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의 나라]⑤ 배달 음식, 도시락 포장재…1인 가구가 부른 쓰레기의 비극

입력 2019.04.06 (07:03) 수정 2019.04.14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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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텔 분리수거장, 배달음식·도시락 쓰레기 가득
1인당 쓰레기, 1인 가구가 4인 가구보다 2배 많아
쓰레기 늘어나는데…매립·소각 줄인다
퇴로 막힌 쓰레기, 치솟는 처리단가

서울시 마포구의 한 번화가.

광화문과 여의도 사이에 있는 이곳에는 직장인들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사무실 겸 주거공간으로 쓰고 있는 오피스텔도 많은데요. 이곳에 혼자 사는 직장인이 많이 산다고 해서 찾아가 봤습니다.

오후 4시를 조금 넘긴 시각. 식사 시간이라고 보기엔 다소 애매한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건물 입구에는 배달용 오토바이가 2대 서 있고, 헬멧을 쓴 배달원들이 배달음식을 들고 분주히 로비를 오갑니다.

늦은 오후 서울 마포구의 번화가 모습, 주상복합 형태의 고층 빌딩들이 눈에 띈다늦은 오후 서울 마포구의 번화가 모습, 주상복합 형태의 고층 빌딩들이 눈에 띈다

오피스텔 뒤편에 있는 분리수거장으로 가 봤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아파트에 있는 분리수거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입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모으는 통이 따로 있고 플라스틱과 유리병, 고철 등을 모으는 분리수거함이 제법 잘 정돈돼 있습니다.

한 오피스텔 뒤편에 마련된 쓰레기 분리수거장한 오피스텔 뒤편에 마련된 쓰레기 분리수거장

그런데 자세히 보니 유독 많은 플라스틱 포장재가 눈에 띕니다. 배달 음식이나 도시락 등을 먹고 버린 플라스틱 용기가 마대자루에 담겨있는데 이런 음식물 포장재가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플라스틱용 분류함에는 음식물 포장재가 유독 눈에 많이 띈다플라스틱용 분류함에는 음식물 포장재가 유독 눈에 많이 띈다

그리고 플라스틱 포장재에는 대부분 음식물이 묻어있어 재활용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스티로폼 재질의 컵라면 용기도 포개져 플라스틱 마대자루에 담겨있습니다. 속이 라면 국물로 벌겋게 변색돼 실은 일반 쓰레기로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려야 하는 품목입니다. 비닐류 자루에는 음식물을 담은 듯 제법 묵직한 쓰레기가 검은 봉지째 들어 있었습니다. (분리수거 업자한테 물어보니 이런 검은색 비닐봉지가 가장 무섭다고 하네요. 직접 남의 쓰레기를 뒤져보니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는 것 같습니다)

비닐류 분류함에 들어있던 정체를 알고 싶지 않은 검은색 비닐봉지. 무게가 상당히 묵직하다비닐류 분류함에 들어있던 정체를 알고 싶지 않은 검은색 비닐봉지. 무게가 상당히 묵직하다

때마침 쓰레기를 버리러 나온 입주민에게 물어봤습니다. 혼자 살고 있다는 이 남성은 "사람들이 배달음식을 많이 시켜먹는다"라고 말합니다. 이곳 오피스텔에는 300여 가구(혹은 사무실이)가 입주해 있습니다.

오피스텔 1층에 마련된 편의점. 일회용 플라스틱으로 포장된 도시락이 가득하다오피스텔 1층에 마련된 편의점. 일회용 플라스틱으로 포장된 도시락이 가득하다

1층 로비 한편에 있는 편의점에는 플라스틱과 비닐로 포장된 도시락이 매대 한쪽을 채우고 있습니다. 전자레인지에 데우기만 하면 가볍게 한 끼를 때울 수 있어 입주민들이 많이 구매한다고 합니다.

다른 오피스텔을 가봐도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족발이 담겼을 법한 큼직한 플라스틱 포장재부터 쌈장이 담긴 채 버려진 플라스틱 종지. 종이류인지 스티로폼인지 늘 헷갈리는 라면 용기가 잘못 분류돼 굴러다니고,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따끈한 공깃밥을 채울 수 있는 간편조리식 쌀밥 용기랑 편의점 죽도 보입니다.

