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에 모인 옛 유도 73㎏급 3인방

입력 2008.08.12 (21:20)

이원희(27), 김재범(23.이상 한국마사회), 왕기춘(20.용인대).
이들은 지난 해 초까지만 해도 한국 유도의 황금체급으로 불리는 남자 73㎏급 정상을 놓고 양보 없는 혈투를 벌였던 사이다.
셋 중 한 명만 베이징올림픽에 나갈 수 있게 될 운명이었지만 공교롭게도 베이징과학기술대학교 체육관에는 이 세 명이 모두 모였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과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이원희는 KBS 보조해설자로 베이징을 찾았다. 5월 최종선발전에서 왕기춘과 끝까지 경쟁을 했지만 승자 결승에서 왕기춘에 패한 데 이어 패자 결승에서는 김원중(19.용인대)에게도 져 올림픽 2연패의 꿈을 접어야 했다.
그 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김미현(31.KTF)과 결혼설이 알려지면서 은퇴가 예상된다.
"10월 전국체전에는 뛸 것"이라는 이원희는 앞으로 계획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11일 왕기춘이 은메달을 획득한 뒤 "다음 올림픽에는 금메달을 따기 바란다"고 격려한 것으로 미루어 선수생활을 계속 하더라도 오래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이 세 명이 펼친 73㎏급 치열한 경쟁에서 이겨 베이징에 온 왕기춘은 지난 해 9월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으로 기세를 올렸지만 올림픽 결승에서 13초만에 엘누르 맘마들리(아제르바이잔)에 한판으로 져 눈물을 흘려야 했다.
맘마들리는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에서 꺾었던 상대라 더욱 아쉬움이 남지만 왼쪽 늑골이 골절되는 부상을 안고도 준결승을 이기고 결승까지 진출한 기개에 팬들은 오히려 찬사를 보내고 있다.
'몸 상태만 괜찮았더라면 충분히 이겼을 것'이라는 말부터 '오히려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목표가 남아있지 않느냐'는 등 격려가 쇄도하고 있다.
체중을 하나 올려 81㎏급으로 옮겨간 김재범도 왕기춘과 똑같이 은메달을 따냈지만 체급을 올린 지 10개월밖에 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결과다.
올림픽을 1년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체급을 올리는 도박을 택했지만 보기 좋게 들어맞으며 결승전까지 진출했다.
체급을 올린 지 얼마 안돼 근력에서 다른 선수들과 차이가 나는데다 몸집도 작아 기술을 걸기 쉽지 않은 불리한 여건을 딛고 일궈낸 쾌거다.
마무리 기술을 조금 더 연마한다면 81㎏급에서도 세계 정상의 선수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무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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