은 부활을 적극 찬성했습니다.

지난달 18일, 테라 커뮤니티인 테라 스테이션에는 투표 안건이 올라왔습니다. 테라와 루나 2.0 출시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 를 물었습니다. 결과는 찬성 65.5%였습니다.

그런데 이 찬성률은 일종의 착시입니다. 투표 자체가 테라와 루나를 더 많이 가질수록 더 많은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기존의 테라와 루나 투자자 입장에선 손을 놓고 투자금을 날릴 바에야, 어떤 형태로는 회복을 바라는 게 당연합니다. 일종의 '답정너' 투표에 가깝습니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도 보상 방안을 내놓으며 찬성을 유도했습니다. 새로 발행되는 루나 2.0의 70%가량을 기존 투자자들에게 '에어드랍'(특정 암호화폐를 보유한 사람에게 투자 비율에 따라 신규 코인이나 코인을 무상으로 지급하는 것)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반대가 많으면 오히려 그게 이상할 상황이었습니다.

■ '투자자 보호'는 개선됐나?

전문가들은 루나 2.0의 부활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표했습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옛 투자자들을 살리겠다고 새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일종의 폭탄 돌리기"라고 지적했습니다.

옛 투자자들은 에어드랍으로 소액의 이익이라도 얻을 수 있지만, 새로운 투자자들은 백서도 없는 코인을 구매해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또, 에어드랍을 하면서 기존 루나를 많이 보유하고 있던 일명 '고래'들이 루나 2.0의 대부분을 가지게 되는 것도 문제로 꼽혔습니다. 고래들이 대규모의 루나 2.0을 매도하면 가격이 계속 하락해 개미들의 피해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런 우려는 현실이 돼가는 모양새입니다. 루나 2.0은 상장된 지 2시간 만에 19.54달러까지 상승했지만, 지난 9일 2달러 아래로 떨어지며 90%가량 하락하기도 했습니다.

기존 투자자들은 루나 2.0이라도 팔아 피해를 줄여보려 하고, 신규 투자자들은 단기 차익을 더 노립니다. 가격이 요동치는 이유입니다.

■ 시장 규제 필요성 대두…법 시행은 2024년에나

테라·루나 사태는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 여론을 키우고 있습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달 10일, 테라 사태를 언급하며 "스테이블 코인이 금융 안정을 위협하고 있어 코인에 대한 규제가 시급하다"고 말했습니다.

국내에서도 규제를 위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디지털 자산 기본법'을 내년에 제정하고, 2024년 시행하겠다는 목표를 밝혔습니다. 국회에도 현재 '가상자산'과 관련한 법안 13개가 발의돼 있습니다.

세계 10위 안에 들었지만 순식간에 붕괴한 테라와 루나.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테라폼랩스의 코인에 얽힌 진실은 무엇인지 밝혀진 바가 거의 없습니다.

확실한 건 국내에서만 28만여 명이 테라와 루나에 투자했다는 사실입니다. 거의는 단기 차익을 노린 '묻지마' 투자였습니다. 이대로는 절대 지속할 수 없습니다.

블록체인이란 신기술 발전과 투자자 보호라는 가치가 공존할 수 있는 전환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 테라·루나 용어 해설

☞ 디파이(defi) : 탈중앙화 금융. 정부나 기업 등 중앙기관의 통제 없이 블록체인 기술로 가동되는 금융 서비스.
☞ 앵커 프로토콜(anchor protocol) : 테라의 디파이 서비스. 테라를 예금하면 연리 20%를 주고, 다른 가상화폐를 담보삼아 테라를 대출해주기도 함.
☞ 페깅(pegging) : 통화나 상품의 가치를 안정적인 자산에 고정하는 것. 테라의 UST는 1달러에 고정되도록 설계됨. 1 UST가 1달러 가치에서 벗어난 상태는 '디페깅'이라고 함.
☞ 스테이킹(staking) :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상화폐를 특정 플랫폼에 넣고, 플랫폼 운영에 참여하는 행위. 테라의 경우, 자매 가상화폐인 루나로 앵커 프로토콜에 참여하는 걸 말함.

[연관기사]
[테라·루나, 암호를 풀다]① 테라에 1억 투자…대체 뭘 믿고?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77392
[테라·루나, 암호를 풀다]② “1억이 1,000원으로”…테라·루나가 어쩌다?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78305
[테라·루나, 암호를 풀다]③ 투자 유도해놓고…뚜껑 여니 ‘파산 직전’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78565
[테라·루나, 암호를 풀다]④ -99% 기록적 폭락, 사건의 전말은?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78801
[테라·루나, 암호를 풀다]⑤ “무서워서 증언 못한다”…권도형은 누구길래?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79471
[테라·루나, 암호를 풀다]⑥ “한 몸이었던 두 회사”…테라 어떻게 운영됐나?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80642
[테라·루나, 암호를 풀다]⑦ “테라 지키자”…4조 원 굴린 루나파운데이션가드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81551
[테라·루나, 암호를 풀다]⑧ 테라 뒤엔 대형 헤지펀드…“계약 아는 내부자 딱 세 명”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83020
[테라·루나, 암호를 풀다]⑨ 미국도 정조준…궁지 몰린 권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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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라·루나, 암호를 풀다]⑩ 권도형의 발명품 ‘루나2.0’이 온다
    • 입력 2022-06-12 07:00:57
    취재K
<strong>테라·루나 사태, 전세계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은 사건입니다.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이 첫 수사 대상으로도 삼았습니다. 그런데 루나가 무엇인지, 왜 수사 대상이 되는 것인지 알기 쉽지 않습니다. KBS는 이 암호 같은 '테라·루나'를 A부터 Z까지 찬찬히 풀어보기로 했습니다.</strong><br />

"Terra 2.0 is Nearly Here" (테라 2.0이 곧 온다)

테라와 루나의 붕괴는 지난달 9일 시작됐습니다. 2주가 채 안 된 지난달 25일 테라폼랩스는 테라 생태계 복원을 선언했습니다.