심지어 종량제 봉투에 담아야 버릴 수 있는 쓰레기 수거함에는 생수통처럼 분리수거 가능한 플라스틱이 들어있고, 먹다 버린 도시락을 종이봉투에 담아 그냥 던져놓은 것도 있습니다.

한 오피스텔 뒤편에 마련된 일반쓰레기용 수거함. 종량제 봉투에 들어있지 않은 쓰레기도 마구 버려져 있다한 오피스텔 뒤편에 마련된 일반쓰레기용 수거함. 종량제 봉투에 들어있지 않은 쓰레기도 마구 버려져 있다

종량제 봉투에 담긴 쓰레기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닙니다. 재활용할 수 있는 탄산음료 캔은 물론 통조림 캔이 종량제 봉투에 들어있기도 합니다.

마침 슬리퍼를 신고 바람을 쐬러 나온 입주민이 눈에 띄어 말을 걸었습니다. 30대 직장인이라는 이 모 씨는 "아무래도 혼자 살다 보니 배달음식을 많이 시켜먹는다"라며 "귀찮기도 하고 직접 해먹을 시간도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지자체 쓰레기 수거 담당자에게 물었습니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1인 가구가 많다 보니 택배나 배달음식도 많지만 기본적으로 분리배출(분리수거)이 제대로 안 되는 편"이라며 "음식물이 묻어 있는 경우가 많아 선별장에 가면 인력난 때문에 그냥 버려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라고 말했습니다.

■ 1인당 쓰레기, 4인 가구보다 1인 가구가 2배 많다

그러니까 1인 가구 증가가 전체 쓰레기 증가에 일조하고 있는 겁니다. 환경부가 집계한 '4차 전국 폐기물 통계조사'(2013년)를 보면 1인당 쓰레기는 가구원이 적을수록 많았습니다. 4인 가구에서 발생하는 쓰레기가 1인당 하루 평균 103g이었는데, 3인 가구에서는 135g, 2인 가구에선 145g까지 상승합니다. 1인 가구로 보면 207g, 4인 가구보다 딱 2배 넘는 규모입니다.

1인 가구는 어느새 대세로 자리 잡았습니다. 2000년에만 해도 1인 가구는 222만 가구(15.5%) 정도였는데 어느새 562만 명(2017년)으로 증가해 우리나라 가구 형태 중 가장 많은 비중(28.6%)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전체 쓰레기 발생량도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 쓰레기 발생량은 하루 평균 41만 톤(가정 외에도 사업장, 건설 현장에서 나온 폐기물을 모두 합친 수치)입니다. 2000년에는 22만 톤이었는데 17년 사이에 1.8배 증가했습니다.

■ 쓰레기 질도 나빠진다…플라스틱 사용 대국, 코리아

쓰레기의 양도 늘어나지만, 질도 나빠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포장용 플라스틱 사용량이 세계 2위에 달합니다. 유럽플라스틱제조자협회(EUROMAP)이 세계 63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플라스틱(PET, PE, PP, PVC 등) 사용량 자료를 보면 2015년 한국의 1인당 연간 포장용 플라스틱 사용량은 61.9kg입니다. 1인당 85.1kg을 사용하는 벨기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규모인데 미국(48.7kg)이나 중국(24.0kg)보다도 많습니다.


여기에는 1인 가구 증가는 물론 배달 음식 문화도 한몫했을 겁니다. 또 배달을 시키지 않더라도 요즘 웬만한 음식점에서는 대부분 메뉴가 포장이 가능합니다.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을 제한하고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에 종이 빨대를 도입하고 포장재 생산자의 책임을 묻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실시하고 있지만, 여전히 일회용 포장재를 사고파는 일은 너무도 쉽습니다. 당장 포털사이트에서 '포장 용기'라고 검색만 하면 1개당 가격이 몇십 원~몇백 원에 불과한 각양각색의 플라스틱 용기를 손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포털사이트에서 ‘포장 용기’라고만 검색해도 얼추 10만 개가 넘는 상품이 뜬다포털사이트에서 ‘포장 용기’라고만 검색해도 얼추 10만 개가 넘는 상품이 뜬다

우리나라 플라스틱 사용량은 2010년 57.38kg에서 2015년 61.97kg으로 증가했는데, EUROMAP은 이러한 추세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플라스틱 사용은 미세플라스틱 문제로 이어져 해양 생태계 파괴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에 환경부도 올해 업무계획에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내용을 담는 등 대책 마련에 착수했습니다.

