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에이스 정대세에게 ‘끝내 당했다’

입력 2008.02.21 (00:05)

수정 2008.02.21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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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약 북한 축구의 에이스로 떠오른 재일교포 공격수 정대세(24.가와사키 프론탈레)에게 끝내 당하고 만 한 판이었다.
30개월 만에 남북한 축구대표팀 맞대결이 펼쳐진 20일 중국 충칭 올림픽스포츠센터.
머리를 짧게 잘라 더 강인해 보이는 인상의 정대세는 허정무호 수비진의 그림자 수비에 시달렸다.
전반엔 단 한 번의 찬스도 잡지 못했다.
중앙 수비를 맡아본 곽태휘(전남)와 강민수(전북)가 찰거머리 방어로 그에게 투입될 공격루트를 원천 봉쇄했다.
미드필더진이 수비진영으로 내려와 밀집대형을 짠 북한은 원톱으로 고립된 정대세에게 제대로 된 패스를 한 번도 찔러주지 못했다.
그러던 사이 염기훈(울산)의 통쾌한 프리킥 선제골이 터졌고 후반 초반엔 북한 수비수 박철진이 두 장째 옐로카드를 받아 퇴장당했다.
수적 우위까지 점한 허정무호에 정대세의 위력은 통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방심과 허술한 수비 조직력이 결국 화를 불렀다.
조짐은 후반 14분에 이미 나타났다. 미드필더 오른쪽에서 페널티지역 왼쪽에 있던 정대세에게 길게 크로스가 올라오자 북한의 새로운 골잡이는 동물적인 감각을 발휘했다.
181㎝, 80㎏의 단단한 체구로 유연함과는 거리가 멀 것 같은 정대세는 순간적으로 몸 방향을 직각으로 꺾은 뒤 감각적인 터닝 논스톱 터치슛으로 골문을 막아선 김용대(광주)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슛은 오른쪽 골 포스트를 살짝 빗겨나갔지만 정대세의 위력을 알게 해준 공격 시도였다.
하지만 허정무호 포백 수비진은 수적인 우위만 믿고 잠시 전열을 흐트러트렸다 결국 한 방에 무너졌다.
후반 24분 2선에서 로빙 패스를 받은 정대세는 딱 한 번 제대로 연결된 기회를 놓치는 법이 없었다. 곽태휘가 마지막 순간까지 몸을 부딪히며 방해를 했지만 그의 오른발을 떠난 슈팅은 왼쪽 골포스트에 맞고 안쪽 그물을 휘감았다.
포백 중앙 수비진이 일자(一字)로 서면서 뒷공간을 내준 탓에 정대세의 돌파를 막아내지 못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아이치현 나고야 출생으로 일본 조선대 체육학부를 나와 2005년 꿈에 그리던 일본프로축구 J-리그 무대를 밟았던 정대세는 이듬해까지 별다른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작년 J-리그 24경기에서 12골을 터트리며 화려한 비상을 시작했다.
북한 대표팀에서도 동아시아선수권대회 예선 3경기에서 무려 8골을 뿜어내 제1의 공격 첨병으로 금세 자리잡았다.
정대세는 17일 일본전에서 수비수 세 명을 농락하는 현란한 드리블과 한 템포 빠른 슈팅으로 오카다 재팬의 혼을 빼놓았다.
경기 직후 오카다 다케시 일본 감독이 "정대세 한 명에게 농락당했다"고 실토했을 정도다. 허정무 감독도 "볼을 찰 줄 아는 선수"라며 경계심을 표시했다.
하지만 한국 수비진은 정대세를 '알고도 막지 못하는' 우를 범했다. 다음달 26일 평양에서 열릴 월드컵 예선 3차전 남북 재대결을 앞두고 걱정이 앞서는 대목이다.
아울러 정대세는 재일교포 3세로서 근래 북한 축구에선 보기 드문 활약을 펼치며 이번 대회 최고의 스타로 떠오를 입지를 굳혔다.
충칭에서 연일 취재진을 몰고 다니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정대세에 대해 한국 축구가 다시 경계령을 발동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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