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바다이야기로 본 ‘게임 정책 난맥상’

입력 2006.08.19 (21:44)

수정 2006.08.19 (22:08)

<앵커 멘트>

사행성 짙은 게임물이 전국 주택가 곳곳에 파고들 때 까지, 관계당국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난 게임 정책 전반의 난맥상을 김준호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바다이야기' 게임기로 가득한 한 성인용 게임장 앞, 경품용 상품권을 받은 사람이 환전소에서 돈으로 바꿔 다시 게임장으로 갑니다.

<녹취> "상품권은 바꿔줘요?" "밖에 나가면 바꿔주는 데가 있어요."

이 제도가 도입되면서 3천억원 대이던 게임용 경품 시장은 30조 원대에 육박할 정도로 급성장했습니다.

그런데 상품권의 98.5%가 서점이나 극장에서 본래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성인 오락실에서 현금처럼 쓰입니다.

<인터뷰> 도박 끊기 네트워크 관계자 : "원래 취지는 살릴 수 없고 도박을 부추기는 용도로 사용되기 때문에 폐지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성인 게임을 오락에서 도박으로 변질시킨 주범이라는 질타가 쏟아지자 이 제도는 도입 4년만에 폐지가 결정돼 졸속 정책의 대표적 실패 사례로 남게 됐습니다.

사실 '바다이야기'는 심의과정부터 석연치 않습니다.

경찰이 지난해 바다이야기의 사행성 여부 판단을 의뢰하자 영상물등급위원회는 개정판에 대해선 90일의 등급 보류 조치를 내렸습니다.

그러나 조사 도중 심의위원이 바뀌면서 문화부 고시에 명시된 사행성 판단 기준에 저촉되지 않는다며 결국 통과됐습니다.

표면상으로는 고시 기준에 어긋나지 않았지만 영등위 일부 위원들 조차도 '바다이야기'의 심의 통과는 문제가 있다고 여깁니다.

<녹취> 공병철 (등급보류 당시 심의위원) : "심의 통과가 문제가 있다고 보십니까? 문제가 있다고 봐야죠"

이처럼 영등위의 심의에 대해 계속 문제가 제기되면서, 결국, 심의권한은 다음달부터 새로 발족하는 게임물등급위원회로 넘어갔습니다.

규제와 단속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게임산업 주무 부처인 문화부는 그동안 영등위에 심의 기준을 강화하라는 공문만 몇 차례 보냈을 뿐 관련 법규 제정 권한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실질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관계자들은 주장합니다.

<녹취> 권장희 (전 게임 심의 위원) : "규정을 빨리 통과시켜서 규정에 따른 재심의를 해야지, 규정은 통과 안시키면서"

이처럼 사행성 높은 게임물이 이렇다할 조치없이 놓여있는사이 바다이야기는 급속도로 전국의 주택가까지 파고들었습니다.

KBS 뉴스 김준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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