■ 치솟는 매립·소각 단가, 퇴로 막힌 쓰레기

이렇게 쓰레기가 꾸준히 늘어나다 보니 매립하거나 소각하는 비용도 치솟고 있습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6년 1톤당 7만 원이었던 매립 단가가 2019년 14만 원으로 3년 새 2배나 뛰었습니다. 소각단가도 2016년 18만 원에서 2019년 26만 원으로 44% 증가했습니다. 인천에서 10년 넘게 고물상을 운영하고 있는 곽점근 씨는 "쓰레기는 넘쳐나는데 소각장이 부족하다 보니 최근 들어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라며 "수지가 맞지 않아 사업장을 운영하는 것이 어렵다"라고 토로합니다.


지난해 1월 재활용 쓰레기 최대 수입국이었던 중국이 폐플라스틱 등 폐기물 24종 수입을 중단하면서 재활용폐기물 수출이 가로막힌 상태입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소각, 매립 비율을 더 줄인다는 계획을 발표합니다. 환경부는 지난해 9월 제1차 자원순환기본계획(2018~2027)을 내놓고 앞으로 폐기물을 매립하거나 소각하는 대신 물질 재활용을 늘리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9.1%인 폐기물 매립 비율도 3%까지 줄여나가기로 했습니다.

정리하자면 쓰레기는 늘고 퇴로는 막혀가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쓰레기가 쌓일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쓰레기 처리의 90% 이상을 폐기물 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구조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은 제대로 작동될 수 있을까요? 이 틈을 불법이 파고듭니다. 불법과 편법이 판을 치는 폐기물 시장, 다음 편에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우리 동네 불법 쓰레기를 공개 수배합니다!

아래 링크를 참조하셔서 현장의 사진이나 영상을 byun@kbs.co.kr로 보내주시면 지도에 반영하고 소정의 상품도 드립니다.

**불법 쓰레기 좌표**
https://bit.ly/2TOHc6A

- KBS 디지털뉴스제작부 '쓰레기의 나라' 제작진

[연관기사]
[쓰레기의 나라]① 명산 자락에 썩어가는 폐기물 6천톤
[쓰레기의 나라]② 농공단지까지 침투한 쓰레기…전국 120만톤
[쓰레기의 나라]③ 지도로 보는 우리동네 쓰레기 현황
[쓰레기의 나라]④ 우리는 어쩌다 ‘쓰레기 대한민국’이 되었나?
[쓰레기의 나라/번외편] 우리 동네 불법 쓰레기를 찾아라
[쓰레기의 나라]⑤ 배달 음식, 도시락 포장재…1인 가구가 부른 쓰레기의 비극
[쓰레기의 나라]⑥ 수천억 원 오가는 불법폐기물 ‘쩐의 전쟁’
[쓰레기의 나라]⑦ 그들은 왜 ‘쓰레기 산’ 남긴 채 떠났나?
[쓰레기의 나라]⑧ 치워도 또 생긴다…시험대 오른 쓰레기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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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쓰레기의 나라]⑤ 배달 음식, 도시락 포장재…1인 가구가 부른 쓰레기의 비극
    • 입력 2019-04-06 07:03:03
    • 수정2019-04-14 07:16:43
    취재K
오피스텔 분리수거장, 배달음식·도시락 쓰레기 가득
1인당 쓰레기, 1인 가구가 4인 가구보다 2배 많아
쓰레기 늘어나는데…매립·소각 줄인다
퇴로 막힌 쓰레기, 치솟는 처리단가

서울시 마포구의 한 번화가.

광화문과 여의도 사이에 있는 이곳에는 직장인들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사무실 겸 주거공간으로 쓰고 있는 오피스텔도 많은데요. 이곳에 혼자 사는 직장인이 많이 산다고 해서 찾아가 봤습니다.

오후 4시를 조금 넘긴 시각. 식사 시간이라고 보기엔 다소 애매한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건물 입구에는 배달용 오토바이가 2대 서 있고, 헬멧을 쓴 배달원들이 배달음식을 들고 분주히 로비를 오갑니다.

늦은 오후 서울 마포구의 번화가 모습, 주상복합 형태의 고층 빌딩들이 눈에 띈다
오피스텔 뒤편에 있는 분리수거장으로 가 봤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아파트에 있는 분리수거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입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모으는 통이 따로 있고 플라스틱과 유리병, 고철 등을 모으는 분리수거함이 제법 잘 정돈돼 있습니다.

