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브리핑 (18) “‘경제적 번영’ 언급보다 북·미 수교 입구 제시해야”

입력 2018.07.15 (09:11) 수정 2018.07.15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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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6·12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2018.6.13)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6·12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2018.6.13)

다음은 북·미관계에 대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과의 인터뷰 전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한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에 ‘비핵화’ 언급이 없다는 것 때문에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미국 사람들이 상호주의 관점이 없고 일방주의다. 비핵화는 미국이 요구하는 거다. 새로운 관계는 북한이 요구하는 거다. 비핵화를, 즉 이번에 6‧12 정상선언의 특징은 뭐냐면, 비핵화와 북‧미수교를 병렬적으로 얘기하면서 오히려 순서는 새로운 북‧미관계를 1항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평화체제, 평화구축이고 3번에 비핵화다. 유해는 별개 문제다. 이건 비핵화 문제가 아니다. 그러니까 1항 새로운 관계 정립, 2항 한반도 평화구축, 3항 비핵화가 거의 동시에 병행돼야 한다는 인식의 토대에서 만든 합의서다.

6‧12 북‧미 공동성명, ‘새로운 관계‧평화체제‧비핵화’ 명시

그리고 정확히 말한다면 그 동안 북한이 자신이 핵을 가지려는 것의 이유랄까, 이것이 미국의 대북 압살 정책, 적대시 정책 때문이라고 수없이 얘기했는데, 미국은 그 동안 귓등으로도 안 듣고 북한이 핵을 가지려는 것은 배드 비헤비어(나쁜 행동)이기 때문에 리워드(보상) 없이 비핵화해야 한다는 논리로 압박해 왔다. 특히 부시 정부 때의 네오콘들이야말로, 북한이 핵을 가지려는 것은 배드 비헤비어다, 따라서 줘선 안 된다, 협상 자체도 안 된다는 식으로 버틴 사람도 있었지만, 그래도 협상으로 문제는 풀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나갔다가 그 다음날 깼지만, 9‧19 공동성명을.

그 동안에 94년 제네바 기본합의나 2005년 9‧19공동성명의 합의 내용 순서를 보면 1 비핵화, 2가 북미수교고, 3이 경제 지원, 4가 평화체젠데 이번엔 그것이, 북‧미수교가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 평화체제가 중간으로 가고 세 번째에 비핵화가 갔다. 비핵화를 하려면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정리가 되고, 항구적인 평화를 보장하는 여러 장치가 마련되면 우리가 핵을 가질 이유가 없다는 북한의 논리, 주장이 이번에 6‧12 공동선언의 기본 철학이 됐다.

”폼페이오, 미국 해야 할 것들 언급 않고 북한에 비핵화 요구만 해“

이것을 미국 언론이 6‧12 공동선언의 논리 구조를 조금만 관심 있게 보면 비핵화에 대한 얘기가 하나도 없다는 소리를 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미국이 이미 일본에 북‧미수교 얘기를 해줬기 때문에 북‧미수교가 언급이 없으면 이 사람들은 한 발짝도 나가지 않을 거다. 이번에 폼페이오가 가서 빈손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은 비핵화를 강력하게 압박했지만, 여론이 하도 나쁘니까, 비핵화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량 언제까지는 연락사무소를 만들 수 있으니까 그 때까지는 거기에 맞춰 신고와 검증이 끝나야 하고, 그 다음에 연락사무소 개설 이후에 정식 대사관 설립까지는 이러이러한 프로세스가 끝나야 하고, 이걸 연결시켜서 얘기했어야 한다.

또 종전선언과 관련해서도 얘기를 해줘야 하는데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얘기가 없으면서 비핵화에 대해 얘기하라니까 북한으로선 그래서 강도라는 거다. 자기들이 해야 할 도리는 일체 언급하지 않으면서 북한에게만 비핵화하라니까, 이건 어떻게 보면 북‧미 공동선언에 대한 스스로의 무시랄까, 이렇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북한으로선 버틸 수밖에 없는 거다. 미국이 생각을 바꿔서 북‧미수교와 종전선언 이후의 평화체제 구축 관련 프로세스를 어떻게 비핵화와 시퀀싱 할 것인지, 그 얘기를 해줘야 속도가 나가는 거 아니야.”

(유해 송환 얘기로 돌아가면, 보상 문제로 장성급으로 가는 거 같다고 하셨는데)
“그렇게 짐작하는 거다.”

“미군 유해, 네오콘 득세 때도 실비 보상하고 송환”

(거기서 궁금한 게 하필이면 왜 창구가 유엔사냐는 건데? 미군 모자가 아니고 유엔사 모자로 나오라는 건데?)
“그 동안 (북한은) 군사정전위원회가 없어졌다고 했다. 북한은 중국도 철수시켜버리고 자신은 조선인민군 판문점대표부라는 이름으로 남쪽 유엔사와 접촉 했다. 그런데 실질적으로는 미국 장성이지만 유해 문제를 다루려면 법적으론 그 당시에 유엔군 자격으로 온 사람들이니까 그런 게 아닐까.”

