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브리핑 (18) “베트남 방식은 리비아 모델…북미 수교 못 하면 김정은 큰 타격”

입력 2018.07.15 (09:09) 수정 2018.07.15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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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한반도 정세를 놓고 인터뷰하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2018.7.13, 서울 평화협력원)최근의 한반도 정세를 놓고 인터뷰하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2018.7.13, 서울 평화협력원)

1. ‘한반도 브리핑 17. 어느 보수주의자의 토로’에 이어 이번엔 다른 시각을 갖고 있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을 만났습니다. 1977년 통일부에 몸을 담아 북한 문제를 다루기 시작해 김대중 정부 후반부에 통일부 장관에 임명됐고, 이후 노무현 정부의 첫 통일부 장관으로도 일했습니다. 경력에서 알 수 있듯 대표적인 햇볕정책론자입니다.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 당시엔 한 걸음 뒤로 물러서있을 수밖에 없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성사된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특수(?)에서 아이돌 그룹에 버금가는 왕성한 방송 활동을 통해 국민에게도 많이 알려졌습니다. 특히 최근 김어준 씨는 정세현 전 장관을 “남북관계의 현인”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올해 만 73세지만 젊은이 못잖은 악력과, 믿어지지 않을 만큼 뛰어난 기억력, 그리고 뒷받침되는 건강으로 얼마 전에도 독일, 캐나다, 미국, 일본을 오가며 각종 강연 등을 통해 북한 문제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을 높이고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는 7월 13일 오후, 정 전 장관이 이사장으로 있는 평화협력원 사무실에서 1시간 30분가량 진행했습니다. 북‧미 관계, 남북관계, 미국, 북한, 주한미군 등을 작은 주제로 삼아 이어갔고, 해당 소주제별로 답변 전문을 올립니다.

폼페이오 미 국무의 베트남 방문(2018.7.8, 하노이)폼페이오 미 국무의 베트남 방문(2018.7.8, 하노이)

2. 가장 흥미로운 분석은, 폼페이오 장관이 거듭 제기하고 있는 ‘베트남의 길’을 ‘리비아 모델’로 파악한 부분입니다. “선비핵화를 하면 미국이 ... 투자를 허용하는 방식으로 해서 베트남처럼 잘 살게 될 것이다 하니까, 북한 입장에서 보면 폼페이오의 베트남 연설은, 다시 미국이 볼턴이 했던 리비아 방식으로 되돌아갔다고 생각할 수박에 없다.”

미국 일방주의 지속 땐 비핵화 쉽지 않아

이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경제 집중 노선을 추진하고 있지만, 경제 때문에 핵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며 미국이 6‧12 북‧미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에 합의한 것처럼 평화체제와 북‧미수교를 병행해야 비핵화도 가능하다는 전망으로 이어집니다. 미국이 일방주의를 계속하면 비핵화는 쉽지 않다는 우려와 경고도 내놓습니다.

정세현 전 장관은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는 2016년 5월에 열린 7차 노동당 당 대회 때 시작됐다고 본다”며, 특히 김 위원장이 검증을 포함한 비핵화에 적극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짚습니다. “북‧미수교를 끌어낼 수 없을 정도로 비핵화를 안 하고 딴지 걸고 해서 북‧미수교 한 되면” 김정은 위원장의 “리더십은 확 떨어질 거”로 예상합니다. 다만 여기서도 미국이 상호주의 대신 일방주의로 나서면 비핵화는 어렵다고 전망합니다.

"중, 평화협정 체결 지연시키려 한 듯"

일부의 주한미군 철수 우려에 대해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철수 요구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북한도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 주한미군의 전략적 역할을 이해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특히 미국으로서도 북한과 수교해 평양에 대사관을 개설하면 동아시아에서의 헤게모니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합니다. 또 중국은 “종전선언을 하더라도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전까지 계속, ..., 시간을 거기서 지연시키려고 할 거”라고 관측합니다.

류경식당 여성 종업원들의 탈북 논란과 관련해서는 “자유 의사에 의해 갈 사람 보내고 죽어도 못 가겠다는 사람은 여기에 있게 하는 분리 처리”가 필요하며, 이럴 경우 북한이 억류하고 있는 6명의 남쪽 사람들과 바꿀 수 있는 협상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이와 함께 송영길 북방위원회 위원장과 김홍걸 민화협대표상임의장 방북 등 꾸준한 교류를 통해 “국제 사회에서 남북관계는 더 이상 막을 수 없다는 인식이 생기도록 해야 한다”고 밝힙니다.

"청와대 안보실 개편 공감…대안이 마땅찮아"

맥스 선더 한‧미 연합공군훈련에 대한 북한의 반발로 지난 5월 고위급 회담이 중단되면서 국방부가 <판문점선언>에 무관심한 것 아니냐는 비판과, 청와대 국가안보실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일정 부분 동의하면서도(“맥스 선더 놓치는 거 보면 이건 청와대에서 챙겨야 하는 거 아니냐, 먼저 어젠더를 챙기는 능력은 없는 거 같다”) 대안이 마땅찮아 보인다고 평가합니다.