한 오피스텔 뒤편에 마련된 쓰레기 분리수거장
그런데 자세히 보니 유독 많은 플라스틱 포장재가 눈에 띕니다. 배달 음식이나 도시락 등을 먹고 버린 플라스틱 용기가 마대자루에 담겨있는데 이런 음식물 포장재가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플라스틱용 분류함에는 음식물 포장재가 유독 눈에 많이 띈다
그리고 플라스틱 포장재에는 대부분 음식물이 묻어있어 재활용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스티로폼 재질의 컵라면 용기도 포개져 플라스틱 마대자루에 담겨있습니다. 속이 라면 국물로 벌겋게 변색돼 실은 일반 쓰레기로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려야 하는 품목입니다. 비닐류 자루에는 음식물을 담은 듯 제법 묵직한 쓰레기가 검은 봉지째 들어 있었습니다. (분리수거 업자한테 물어보니 이런 검은색 비닐봉지가 가장 무섭다고 하네요. 직접 남의 쓰레기를 뒤져보니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는 것 같습니다)

비닐류 분류함에 들어있던 정체를 알고 싶지 않은 검은색 비닐봉지. 무게가 상당히 묵직하다
때마침 쓰레기를 버리러 나온 입주민에게 물어봤습니다. 혼자 살고 있다는 이 남성은 "사람들이 배달음식을 많이 시켜먹는다"라고 말합니다. 이곳 오피스텔에는 300여 가구(혹은 사무실이)가 입주해 있습니다.

오피스텔 1층에 마련된 편의점. 일회용 플라스틱으로 포장된 도시락이 가득하다
1층 로비 한편에 있는 편의점에는 플라스틱과 비닐로 포장된 도시락이 매대 한쪽을 채우고 있습니다. 전자레인지에 데우기만 하면 가볍게 한 끼를 때울 수 있어 입주민들이 많이 구매한다고 합니다.

다른 오피스텔을 가봐도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족발이 담겼을 법한 큼직한 플라스틱 포장재부터 쌈장이 담긴 채 버려진 플라스틱 종지. 종이류인지 스티로폼인지 늘 헷갈리는 라면 용기가 잘못 분류돼 굴러다니고,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따끈한 공깃밥을 채울 수 있는 간편조리식 쌀밥 용기랑 편의점 죽도 보입니다.

심지어 종량제 봉투에 담아야 버릴 수 있는 쓰레기 수거함에는 생수통처럼 분리수거 가능한 플라스틱이 들어있고, 먹다 버린 도시락을 종이봉투에 담아 그냥 던져놓은 것도 있습니다.

한 오피스텔 뒤편에 마련된 일반쓰레기용 수거함. 종량제 봉투에 들어있지 않은 쓰레기도 마구 버려져 있다
종량제 봉투에 담긴 쓰레기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닙니다. 재활용할 수 있는 탄산음료 캔은 물론 통조림 캔이 종량제 봉투에 들어있기도 합니다.

마침 슬리퍼를 신고 바람을 쐬러 나온 입주민이 눈에 띄어 말을 걸었습니다. 30대 직장인이라는 이 모 씨는 "아무래도 혼자 살다 보니 배달음식을 많이 시켜먹는다"라며 "귀찮기도 하고 직접 해먹을 시간도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지자체 쓰레기 수거 담당자에게 물었습니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1인 가구가 많다 보니 택배나 배달음식도 많지만 기본적으로 분리배출(분리수거)이 제대로 안 되는 편"이라며 "음식물이 묻어 있는 경우가 많아 선별장에 가면 인력난 때문에 그냥 버려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라고 말했습니다.

■ 1인당 쓰레기, 4인 가구보다 1인 가구가 2배 많다

그러니까 1인 가구 증가가 전체 쓰레기 증가에 일조하고 있는 겁니다. 환경부가 집계한 '4차 전국 폐기물 통계조사'(2013년)를 보면 1인당 쓰레기는 가구원이 적을수록 많았습니다. 4인 가구에서 발생하는 쓰레기가 1인당 하루 평균 103g이었는데, 3인 가구에서는 135g, 2인 가구에선 145g까지 상승합니다. 1인 가구로 보면 207g, 4인 가구보다 딱 2배 넘는 규모입니다.