(그런데 이제까지 유해 송환은 미군 자격으로 한 건데, 이번엔 왜 유엔군 사령부 자격으로 나오라는 것일지?)
“그것까진 잘 모르겠다, 어떤 깊은 뜻이 있는지. 이게 그렇게 되면 90년 아버지 부시 때부터 2005년 아들 부시 때까지, 클린턴 때를 포함해서 미군이 유해를 직접 발굴해 왔다. 총 660 몇 구를 발굴했는데, 총 220~230만 달러, (유해 한) 구당 3만 5천 달러 정도 줬다고 한다. 330구 정도는 신원을 확인했고 나머지는 찾지 못했다는데, 미군이 아닌 유해도 있었을 거고. 그때 3만 5천 달러면 지금 10만 달러가 넘을 거다. 그때 (북으로선) 이미 실비 보상이 이뤄졌는데 그건 경제 지원도 아니고 비핵화 대가도 아니고 선례가 이미 구축된 실비 보상인데 이것도 안 해주고 송환해달라고 하느냐. 그러니까 지난번 싱가포르에서 유해 송환을 빨리 가자고 원칙적 합의를 할 때, 트럼프가 막 예고 방송을 했는데 쉽게 생각한 거지. (북한이) 공짜로 해주지 않겠느냐 한 거 같다. 북한 입장에서는 과거 선례가 있으니까, 더구나 실무자들 입장에서는 꼭 미국을 애먹이려는 게 아니라, 네오콘도 돈 내고 송환해 가져같습니다, 얘기는 해보겠습니다 할 수 있지.”

“폼페이오 ‘베트남 연설’은 ‘리비아 방식’ 연상”

(앞으로 제대로 못 나가는 상황에서 유해 송환이 이뤄지지 않고, 거기에 돈 문제까지 부각되면 더 꼬이는 거 아닌지?)
“이게 비핵화와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 공동선언이 비핵화까지 3개항으로 끝났으면 깨끗한 건데, 이건(유해 송환은) 별도의 실무 회담을 통해서 풀었어야 하는데 거기에 묶은 게 패착, 잘못이다. 돈 문제라곤 해도 이건 비핵화의 대가는 아니다. 분명히 해야 한다. 돈이 가더라도 비핵화에 대한 보상은 아니다. 오히려 비핵화를 하면 베트남식으로 잘 살 수 있을 거다 하는데, 그것도 동문서답이다. 왜냐하면 북한은 비핵화를 할테니 수교해주고 군사적으로 치지 않겠다는 약속, 1항 2항을 하면 3항은 자동적으로 하겠다는 거다. 1항, 2항에 돈 들어가는 얘기는 없다. 돈 문제는 없다. 그런데 자꾸 가서 비핵화를 하면, 베트남까지 가서 폼페이오가, 비핵화하면 베트남처럼 번영할 것이다 하는데, 그 얘기는 다시 리비아 방식으로 돌아가는 거다. 선비핵화를 하면 미국이 경제 지원이리가 보다는 투자를 허용하는 방식으로 해서 베트남처럼 잘 살게 될 것이다 하니까, 북한 입장에서 보면 폼페이오의 베트남 연설은, 다시 미국이 볼튼이 했던 리비아 방식으로 되돌아갔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북한이 그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어 보인다)
“동문서답이다. 북한은 지금까지 비핵화의 대가로 돈 얘기를 꺼낸 적이 한 번도 없다. 미국이 우리를 군사적으로 치지 않겠다는 체제 보장을 해주면 핵을 가질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거다). 체제 보장은 두 가진데, 정치적으론 외교고 군사적으론 불가침, 평화협정인데, 자꾸 돈 달라고 핵 문제를 일으킨 것처럼 성격 규정을 하니까 북한이 나쁜 놈이 되는 거다. 악마화시키는 출발이다, 그게.”

“미, 경제지원 거론하며 비핵화 요구…북 거부하면 ‘악마화’”

(그 지점이 이전과 달라졌다, 김정일 시대와 김정은 시대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있다. 김정일 때는 경제 지원을 제시해도 쳐다보지 않았다면 김정은은 경제 집중 노선 얘기하고 원산갈마도 얘기하고, 김정은은 경제에 굉장히 관심이 많구나, 그렇다면 경제를 모티브로 끌어올 수 있지 않냐는 주장이 있다.)
“미국의 생각이 그렇다. 제네바 기본합의도 북한은 수교를 요구하는데 1항과 2항만 바꾸면 되는데 미국이 경수로 지원하겠다고 하고, 돈은 우리보고 내라 하고. 9‧19 공동성명도 보면 1항 북한 비핵화, 2항 북‧미수교 북‧일수교, 3항 경제지원, 4항 평화체제다. 경제 지원을 끼워놓으면 북한이 가난한 나라라 돈 때문에 말을 들을 거라는 금전만능주의적 사고로 해놓고, 돈까지 주려는데 해결 안 하고 계속 딴소리한다는 식으로, 북한을 악마화하는 카드로 써왔다. 경제지원 해주겠다는 데 왜 핵을 포기하지 않냐는 건데, 그건 최근 세기적 만남에서 합의된 북미 공동선언의 기본 구도와 전혀 관계없는 얘기다, 돈 얘기는. 거기 돈 얘기가 어디 있나?”

