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겨서 아쉽지만 개인적으로 무실점 경기에 만족합니다”
프로축구 FC 서울의 철벽 골키퍼 김병지(39)가 부상을 털고 그라운드로 돌아와 무실점 선방을 펼쳤다.
김병지는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8 삼성하우젠컵 A조 3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와 홈 경기에서 풀 타임을 소화하며 한 골도 내주지 않았고 양팀은 득점 없이 0-0으로 비겼다.
지난 1월 말 축구 대표팀의 칠레와 평가전에서 선발 출전해 허리를 다쳤던 김병지로서는 수술까지 받고 2개월 여 만의 재활 끝에 가진 복귀전.
김병지는 하지만 그동안 공백을 전혀 느끼지 못하게 할 정도로 안정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전반 24분에는 인천 김태진과 1대 1로 맞선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전진해 상대의 슛 타이밍을 빼앗았고 1분 뒤에는 박승민의 기습적인 터닝슛도 가볍게 막아냈다.
후반에도 탄탄한 수비진에 도움을 받으면서도 끊임 없이 손짓을 이용해 수비를 조율했고 수 차례 공중볼을 펀치로 쳐 내거나 한 치의 오차 없이 잡아냈다.
경기 종료 7분 전에는 김병지의 결정적인 선방으로 서울은 실점 위기를 넘겼다.
인천 공격수 라돈치치가 단독 드리블로 페널티 지역까지 치고 들어 간 상황에서 김병지는 각도를 좁히며 앞으로 달려간 뒤 라돈치치 슛을 넘어지면서 막아냈다. 홈 관중은 '김병지'를 외치며 박수 갈채를 보냈다.
김병지는 경기 종료 직전 인천 박창헌의 슛이 크로스바를 맞고 나와 다행히 무실점으로 경기를 끝내면서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이번 복귀전을 통해 김병지는 K-리그에서 새로운 기록도 써 나갔다.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올 시즌 초반 7경기를 못 뛰었지만 김병지는 이날 인천전을 포함해 1992년부터 K-리그 선수 중 최다인 466경기에 출전했고 동시에 무실점 경기도 166경기로 늘렸다.
김병지는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시즌 첫 걸음을 내딛게 됐는데 나름대로 잘 했다. 결과적으로 이기지 못해 아쉽지만 오늘처럼 팀을 위한 경기를 펼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오랜 만에 그라운드에 복귀한 탓이지 킥에서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 그는 "항상 잘 할 수는 없다. 때로는 킥이 엉뚱한 방향으로 가기도 했지만 운 좋게도 우리 편으로 가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고 웃음을 지었다.
김병지는 올 시즌 각오를 묻는 질문을 받고는 "첫째는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것이다. 고비를 잘 넘겨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 세리머니도 하고 싶다"고 각오를 전했다.
현재 몸 상태에 대해서는 "컨디션은 80~90%다. 경험을 갖춘 노장 선수로서 팀 분위기도 이끌고 제 역할을 하겠다. 허리 수술도 받아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주어진 시간에 열심히 재활을 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