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바람도 많이 불어 무서웠는데 이제는 숙달이 돼서 편해요”
2006독일월드컵 축구 본선에 나설 태극전사들의 주전경쟁이 한창인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 훈련구장 터치라인 옆에는 3층짜리 철제 구조물로 만들어진 망루가 있다.
원래 이 망루는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지난해 10월 높은 곳에서 내려보면서 선수들의 움직임을 보고 싶다며 대한축구협회에 요청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한때 의자를 놓고 앉아 '네로황제'가 로마 시내를 내려다보듯 선수들의 훈련모습을 지켜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4일부터 주인이 바뀌었다. 대표팀 훈련시간이 임박하면 일찌감치 한 보따리 짐을 짊어지고 기어오르는 사람이 있다.
축구협회 비디오 분석담당 신승순(34)씨가 바로 '망루 위의 남자'다.
신승순 분석담당은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당시 비디오 분석을 맡았던 압신 고트비 코치로부터 비디오 분석 및 촬영기술을 전수받아 이제는 명실상부하게 자리를 잡았다.
신 분석관의 업무는 대표팀 훈련 하나하나와 경기 상황을 꼼꼼하게 영상에 담은 뒤 편집과정을 거쳐 아드보카트 감독에게 전해주는 것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이 자료로 코칭스태프와 회의를 통해 선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한다.
분석은 아드보카트호에 국한하지 않는다. 올림픽 대표팀은 물론 청소년 대표팀, 여자 대표팀 등 국제대회를 앞둔 각급 대표팀의 요청이 있으면 상대국 전력분석을 위해 1년의 절반 이상을 국내외 출장에 보내고 있다.
신 씨는 "지난 2000년 축구협회에 입사한 뒤 여권을 2개나 바꿨습니다. 친구들도 전화벨이 3번 이상 울리도록 응답이 없으면 해외출장 간 줄 알더라고요"라며 웃는다.
신 씨가 자신의 일에 보람을 느끼는 것은 코칭스태프에게 전력분석 자료를 전해준다는 것 뿐 아니라 최근 영입됐던 해외 지도자들의 훈련 노하우를 국내 지도자들에게 전수해 줄 수 있는 귀중한 영상자료를 만든다는 데 있다.
신 씨는 "비싼 돈을 들여 모시고 온 해외 유명 감독들의 훈련장면을 고스란히 기록해 국내 지도자 교육과정에 사용하기도 한다"며 "특히 레이몬드 베르하이옌 피지컬 트레이너의 '파워 프로그램'은 유용한 교육자료"라고 강조한다.
하루 일과의 대부분을 야외에서 보내는 터라 시꺼멓게 그을린 피부가 걱정스러운 34살의 노총각이지만 자신이 찍은 한 컷의 영상이 한국 축구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사명감에 오늘도 신 분석관은 바람부는 망루 위에 카메라를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