북·미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하는 트럼프 대통령(2018.6.12, 싱가포르)북·미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하는 트럼프 대통령(2018.6.12, 싱가포르)

(자체엔 없다)
“자체에 없으면 문서화 되지 않았으면 그건 소용없는 거다. 그리고 비록 단독 회담이나 확대 정상회담에서 미국 혼자 돈 애기를 했다고 하더라도 북한이 하자고 하기 전에는 안 들은 것과 똑같은 거고 합의하지 않은 거다. 트럼프도 자꾸 경제적 번영을 얘기하는데 그건 초점이 안 맞는 얘기다.”

(폼페이오 3차 방북 때 모두 발언에서 공개된 걸 봐도 김영철이, 조선의 번영은 미국이 가져오는 게 아니다고 했다)
“그 사람들(북한)이 이명박 때의 비핵 개방 3천 때도 반론 했지만, 3천 달러를 만들면 우리가 만들지 왜 너희한테 해달라고 하느냐, 택도 없는 소리마라, 그 사람들은 경제에서 자립이요 사상에서 주체요 정치에서 자준데, 그걸(경제 지원) 뭐 요구해.”

“북·미수교로 ‘완전한 비핵화’ 견인…‘핵 없는 한반도’ 결론 내야”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 한미가 말하는 비핵화가 같지 않은 게 아니냐, 또 판문점 실무회담에서도 개념에 대해 합의하지 못했다는데?)
“그건 우물가에서 숭늉 달라는 건데, 그동안 북한이 핵 문제를 가지고 협상한 게 25년이다. 4반세기를 협상하면서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가 뭔지 호상간에 너무 잘 아는 거다. 같은 용어를 써도 머리로 딴 생각을 할 수는 있다. 그런데 이번에 저렇게 직접 만나서 북‧미수교 약속까지 받아내면서 나중에 딴소리를 또 할 생각으로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썼겠는가. 또 완전한 비핵화도 그냥 하지 않고 판문점선언에서 약속한 완전한 비핵화를 인용했다. 그렇다면 남북 간에 합의한 비핵화라는 것은 이 문제 때문에 미국이 딴소리를 못 할 정도로, 말하자면 한반도의 비핵화니 말을 바꿔서 전략 무기가 이쪽의 군사훈련 중에 나오지 말아야 하는 식, 나중에 토 다는 식으로 얘기하지 말고 확실하게 해라, 그래야 우리가 사는 거지.”

(완전한 비핵화도 있지만 그 뒤에 ‘핵 없는 한반도’도 합의했다)
“핵 없는 한반도라는 것이 소위 지상을 얘기하냐, 해역까지 얘기하냐, 공중까지 얘기하냐, 해석의 문제다. 핵 없는 한반도라고 할 때 칼빈슨 호, 레이건 호, B-1B, B-52 이런 것들이 괌에서 핵폭탄 싣고 쓱 한 바퀴 돌지 말라는 거였다. 비핵지대화인데, 다시 한반도 비핵화로 범위가 좁혀진 거다, 사실상. 그러면 비핵지대화에서 한반도 비핵화로 말이 바뀌면 그냥 바뀐 게 아니다. 반도라면 땅덩어리 얘기한 거고 여기에 북한 거 없애고 한국 거, 말하자면 한국 해역에 너무 가까이 오는 것은 우리 북한을 위협하는 핵폭탄을 실은 전략폭격기의 출몰은 앞으로 삼가달라는 얘기를, 미국도 반드시 북한이 얘기하리라고 예견하고 있을 거고. 핵 협상 과정에서 결론 내려야 할 거다. 그걸 정상이 만나 그것까지 어떻게 합의하겠냐. 아주 세부적인 각론 중의 각론인데.”

“비핵화 시간표 받으려면 북·미수교 시간표 줘야”

(미국이 훈련 중단 등 양보했는데, 북도 뭔가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왜 시간표를 내놓치 않느냐는 주장도 있다)
“그러니까 비핵화의 시간표를 왜 못 받았느냐는 건데, 비핵화의 시간표를 받으려면 북‧미수교의 시간표를 줘야 한다. 미국 사람들 절대 다수가 미국은 우월적 위치에 있기 때문에 상호주의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런데 합의서는 상호주의로 돼 있다. 북‧미수교에 대한 아무 비전도 일정표도 안 갖고 온 사람이 북한에 대해 김정은한테 완전히 끌려갔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욕을 먹고 있으니 시간표 내놔라, 그쪽(북)에선 거절은 아니지만, 교환조건인데, 북‧미수교에 대한, 평화구축에 대한 아무런 비전 제시도 없고 또는 어느 입구로 들어가자는 입구도 얘기하지 않고, 북‧미수교의 입구가 있다.