3. 한반도 브리핑은 앞으로도 북한 문제와 관련해 깊이 있는 인터뷰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앞으로 이어질 인터뷰에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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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반도 브리핑 (18) “베트남 방식은 리비아 모델…북미 수교 못 하면 김정은 큰 타격”
    • 입력 2018-07-15 09:09:13
    • 수정2018-07-15 14:5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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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한반도 정세를 놓고 인터뷰하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2018.7.13, 서울 평화협력원)
1. ‘한반도 브리핑 17. 어느 보수주의자의 토로’에 이어 이번엔 다른 시각을 갖고 있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을 만났습니다. 1977년 통일부에 몸을 담아 북한 문제를 다루기 시작해 김대중 정부 후반부에 통일부 장관에 임명됐고, 이후 노무현 정부의 첫 통일부 장관으로도 일했습니다. 경력에서 알 수 있듯 대표적인 햇볕정책론자입니다.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 당시엔 한 걸음 뒤로 물러서있을 수밖에 없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성사된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특수(?)에서 아이돌 그룹에 버금가는 왕성한 방송 활동을 통해 국민에게도 많이 알려졌습니다. 특히 최근 김어준 씨는 정세현 전 장관을 “남북관계의 현인”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올해 만 73세지만 젊은이 못잖은 악력과, 믿어지지 않을 만큼 뛰어난 기억력, 그리고 뒷받침되는 건강으로 얼마 전에도 독일, 캐나다, 미국, 일본을 오가며 각종 강연 등을 통해 북한 문제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을 높이고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는 7월 13일 오후, 정 전 장관이 이사장으로 있는 평화협력원 사무실에서 1시간 30분가량 진행했습니다. 북‧미 관계, 남북관계, 미국, 북한, 주한미군 등을 작은 주제로 삼아 이어갔고, 해당 소주제별로 답변 전문을 올립니다.

폼페이오 미 국무의 베트남 방문(2018.7.8, 하노이)
2. 가장 흥미로운 분석은, 폼페이오 장관이 거듭 제기하고 있는 ‘베트남의 길’을 ‘리비아 모델’로 파악한 부분입니다. “선비핵화를 하면 미국이 ... 투자를 허용하는 방식으로 해서 베트남처럼 잘 살게 될 것이다 하니까, 북한 입장에서 보면 폼페이오의 베트남 연설은, 다시 미국이 볼턴이 했던 리비아 방식으로 되돌아갔다고 생각할 수박에 없다.”

미국 일방주의 지속 땐 비핵화 쉽지 않아

이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경제 집중 노선을 추진하고 있지만, 경제 때문에 핵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며 미국이 6‧12 북‧미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에 합의한 것처럼 평화체제와 북‧미수교를 병행해야 비핵화도 가능하다는 전망으로 이어집니다. 미국이 일방주의를 계속하면 비핵화는 쉽지 않다는 우려와 경고도 내놓습니다.

정세현 전 장관은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는 2016년 5월에 열린 7차 노동당 당 대회 때 시작됐다고 본다”며, 특히 김 위원장이 검증을 포함한 비핵화에 적극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짚습니다. “북‧미수교를 끌어낼 수 없을 정도로 비핵화를 안 하고 딴지 걸고 해서 북‧미수교 한 되면” 김정은 위원장의 “리더십은 확 떨어질 거”로 예상합니다. 다만 여기서도 미국이 상호주의 대신 일방주의로 나서면 비핵화는 어렵다고 전망합니다.

"중, 평화협정 체결 지연시키려 한 듯"

일부의 주한미군 철수 우려에 대해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철수 요구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북한도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 주한미군의 전략적 역할을 이해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특히 미국으로서도 북한과 수교해 평양에 대사관을 개설하면 동아시아에서의 헤게모니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합니다. 또 중국은 “종전선언을 하더라도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전까지 계속, ..., 시간을 거기서 지연시키려고 할 거”라고 관측합니다.

류경식당 여성 종업원들의 탈북 논란과 관련해서는 “자유 의사에 의해 갈 사람 보내고 죽어도 못 가겠다는 사람은 여기에 있게 하는 분리 처리”가 필요하며, 이럴 경우 북한이 억류하고 있는 6명의 남쪽 사람들과 바꿀 수 있는 협상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이와 함께 송영길 북방위원회 위원장과 김홍걸 민화협대표상임의장 방북 등 꾸준한 교류를 통해 “국제 사회에서 남북관계는 더 이상 막을 수 없다는 인식이 생기도록 해야 한다”고 밝힙니다.

"청와대 안보실 개편 공감…대안이 마땅찮아"

맥스 선더 한‧미 연합공군훈련에 대한 북한의 반발로 지난 5월 고위급 회담이 중단되면서 국방부가 <판문점선언>에 무관심한 것 아니냐는 비판과, 청와대 국가안보실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일정 부분 동의하면서도(“맥스 선더 놓치는 거 보면 이건 청와대에서 챙겨야 하는 거 아니냐, 먼저 어젠더를 챙기는 능력은 없는 거 같다”) 대안이 마땅찮아 보인다고 평가합니다.

3. 한반도 브리핑은 앞으로도 북한 문제와 관련해 깊이 있는 인터뷰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앞으로 이어질 인터뷰에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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