1인 가구는 어느새 대세로 자리 잡았습니다. 2000년에만 해도 1인 가구는 222만 가구(15.5%) 정도였는데 어느새 562만 명(2017년)으로 증가해 우리나라 가구 형태 중 가장 많은 비중(28.6%)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전체 쓰레기 발생량도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 쓰레기 발생량은 하루 평균 41만 톤(가정 외에도 사업장, 건설 현장에서 나온 폐기물을 모두 합친 수치)입니다. 2000년에는 22만 톤이었는데 17년 사이에 1.8배 증가했습니다.

■ 쓰레기 질도 나빠진다…플라스틱 사용 대국, 코리아

쓰레기의 양도 늘어나지만, 질도 나빠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포장용 플라스틱 사용량이 세계 2위에 달합니다. 유럽플라스틱제조자협회(EUROMAP)이 세계 63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플라스틱(PET, PE, PP, PVC 등) 사용량 자료를 보면 2015년 한국의 1인당 연간 포장용 플라스틱 사용량은 61.9kg입니다. 1인당 85.1kg을 사용하는 벨기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규모인데 미국(48.7kg)이나 중국(24.0kg)보다도 많습니다.


여기에는 1인 가구 증가는 물론 배달 음식 문화도 한몫했을 겁니다. 또 배달을 시키지 않더라도 요즘 웬만한 음식점에서는 대부분 메뉴가 포장이 가능합니다.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을 제한하고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에 종이 빨대를 도입하고 포장재 생산자의 책임을 묻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실시하고 있지만, 여전히 일회용 포장재를 사고파는 일은 너무도 쉽습니다. 당장 포털사이트에서 '포장 용기'라고 검색만 하면 1개당 가격이 몇십 원~몇백 원에 불과한 각양각색의 플라스틱 용기를 손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포털사이트에서 ‘포장 용기’라고만 검색해도 얼추 10만 개가 넘는 상품이 뜬다
우리나라 플라스틱 사용량은 2010년 57.38kg에서 2015년 61.97kg으로 증가했는데, EUROMAP은 이러한 추세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플라스틱 사용은 미세플라스틱 문제로 이어져 해양 생태계 파괴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에 환경부도 올해 업무계획에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내용을 담는 등 대책 마련에 착수했습니다.

■ 치솟는 매립·소각 단가, 퇴로 막힌 쓰레기

이렇게 쓰레기가 꾸준히 늘어나다 보니 매립하거나 소각하는 비용도 치솟고 있습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6년 1톤당 7만 원이었던 매립 단가가 2019년 14만 원으로 3년 새 2배나 뛰었습니다. 소각단가도 2016년 18만 원에서 2019년 26만 원으로 44% 증가했습니다. 인천에서 10년 넘게 고물상을 운영하고 있는 곽점근 씨는 "쓰레기는 넘쳐나는데 소각장이 부족하다 보니 최근 들어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라며 "수지가 맞지 않아 사업장을 운영하는 것이 어렵다"라고 토로합니다.


지난해 1월 재활용 쓰레기 최대 수입국이었던 중국이 폐플라스틱 등 폐기물 24종 수입을 중단하면서 재활용폐기물 수출이 가로막힌 상태입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소각, 매립 비율을 더 줄인다는 계획을 발표합니다. 환경부는 지난해 9월 제1차 자원순환기본계획(2018~2027)을 내놓고 앞으로 폐기물을 매립하거나 소각하는 대신 물질 재활용을 늘리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9.1%인 폐기물 매립 비율도 3%까지 줄여나가기로 했습니다.

정리하자면 쓰레기는 늘고 퇴로는 막혀가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쓰레기가 쌓일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쓰레기 처리의 90% 이상을 폐기물 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구조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은 제대로 작동될 수 있을까요? 이 틈을 불법이 파고듭니다. 불법과 편법이 판을 치는 폐기물 시장, 다음 편에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우리 동네 불법 쓰레기를 공개 수배합니다!

아래 링크를 참조하셔서 현장의 사진이나 영상을 byun@kbs.co.kr로 보내주시면 지도에 반영하고 소정의 상품도 드립니다.

**불법 쓰레기 좌표**
https://bit.ly/2TOHc6A

- KBS 디지털뉴스제작부 '쓰레기의 나라' 제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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