예를 들면 언제까지 연락사무소 설치를 위해 기왕에 폼페이오가 갔을 때부터 체류하기 시작한 KMC(미국 CIA 산하의 ‘코리아미션센터’) 멤버들은 앞으로도 당분간 늘리고 또 연락사무소로 발전시킨다는 의미에서 숫자를 늘리겠다던지, 그런 식의 일정표가 있다. 또 종전선언도, 미국이, 중국이 들어오는 거 못마땅하다, 우리 둘이 하면 안 되냐고 분명히 얘기하던지. 남북미 하자는 얘기만 해서 한국 정부만 곤란하게 만들고. 왜냐하면 5월 4일에 시진핑과 어렵게 통화하면서, 남북 정상회담 후에 시진핑이 삐쳤는데, 어렵사리 전화하면서 종전선언에 중국도 들어와야 한다고 얘기했는데, 5월 22일 한미 정상회담하고선 남북미 종전선언 얘기를 해버렸다. 문 대통령이 5월 4일 시진핑한테 한 얘기를 뒤집은 거지. 이렇게 한국 정부도 곤란한데, 복잡한 문제에 대해 미국이 가닥을 쳐줬어야 한다. 한국은 중국까지 넣자는데 우리(미국)는 절대로 안 된다. 무역 문제도 있고 중국과는 이런 거 하기 싫으니까 북한이 양해를 하고, 부담 덜어줄게. 중국이 자꾸 압박하는 거 같은데 (6월) 19일에 불러내는 거 보니까, 이거 보면 종전선언에 들어오겠다는 거 같은데, 종전선언엔 안 들어오지만 평화협정은 언제부터 시작하는데 그때는 중국이 반드시 들어온다는 것을 내가 약속한다,

이런 식으로 입구를 분명히 얘기해줘야 한다. 그러니까 북‧미수교의 입구, 평화구축의 입구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으면서 비핵화의 입구에 대해선 얘기 하라고, 시간표를 내놓치 않았다면 너무 일방적인 거다.”

“김정은, 화끈한 폐기·검증 나설 듯”

(과연 북이 검증을 받아들이겠느냐, 검증을 할 수 있느냐, 이런 우려가 있다. 1차 핵 위기의 경험으로 봐도 그렇고 검증이 핵심 중의 핵심일 텐데 북이 받아들이겠느냐는 끊임없는 의혹 제기가 있다)
“전혀 무리한 추측, 전망은 아니다. 왜냐하면 그때는 능력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아주 미약한 걸 가지고 협상 카드로 쓰려고 보니까 살라미 전술도 써야하고 상대방을 피곤하게 만들어서 보여주는 대가로 반대급부를 받아내려 하고. 그때는 빅딜을 할 수 없는 조건에서 받아내려 보니까 꼼수를 쓴 거다. 그런데 지금은 빅딜을 할 수 있게 됐다. 13,000km짜리 ICBM에 여섯 번의 핵실험을 통해, 수소탄 직전까지 되고나니까 그렇게 험한 말을 쏟아내던 트럼프도 입을 싹 닫았다.

그리고 북한은 12월 5일부터 9일까지 평양에 들어왔다 나간 제프리 펠트만의 방북에 대해 굉장히 의미심장한 사인으로 봤을 거다. 미 국무부에서 차관까지 일한 사람이고 유엔에 가서 정무담당 사무차장을 하고 있는데, 94년 카터 대통령이 평양에 들어갈 때와 똑같은 거의 일종의 정치적 의미를 가지고 (평양에) 들어왔다고 봤을 거다. 조용히 갔고 국무부 관리가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유엔 일이고 대통령 급의 저명인사도 아니지만. 사무차장이, 국무부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 왔는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심부름으로 왔다고 생각할 사람 아무도 없다. 와서 리용호한테 하고 갔다는 얘기가, ‘오판에 의한 전쟁을 막기 위해서는 역시 대화를 해야 한다’고 했다는 거다.

미국이 그런 사인을 보냈을 때, 북한으로선 드디어 우리의 국가 핵무력이 완성되니 미국이 우리를 달리 본다, 이 한 방으로 북‧미수교를 끌어낼 수 있겠다. 한 반으로 끌어낼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이때는 협상카드다. 전에는 자위수단으로 썼겠지만 협상카드로는 힘이 없고. 이번에 확실하게 미국이 겁을 낼 정도로 존중하는 상황에서 북미수교를 끌어내기 위해서 실무고 뭐고 검증이고 화끈하게 김정은은 하라고 지시할 거다. 지난번처럼 지지부진하게 꼼수 쓰고 하다가는 죽도 밥도 안 되고 압박과 제재밖에 안 들어올 테니 그런 짓을 하지마라. 92년에 수령님 계실 때 하던 거하고, 90년대 중반 2000년대 초중반에 장군님 계실 때와 다르다, 우리 능력이 달라졌다, 미국이 일단 만나주지 않는가, 어떻게 악마화 시킨 나를 싱가포르에서 똑같은 걸음 걸어서 성조기하고 인공기 앞에서 악수를 하는 장면을 그 누가 상상했겠는가, 이 정도까지 됐으니 물질이고 시설이고 무기고 기술이고 화끈하게 폐기하라, 그리고 와서 보라고 해라(고 지시했을 거다).”