지난달 28일, 루나의 이름을 그대로 이어받은 '루나 2.0'이 출시됐습니다. 그러면서 기존의 루나는 '루나 클래식'으로 칭하기로 합니다.

■ '루나 2.0'의 정체는?


'루나 2.0' 이름만 보면 루나 클래식에서 발전한 것처럼 보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일단, 테라폼랩스의 설명에 따르면 이렇습니다. 루나 2.0은 테라 2.0이라는 새로운 블록체인에서 나온 코인입니다. 스테이블 코인이었던 UST 발행은 없습니다. 딱 여기까지입니다.

기존의 테라·루나와 뭐가 어떻게 다른지 충분한 설명이 없습니다. 새로운 가상화폐가 나올 때 으레 등장하는 '백서'도 없습니다. 투자자들이 투자 여부를 결정할 정보와 자료 자체가 희소합니다.

■ "찬성 65.5%"…'답정너' 투표

실체가 묘연하지만, 테라와 루나는 2.0으로 부활했습니다. 기존의 테라와 루나 투자자들은 부활을 적극 찬성했습니다.

지난달 18일, 테라 커뮤니티인 테라 스테이션에는 투표 안건이 올라왔습니다. 테라와 루나 2.0 출시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 를 물었습니다. 결과는 찬성 65.5%였습니다.

그런데 이 찬성률은 일종의 착시입니다. 투표 자체가 테라와 루나를 더 많이 가질수록 더 많은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기존의 테라와 루나 투자자 입장에선 손을 놓고 투자금을 날릴 바에야, 어떤 형태로는 회복을 바라는 게 당연합니다. 일종의 '답정너' 투표에 가깝습니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도 보상 방안을 내놓으며 찬성을 유도했습니다. 새로 발행되는 루나 2.0의 70%가량을 기존 투자자들에게 '에어드랍'(특정 암호화폐를 보유한 사람에게 투자 비율에 따라 신규 코인이나 코인을 무상으로 지급하는 것)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반대가 많으면 오히려 그게 이상할 상황이었습니다.

■ '투자자 보호'는 개선됐나?

전문가들은 루나 2.0의 부활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표했습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옛 투자자들을 살리겠다고 새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일종의 폭탄 돌리기"라고 지적했습니다.

옛 투자자들은 에어드랍으로 소액의 이익이라도 얻을 수 있지만, 새로운 투자자들은 백서도 없는 코인을 구매해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또, 에어드랍을 하면서 기존 루나를 많이 보유하고 있던 일명 '고래'들이 루나 2.0의 대부분을 가지게 되는 것도 문제로 꼽혔습니다. 고래들이 대규모의 루나 2.0을 매도하면 가격이 계속 하락해 개미들의 피해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런 우려는 현실이 돼가는 모양새입니다. 루나 2.0은 상장된 지 2시간 만에 19.54달러까지 상승했지만, 지난 9일 2달러 아래로 떨어지며 90%가량 하락하기도 했습니다.

기존 투자자들은 루나 2.0이라도 팔아 피해를 줄여보려 하고, 신규 투자자들은 단기 차익을 더 노립니다. 가격이 요동치는 이유입니다.

■ 시장 규제 필요성 대두…법 시행은 2024년에나

테라·루나 사태는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 여론을 키우고 있습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달 10일, 테라 사태를 언급하며 "스테이블 코인이 금융 안정을 위협하고 있어 코인에 대한 규제가 시급하다"고 말했습니다.

국내에서도 규제를 위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디지털 자산 기본법'을 내년에 제정하고, 2024년 시행하겠다는 목표를 밝혔습니다. 국회에도 현재 '가상자산'과 관련한 법안 13개가 발의돼 있습니다.

세계 10위 안에 들었지만 순식간에 붕괴한 테라와 루나.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테라폼랩스의 코인에 얽힌 진실은 무엇인지 밝혀진 바가 거의 없습니다.

확실한 건 국내에서만 28만여 명이 테라와 루나에 투자했다는 사실입니다. 거의는 단기 차익을 노린 '묻지마' 투자였습니다. 이대로는 절대 지속할 수 없습니다.

블록체인이란 신기술 발전과 투자자 보호라는 가치가 공존할 수 있는 전환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 테라·루나 용어 해설

☞ 디파이(defi) : 탈중앙화 금융. 정부나 기업 등 중앙기관의 통제 없이 블록체인 기술로 가동되는 금융 서비스.
☞ 앵커 프로토콜(anchor protocol) : 테라의 디파이 서비스. 테라를 예금하면 연리 20%를 주고, 다른 가상화폐를 담보삼아 테라를 대출해주기도 함.
☞ 페깅(pegging) : 통화나 상품의 가치를 안정적인 자산에 고정하는 것. 테라의 UST는 1달러에 고정되도록 설계됨. 1 UST가 1달러 가치에서 벗어난 상태는 '디페깅'이라고 함.
☞ 스테이킹(staking) :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상화폐를 특정 플랫폼에 넣고, 플랫폼 운영에 참여하는 행위. 테라의 경우, 자매 가상화폐인 루나로 앵커 프로토콜에 참여하는 걸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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