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급을 올린 지 불과 10개월밖에 되지 않은 김재범(23.한국마사회)이 올림픽 은메달이라는 값진 결과를 일궈냈다.
12일 베이징과학기술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2008 베이징올림픽 유도 남자 81㎏급 결승에서 올레 비쇼프(독일)에 안뒤축후리기 유효로 졌지만 잘 싸운 김재범의 패인은 체력 저하로 분석된다.
유도 첫 날인 9일 남자 60㎏급 최민호(28.한국마사회)가 전 경기를 한판으로 장식하며 시원하게 금메달을 따낸 것과는 달리 김재범은 매 경기 5분, 심지어는 그 이상씩 꽉 채워가며 결승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한판승은 3회전 로베르트 크라지크(폴란드)를 상대로 경기 종료 10초를 남기고 거둔 것이 유일했고 나머지는 모두 5분 또는 그 이상을 매트에 뒹굴어야 했다.
특히 8강에서 연장 2분42초, 4강에서는 연장 5분을 다 뛰며 체력을 소진했던 것이 결승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원인이 됐다.
김재범은 그동안 한판 기술이 부족한 것이 약점으로 꼽혔던 선수다.
자신도 그런 점을 잘 알고 있었고 5월 올림픽 대표로 확정된 뒤에는 "골 결정력이 없으면 승부차기로 이기면 된다"고 당차게 말하기도 했지만 결국 승부차기에서 상대 마지막 키커에게 실점을 하고 만 셈이 됐다.
유도에서 한판 기술이 약한 것은 사실 치명적인 문제점이 될 수 있다. 예선 1회전부터 결승까지 하루에 열리기 때문에 체력이 중요 변수로 작용하는 유도의 특성상 되도록이면 한판으로 경기를 빨리 끝내야 체력을 비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용철 대한유도회 전무는 "결국 연장에서 힘을 너무 많이 뺀 것이 패인이 됐다. (김)재범이가 빠른 발놀림으로 상대를 흔들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이 결승에서 잘 나오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73㎏급 금메달리스트로 이번 대회에 KBS 해설을 맡은 이원희(27.한국마사회)는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그래도 (워낙 오래 경기를 해) 방송을 많이 탔다"고 자조섞인 농담을 던졌다.
앞으로 한국 유도를 이끌어 갈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김재범과 전날 73㎏급에서 역시 은메달을 획득한 왕기춘(20.용인대)에게 큰 기술 개발이라는 공통의 과제가 주어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