(단 미국도 거기에 상응해서 해야 한다?)
“물론이지. (김 위원장은) 핵에 대해 검증에 애를 먹인다던지 이런 식으로 전제를 하고 시비를 걸지 못하게 해라, 왜냐하면 북미수교에 대해서 확실하게, 손에 잡히는 북‧미수교의 프로세스를 잡아야 하기 때문에 그러려면 그들에게 손에 잡히는 걸 해줘야 한다, 과거처럼 꼼수를 쓰거나 살라미 전술을 쓸 상황이 아니다, 시간이 없다, (이렇게 생각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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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반도 브리핑 (18) “‘경제적 번영’ 언급보다 북·미 수교 입구 제시해야”
    • 입력 2018-07-15 09:11:44
    • 수정2018-07-15 09:32:48
    정치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6·12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2018.6.13)
다음은 북·미관계에 대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과의 인터뷰 전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한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에 ‘비핵화’ 언급이 없다는 것 때문에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미국 사람들이 상호주의 관점이 없고 일방주의다. 비핵화는 미국이 요구하는 거다. 새로운 관계는 북한이 요구하는 거다. 비핵화를, 즉 이번에 6‧12 정상선언의 특징은 뭐냐면, 비핵화와 북‧미수교를 병렬적으로 얘기하면서 오히려 순서는 새로운 북‧미관계를 1항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평화체제, 평화구축이고 3번에 비핵화다. 유해는 별개 문제다. 이건 비핵화 문제가 아니다. 그러니까 1항 새로운 관계 정립, 2항 한반도 평화구축, 3항 비핵화가 거의 동시에 병행돼야 한다는 인식의 토대에서 만든 합의서다.

6‧12 북‧미 공동성명, ‘새로운 관계‧평화체제‧비핵화’ 명시

그리고 정확히 말한다면 그 동안 북한이 자신이 핵을 가지려는 것의 이유랄까, 이것이 미국의 대북 압살 정책, 적대시 정책 때문이라고 수없이 얘기했는데, 미국은 그 동안 귓등으로도 안 듣고 북한이 핵을 가지려는 것은 배드 비헤비어(나쁜 행동)이기 때문에 리워드(보상) 없이 비핵화해야 한다는 논리로 압박해 왔다. 특히 부시 정부 때의 네오콘들이야말로, 북한이 핵을 가지려는 것은 배드 비헤비어다, 따라서 줘선 안 된다, 협상 자체도 안 된다는 식으로 버틴 사람도 있었지만, 그래도 협상으로 문제는 풀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나갔다가 그 다음날 깼지만, 9‧19 공동성명을.

그 동안에 94년 제네바 기본합의나 2005년 9‧19공동성명의 합의 내용 순서를 보면 1 비핵화, 2가 북미수교고, 3이 경제 지원, 4가 평화체젠데 이번엔 그것이, 북‧미수교가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 평화체제가 중간으로 가고 세 번째에 비핵화가 갔다. 비핵화를 하려면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정리가 되고, 항구적인 평화를 보장하는 여러 장치가 마련되면 우리가 핵을 가질 이유가 없다는 북한의 논리, 주장이 이번에 6‧12 공동선언의 기본 철학이 됐다.

”폼페이오, 미국 해야 할 것들 언급 않고 북한에 비핵화 요구만 해“

이것을 미국 언론이 6‧12 공동선언의 논리 구조를 조금만 관심 있게 보면 비핵화에 대한 얘기가 하나도 없다는 소리를 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미국이 이미 일본에 북‧미수교 얘기를 해줬기 때문에 북‧미수교가 언급이 없으면 이 사람들은 한 발짝도 나가지 않을 거다. 이번에 폼페이오가 가서 빈손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은 비핵화를 강력하게 압박했지만, 여론이 하도 나쁘니까, 비핵화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량 언제까지는 연락사무소를 만들 수 있으니까 그 때까지는 거기에 맞춰 신고와 검증이 끝나야 하고, 그 다음에 연락사무소 개설 이후에 정식 대사관 설립까지는 이러이러한 프로세스가 끝나야 하고, 이걸 연결시켜서 얘기했어야 한다.

또 종전선언과 관련해서도 얘기를 해줘야 하는데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얘기가 없으면서 비핵화에 대해 얘기하라니까 북한으로선 그래서 강도라는 거다. 자기들이 해야 할 도리는 일체 언급하지 않으면서 북한에게만 비핵화하라니까, 이건 어떻게 보면 북‧미 공동선언에 대한 스스로의 무시랄까, 이렇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북한으로선 버틸 수밖에 없는 거다. 미국이 생각을 바꿔서 북‧미수교와 종전선언 이후의 평화체제 구축 관련 프로세스를 어떻게 비핵화와 시퀀싱 할 것인지, 그 얘기를 해줘야 속도가 나가는 거 아니야.”

(유해 송환 얘기로 돌아가면, 보상 문제로 장성급으로 가는 거 같다고 하셨는데)
“그렇게 짐작하는 거다.”

“미군 유해, 네오콘 득세 때도 실비 보상하고 송환”

(거기서 궁금한 게 하필이면 왜 창구가 유엔사냐는 건데? 미군 모자가 아니고 유엔사 모자로 나오라는 건데?)
“그 동안 (북한은) 군사정전위원회가 없어졌다고 했다. 북한은 중국도 철수시켜버리고 자신은 조선인민군 판문점대표부라는 이름으로 남쪽 유엔사와 접촉 했다. 그런데 실질적으로는 미국 장성이지만 유해 문제를 다루려면 법적으론 그 당시에 유엔군 자격으로 온 사람들이니까 그런 게 아닐까.”

