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 통계가 없다

⊙앵커: 재미없는 보도일지 모르지만 이제 우리도 정확한 통계를 갖고 제대로 통계를 바라보자는 취지에서 마련한 연속기획입니다.
외환위기 이후 경제 현상은 복잡해지고 통계도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막상 필요한 통계가 없는 게 우리 현실입니다.
탁상행정이 나오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제대로 된 통계, 꼭 필요한 통계가 없기 때문이라는 게 김태형 기자의 판단입니다.
⊙기자: 지난해 9월 성매매 특별법 이후 찬 바람이 불고 있다는 집결지.
업주들의 주장은 한결같습니다.
⊙집결지 관계자: 식당부터 길 건너 시장, 목욕탕, 미장원, 화장품 가게, 이런 게 다 올 스톱 돼 버리잖아요.
굉장히 힘들어요.
⊙기자: 그러나 성매매 특별법이 실제로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를 진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이와 관련된 정확한 통계 자료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부분적인 경제 현상뿐 아니라 공식적인 경제 활동 통계 또한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게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해마다 신규 통계가 수십건씩 개발되고 있지만 통계자료가 얼마나 충분히 제공됐는가를 나타내는 통계수요반영률은 제자리 수준입니다.
늘어나는 통계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대기업 그룹 계열사 직원인 김 모씨.
월급 명세서를 보면 200만원 정도 월급을 받아도 실제 손에 쥐는 돈은 80여 만원에 지나지 않습니다.
친구의 빚보증을 잘못 서 한순간에 신용불량자가 됐기 때문입니다.
⊙대기업 계열사 직원: (보증 때문에) 조그만 집 하나 전 재산인데, 그거 경매로 잃어버리고, 급여 압류만 지금 만 7년 10개월째...
⊙기자: 빚을 갚지 못하게 된 사람들 가운데는 김 씨처럼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김윤희(신용회복위원회 상담팀): 자영업자분들은 사업실패로 소득을 그만큼 내지 못해서 빚 때문에 오시는 분도 많으시고요, 가족이나 친지의 빚 때문에 오시는 분들도 많으세요.
⊙기자: 그러나 실제로 수백만 연체자들이 어떤 연유로 신용을 잃게 됐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정확한 통계자료가 없기 때문입니다.
통계가 없으니 정책이 겉돌 가능성도 높습니다.
⊙이재형(KDI 전문연구원): 통계를 충분히 활용하고 정한 통계를 제대로 활용할 때 정책의 품질이 높아지고 연구의 품질이 높아지고 기업의 활동이 효율화될 수 있는 겁니다.
⊙기자: 당장 부족한 주요 통계만 해도 여성고용 관리 실태, 고령자 취업실태, 주택수요실태, 개인연금 시장통계 등 수십가지에 이릅니다.
정확하게 나온 통계자료는 누구나 유익하게 쓸 수 있는 기초 자산이 된다는 점에서 사회 간접자본과 다름이 없습니다.
때문에 필요한 통계가 없다면 이는 있어야 할 교량이나 도로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가 됩니다.
국가통계시스템을 강화하는 일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KBS뉴스 김태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