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로운 유니폼’ 선수단 전원이 ‘프런트’

입력 2008.02.14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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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가 창단을 준비 중인 제8구단의 첫 훈련은 생소한 광경에서부터 출발했다.
이광환 감독은 한국야구위원회(KBO) 육성위원장 시절 썼던 'KBO' 마크가 선명히 박힌 모자와 상의 점퍼를 입었다. 짙은 파란색과 흰색이 어우러진 상의와 달리 하의는 빨간색 트레이닝 복. 유니폼이라기 보다는 '마실 나온 동네 아저씨' 복장이었다.
스카우트팀장으로 선임된 주성로 전 인하대 감독은 어디서 구했는지 '沖岩'이라는 한자가 크게 쓰인 충암고 야구부 점퍼를 입었다. "현장에서 막상 입을 옷이 없었다"는 설명.
이순철 수석코치만이 검은색 점퍼와 바지로 나름대로 '일관성'(?)을 유지했다.
전 현대 선수들의 전훈 참가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구장 정비를 위해 일찍 내려온 터라 이 감독을 비롯한 신임 코칭스태프는 예전에 입던 편한 옷으로 상견례 장에 나왔다. 이들은 아직 유니폼 치수도 재지 못했다.
반면 선수들도 유니폼 치수만 맞췄을 뿐 운동복이 없어 예전 유니콘스 복장으로 뛸 수 밖에 없는 처지. 첫 훈련이었지만 그라운드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형형색색', '다채로운 패션'이 신생구단의 현주소를 설명해 주는 듯 했다.
다행히 박노준 단장이 이날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열린 단장 회의에 참석, "다음 주 메인 스폰서를 발표하겠다"고 한만큼 새 유니폼을 받는데 걸리는 시간은 줄어들었다.
문제는 그것 뿐 아니다. 공을 나르고 마운드 나무판을 고르는 일에는 선수와 현장 직원, 코칭스태프가 직접 나섰다. 이광환 감독은 상견례 때 "급작스럽게 훈련을 치르게 돼 현재 야구장 상태가 열악하다. 선수들도 야구장에서 뛰다가 돌을 발견하면 바깥으로 내던지라"고 말했을 정도였다.
이 감독은 구장에 새로 깔 흙을 알아보기 위해 조만간 공장을 직접 찾기로 했다. 너나 할 것 없이 프런트가 해야 할 일을 떠안고 있는 셈.
신생구단은 전 현대 프런트 직원들을 대부분 고용 승계했지만 이날 서귀포에 온 이는 최창복 운영팀장과 홍보팀의 김기영 대리 뿐이었다. 첫 훈련이라는 상징성이 있었으나 다들 바쁜 탓인지 센테니얼 측 인사는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프로팀답지 않은 어설픔으로 출발한 제8구단이 올 가을에 '공포의 외인구단'과 같은 괴력을 뿜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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