(그런데 이제까지 유해 송환은 미군 자격으로 한 건데, 이번엔 왜 유엔군 사령부 자격으로 나오라는 것일지?)
“그것까진 잘 모르겠다, 어떤 깊은 뜻이 있는지. 이게 그렇게 되면 90년 아버지 부시 때부터 2005년 아들 부시 때까지, 클린턴 때를 포함해서 미군이 유해를 직접 발굴해 왔다. 총 660 몇 구를 발굴했는데, 총 220~230만 달러, (유해 한) 구당 3만 5천 달러 정도 줬다고 한다. 330구 정도는 신원을 확인했고 나머지는 찾지 못했다는데, 미군이 아닌 유해도 있었을 거고. 그때 3만 5천 달러면 지금 10만 달러가 넘을 거다. 그때 (북으로선) 이미 실비 보상이 이뤄졌는데 그건 경제 지원도 아니고 비핵화 대가도 아니고 선례가 이미 구축된 실비 보상인데 이것도 안 해주고 송환해달라고 하느냐. 그러니까 지난번 싱가포르에서 유해 송환을 빨리 가자고 원칙적 합의를 할 때, 트럼프가 막 예고 방송을 했는데 쉽게 생각한 거지. (북한이) 공짜로 해주지 않겠느냐 한 거 같다. 북한 입장에서는 과거 선례가 있으니까, 더구나 실무자들 입장에서는 꼭 미국을 애먹이려는 게 아니라, 네오콘도 돈 내고 송환해 가져같습니다, 얘기는 해보겠습니다 할 수 있지.”

“폼페이오 ‘베트남 연설’은 ‘리비아 방식’ 연상”

(앞으로 제대로 못 나가는 상황에서 유해 송환이 이뤄지지 않고, 거기에 돈 문제까지 부각되면 더 꼬이는 거 아닌지?)
“이게 비핵화와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 공동선언이 비핵화까지 3개항으로 끝났으면 깨끗한 건데, 이건(유해 송환은) 별도의 실무 회담을 통해서 풀었어야 하는데 거기에 묶은 게 패착, 잘못이다. 돈 문제라곤 해도 이건 비핵화의 대가는 아니다. 분명히 해야 한다. 돈이 가더라도 비핵화에 대한 보상은 아니다. 오히려 비핵화를 하면 베트남식으로 잘 살 수 있을 거다 하는데, 그것도 동문서답이다. 왜냐하면 북한은 비핵화를 할테니 수교해주고 군사적으로 치지 않겠다는 약속, 1항 2항을 하면 3항은 자동적으로 하겠다는 거다. 1항, 2항에 돈 들어가는 얘기는 없다. 돈 문제는 없다. 그런데 자꾸 가서 비핵화를 하면, 베트남까지 가서 폼페이오가, 비핵화하면 베트남처럼 번영할 것이다 하는데, 그 얘기는 다시 리비아 방식으로 돌아가는 거다. 선비핵화를 하면 미국이 경제 지원이리가 보다는 투자를 허용하는 방식으로 해서 베트남처럼 잘 살게 될 것이다 하니까, 북한 입장에서 보면 폼페이오의 베트남 연설은, 다시 미국이 볼튼이 했던 리비아 방식으로 되돌아갔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북한이 그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어 보인다)
“동문서답이다. 북한은 지금까지 비핵화의 대가로 돈 얘기를 꺼낸 적이 한 번도 없다. 미국이 우리를 군사적으로 치지 않겠다는 체제 보장을 해주면 핵을 가질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거다). 체제 보장은 두 가진데, 정치적으론 외교고 군사적으론 불가침, 평화협정인데, 자꾸 돈 달라고 핵 문제를 일으킨 것처럼 성격 규정을 하니까 북한이 나쁜 놈이 되는 거다. 악마화시키는 출발이다, 그게.”

“미, 경제지원 거론하며 비핵화 요구…북 거부하면 ‘악마화’”

(그 지점이 이전과 달라졌다, 김정일 시대와 김정은 시대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있다. 김정일 때는 경제 지원을 제시해도 쳐다보지 않았다면 김정은은 경제 집중 노선 얘기하고 원산갈마도 얘기하고, 김정은은 경제에 굉장히 관심이 많구나, 그렇다면 경제를 모티브로 끌어올 수 있지 않냐는 주장이 있다.)
“미국의 생각이 그렇다. 제네바 기본합의도 북한은 수교를 요구하는데 1항과 2항만 바꾸면 되는데 미국이 경수로 지원하겠다고 하고, 돈은 우리보고 내라 하고. 9‧19 공동성명도 보면 1항 북한 비핵화, 2항 북‧미수교 북‧일수교, 3항 경제지원, 4항 평화체제다. 경제 지원을 끼워놓으면 북한이 가난한 나라라 돈 때문에 말을 들을 거라는 금전만능주의적 사고로 해놓고, 돈까지 주려는데 해결 안 하고 계속 딴소리한다는 식으로, 북한을 악마화하는 카드로 써왔다. 경제지원 해주겠다는 데 왜 핵을 포기하지 않냐는 건데, 그건 최근 세기적 만남에서 합의된 북미 공동선언의 기본 구도와 전혀 관계없는 얘기다, 돈 얘기는. 거기 돈 얘기가 어디 있나?”

