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골 염기훈 ‘왼발의 달인’ 진가 발휘

입력 2008.02.20 (23:37)

수정 2008.02.21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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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발에 (박)주영이가 있다면 왼발에는 내가 있다"
'왼발 스페셜리스트' 염기훈(25.울산)이 축구대표팀의 월드컵 예선 전초전에서 북한을 울리며 허정무호의 새로운 공격 옵션으로 떠올랐다.
염기훈은 20일 오후(한국시간) 충칭 올림픽스포츠센터에서 펼쳐진 2008 동아시아축구대회 북한과 남자부 풀리그 2차전에서 왼발 프리킥으로 선제골을 폭발시켰다.
전반 20분 북한 진영 아크 오른쪽에서 얻어낸 프리킥 찬스에서 키커로 나선 염기훈은 두터운 수비벽을 돌아나가도록 왼발로 힘껏 감아찼고, 발등을 떠난 볼은 낮게 휘어지며 그대로 골문 왼쪽 구석으로 빨려들었다. 마치 자로 잰 것처럼 정확하게 골문을 파고들었던 것은 전날 훈련 당시 이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프리킥을 연습한 결과이기도 했다.
1-1로 비기기는 했지만 염기훈의 왼발 프리킥이 터지면서 다음달 26일 북한과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아시아 3차예선 2차전 원정경기를 앞둔 허정무 대표팀 감독은 든든한 공격 옵션을 하나 더 얻게 됐다.
한국은 17일 중국과 1차전에서 1-2로 뒤지던 후반 박주영(서울)이 오른발 프리킥으로 동점골을 뽑아내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는데 이날은 염기훈의 왼발 프리킥으로 기선을 잡은 것.
특히 이날 골은 염기훈 본인으로서도 애타게 기다리던 골.
호남대를 졸업하고 2006년 전북 현대에 입단한 염기훈은 왼쪽 측면 공격수로 결정적인 순간마다 득점포를 올리거나 골을 배달하며 팀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이끌었고, 그 해 K-리그 신인상까지 거머쥐었다.
소속팀에서 이같은 활약으로 염기훈은 핌 베어벡 당시 대표팀 감독의 눈에 띄면서 태극마크도 달았고, 대표팀에서도 활약을 멈추지 않으며 아시안컵에서는 대표팀의 왼쪽 측면 주전 공격수 자리를 꿰찼다.
하지만 시련도 찾아왔다. 아시안컵에서 귀국하기도 전에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전북에서 울산으로 트레이드됐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본과 3-4위 결정전에서 오른쪽 발등 골절상을 입으며 K-리그 후반기에 거의 나서지 못하다 시즌 막판 한 골을 넣는데 그쳤다.
부상 이후 수술과 재활로 경기 감각이나 체력이 떨어져 있었지만 염기훈은 국내파 지도자로서는 7년 만에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허정무 감독의 부름을 받아 다시 대표팀에 들어왔다.
지난달 30일 칠레와 평가전에서 90분 풀타임을 뛰고도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던 염기훈은 투르크메니스탄과 남아공월드컵 3차예선 1차전에서 역시 선발로 나왔지만 역시 컨디션이 좋지 않아 전반 39분 만에 김두현(웨스트브롬)과 교체돼 나가기도 했다.
그러나 염기훈은 이번 대회 중국과 1차전에서 박주영의 헤딩 선제골을 어시스트했고,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는지 이날 득점포를 쏘아 올리며 허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염기훈은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그동안 몸이 무거웠고 체력이 달린다는 지적도 받아 부담스러웠지만 슈팅을 많이 날리려 노력했다. 프리킥은 항상 연습했던 것이어서 들어갈 것 같았다"며 "감독님이 부드럽게 조언을 많이 해주셔서 컨디션을 되찾을 수 있었고 오늘 경기에서 골까지 넣어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3일 일본과 최종전에 대해서는 "내가 골을 넣기보다는 꼭 이기고 싶다. 아시안컵 일본전에서 다쳤기 때문에 꼭 설욕해주고 싶다"고 다짐했으며 북한과 다음달 재대결에 대해서는 "수비수 체력이 좋은 팀이다. 남은 기간 더 분석을 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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