북·미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하는 트럼프 대통령(2018.6.12, 싱가포르)
(자체엔 없다)
“자체에 없으면 문서화 되지 않았으면 그건 소용없는 거다. 그리고 비록 단독 회담이나 확대 정상회담에서 미국 혼자 돈 애기를 했다고 하더라도 북한이 하자고 하기 전에는 안 들은 것과 똑같은 거고 합의하지 않은 거다. 트럼프도 자꾸 경제적 번영을 얘기하는데 그건 초점이 안 맞는 얘기다.”

(폼페이오 3차 방북 때 모두 발언에서 공개된 걸 봐도 김영철이, 조선의 번영은 미국이 가져오는 게 아니다고 했다)
“그 사람들(북한)이 이명박 때의 비핵 개방 3천 때도 반론 했지만, 3천 달러를 만들면 우리가 만들지 왜 너희한테 해달라고 하느냐, 택도 없는 소리마라, 그 사람들은 경제에서 자립이요 사상에서 주체요 정치에서 자준데, 그걸(경제 지원) 뭐 요구해.”

“북·미수교로 ‘완전한 비핵화’ 견인…‘핵 없는 한반도’ 결론 내야”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 한미가 말하는 비핵화가 같지 않은 게 아니냐, 또 판문점 실무회담에서도 개념에 대해 합의하지 못했다는데?)
“그건 우물가에서 숭늉 달라는 건데, 그동안 북한이 핵 문제를 가지고 협상한 게 25년이다. 4반세기를 협상하면서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가 뭔지 호상간에 너무 잘 아는 거다. 같은 용어를 써도 머리로 딴 생각을 할 수는 있다. 그런데 이번에 저렇게 직접 만나서 북‧미수교 약속까지 받아내면서 나중에 딴소리를 또 할 생각으로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썼겠는가. 또 완전한 비핵화도 그냥 하지 않고 판문점선언에서 약속한 완전한 비핵화를 인용했다. 그렇다면 남북 간에 합의한 비핵화라는 것은 이 문제 때문에 미국이 딴소리를 못 할 정도로, 말하자면 한반도의 비핵화니 말을 바꿔서 전략 무기가 이쪽의 군사훈련 중에 나오지 말아야 하는 식, 나중에 토 다는 식으로 얘기하지 말고 확실하게 해라, 그래야 우리가 사는 거지.”

(완전한 비핵화도 있지만 그 뒤에 ‘핵 없는 한반도’도 합의했다)
“핵 없는 한반도라는 것이 소위 지상을 얘기하냐, 해역까지 얘기하냐, 공중까지 얘기하냐, 해석의 문제다. 핵 없는 한반도라고 할 때 칼빈슨 호, 레이건 호, B-1B, B-52 이런 것들이 괌에서 핵폭탄 싣고 쓱 한 바퀴 돌지 말라는 거였다. 비핵지대화인데, 다시 한반도 비핵화로 범위가 좁혀진 거다, 사실상. 그러면 비핵지대화에서 한반도 비핵화로 말이 바뀌면 그냥 바뀐 게 아니다. 반도라면 땅덩어리 얘기한 거고 여기에 북한 거 없애고 한국 거, 말하자면 한국 해역에 너무 가까이 오는 것은 우리 북한을 위협하는 핵폭탄을 실은 전략폭격기의 출몰은 앞으로 삼가달라는 얘기를, 미국도 반드시 북한이 얘기하리라고 예견하고 있을 거고. 핵 협상 과정에서 결론 내려야 할 거다. 그걸 정상이 만나 그것까지 어떻게 합의하겠냐. 아주 세부적인 각론 중의 각론인데.”

“비핵화 시간표 받으려면 북·미수교 시간표 줘야”

(미국이 훈련 중단 등 양보했는데, 북도 뭔가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왜 시간표를 내놓치 않느냐는 주장도 있다)
“그러니까 비핵화의 시간표를 왜 못 받았느냐는 건데, 비핵화의 시간표를 받으려면 북‧미수교의 시간표를 줘야 한다. 미국 사람들 절대 다수가 미국은 우월적 위치에 있기 때문에 상호주의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런데 합의서는 상호주의로 돼 있다. 북‧미수교에 대한 아무 비전도 일정표도 안 갖고 온 사람이 북한에 대해 김정은한테 완전히 끌려갔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욕을 먹고 있으니 시간표 내놔라, 그쪽(북)에선 거절은 아니지만, 교환조건인데, 북‧미수교에 대한, 평화구축에 대한 아무런 비전 제시도 없고 또는 어느 입구로 들어가자는 입구도 얘기하지 않고, 북‧미수교의 입구가 있다.

예를 들면 언제까지 연락사무소 설치를 위해 기왕에 폼페이오가 갔을 때부터 체류하기 시작한 KMC(미국 CIA 산하의 ‘코리아미션센터’) 멤버들은 앞으로도 당분간 늘리고 또 연락사무소로 발전시킨다는 의미에서 숫자를 늘리겠다던지, 그런 식의 일정표가 있다. 또 종전선언도, 미국이, 중국이 들어오는 거 못마땅하다, 우리 둘이 하면 안 되냐고 분명히 얘기하던지. 남북미 하자는 얘기만 해서 한국 정부만 곤란하게 만들고. 왜냐하면 5월 4일에 시진핑과 어렵게 통화하면서, 남북 정상회담 후에 시진핑이 삐쳤는데, 어렵사리 전화하면서 종전선언에 중국도 들어와야 한다고 얘기했는데, 5월 22일 한미 정상회담하고선 남북미 종전선언 얘기를 해버렸다. 문 대통령이 5월 4일 시진핑한테 한 얘기를 뒤집은 거지. 이렇게 한국 정부도 곤란한데, 복잡한 문제에 대해 미국이 가닥을 쳐줬어야 한다. 한국은 중국까지 넣자는데 우리(미국)는 절대로 안 된다. 무역 문제도 있고 중국과는 이런 거 하기 싫으니까 북한이 양해를 하고, 부담 덜어줄게. 중국이 자꾸 압박하는 거 같은데 (6월) 19일에 불러내는 거 보니까, 이거 보면 종전선언에 들어오겠다는 거 같은데, 종전선언엔 안 들어오지만 평화협정은 언제부터 시작하는데 그때는 중국이 반드시 들어온다는 것을 내가 약속한다,

이런 식으로 입구를 분명히 얘기해줘야 한다. 그러니까 북‧미수교의 입구, 평화구축의 입구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으면서 비핵화의 입구에 대해선 얘기 하라고, 시간표를 내놓치 않았다면 너무 일방적인 거다.”

“김정은, 화끈한 폐기·검증 나설 듯”

(과연 북이 검증을 받아들이겠느냐, 검증을 할 수 있느냐, 이런 우려가 있다. 1차 핵 위기의 경험으로 봐도 그렇고 검증이 핵심 중의 핵심일 텐데 북이 받아들이겠느냐는 끊임없는 의혹 제기가 있다)
“전혀 무리한 추측, 전망은 아니다. 왜냐하면 그때는 능력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아주 미약한 걸 가지고 협상 카드로 쓰려고 보니까 살라미 전술도 써야하고 상대방을 피곤하게 만들어서 보여주는 대가로 반대급부를 받아내려 하고. 그때는 빅딜을 할 수 없는 조건에서 받아내려 보니까 꼼수를 쓴 거다. 그런데 지금은 빅딜을 할 수 있게 됐다. 13,000km짜리 ICBM에 여섯 번의 핵실험을 통해, 수소탄 직전까지 되고나니까 그렇게 험한 말을 쏟아내던 트럼프도 입을 싹 닫았다.

그리고 북한은 12월 5일부터 9일까지 평양에 들어왔다 나간 제프리 펠트만의 방북에 대해 굉장히 의미심장한 사인으로 봤을 거다. 미 국무부에서 차관까지 일한 사람이고 유엔에 가서 정무담당 사무차장을 하고 있는데, 94년 카터 대통령이 평양에 들어갈 때와 똑같은 거의 일종의 정치적 의미를 가지고 (평양에) 들어왔다고 봤을 거다. 조용히 갔고 국무부 관리가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유엔 일이고 대통령 급의 저명인사도 아니지만. 사무차장이, 국무부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 왔는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심부름으로 왔다고 생각할 사람 아무도 없다. 와서 리용호한테 하고 갔다는 얘기가, ‘오판에 의한 전쟁을 막기 위해서는 역시 대화를 해야 한다’고 했다는 거다.

미국이 그런 사인을 보냈을 때, 북한으로선 드디어 우리의 국가 핵무력이 완성되니 미국이 우리를 달리 본다, 이 한 방으로 북‧미수교를 끌어낼 수 있겠다. 한 반으로 끌어낼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이때는 협상카드다. 전에는 자위수단으로 썼겠지만 협상카드로는 힘이 없고. 이번에 확실하게 미국이 겁을 낼 정도로 존중하는 상황에서 북미수교를 끌어내기 위해서 실무고 뭐고 검증이고 화끈하게 김정은은 하라고 지시할 거다. 지난번처럼 지지부진하게 꼼수 쓰고 하다가는 죽도 밥도 안 되고 압박과 제재밖에 안 들어올 테니 그런 짓을 하지마라. 92년에 수령님 계실 때 하던 거하고, 90년대 중반 2000년대 초중반에 장군님 계실 때와 다르다, 우리 능력이 달라졌다, 미국이 일단 만나주지 않는가, 어떻게 악마화 시킨 나를 싱가포르에서 똑같은 걸음 걸어서 성조기하고 인공기 앞에서 악수를 하는 장면을 그 누가 상상했겠는가, 이 정도까지 됐으니 물질이고 시설이고 무기고 기술이고 화끈하게 폐기하라, 그리고 와서 보라고 해라(고 지시했을 거다).”

(단 미국도 거기에 상응해서 해야 한다?)
“물론이지. (김 위원장은) 핵에 대해 검증에 애를 먹인다던지 이런 식으로 전제를 하고 시비를 걸지 못하게 해라, 왜냐하면 북미수교에 대해서 확실하게, 손에 잡히는 북‧미수교의 프로세스를 잡아야 하기 때문에 그러려면 그들에게 손에 잡히는 걸 해줘야 한다, 과거처럼 꼼수를 쓰거나 살라미 전술을 쓸 상황이 아니다, 시간이 없다, (이렇게 생각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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