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양궁, 중국 관중 ‘소음 덫’에 걸렸다

입력 2008.08.14 (22:02)

수정 2008.08.15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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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표 장쥐안쥐안과 박성현(25.전북도청)이 2008 베이징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 결승에서 맞붙은 14일.
박성현이 활 시위를 잔뜩 당길 때마다 양궁장 중국 응원석에서 `워~'하는 괴성이 들렸다. `삐익~'하는 호각 소리도 났다. 박성현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려는 시도였다.
양궁은 골프와 마찬가지로 선수들이 사선에 서면 응원을 멈추는 게 기본 매너다. 객관적으로는 중국 관중이 내는 소음은 10일이나 11일 남녀 단체전이 더 심했다. 하지만 선수들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영향은 14일 개인전이 더 클 수 밖에 없었다.
한국과 중국 남자 단체 4강전이 열린 사흘전. 양팀이 1점차 승부를 벌이는 2엔드에 한국팀 마지막 사수 박경모(33.인천 계양구청)가 활 시위를 힘껏 당긴 순간에도 사선 뒤쪽에서 비슷한 소음이 들렸다. 순간 임동현(22.한국체대)이 관중석을 향해 조용히 해 달라는 손짓을 했다. 이런 순간에 대비해 수많은 훈련을 해왔지만 팀 내에서 가장 어린 임동현의 마음이 순간 흔들리고 만 것이다. 다음 순간 맏형 박경모가 임동현과 이창환(26.두산중공업)을 불러 등을 두들기며 "안정하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14일 여자 개인 결승이 열린 베이징 올림픽그린 양궁장 사선에는 박성현 혼자 서있었다.
문형철 감독이 감독 대기석에 있긴 했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었다. 양궁 규정상 엔드와 엔드 사이에는 감독이 선수를 불러 다독일 수 있지만 엔드가 이어지는 중에는 옆에 다가갈 수 없기 때문.
1엔드 29-26으로 앞서다 2엔드 첫발을 8점에 쏜 박성현의 얼굴은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벌겋게 달아올랐다. 단체전이었다면 사선 바로 뒤 대기선에 서있는 동료 선수와 얘기를 하며 마음을 달랠 수 있었지만 이날은 혼자였다. 마음을 다스리지 못한 채 쏜 두번째 화살도 8점. 그러는 사이 9점 두발을 쏜 장쥐안쥐안은 44-45, 1점 차까지 추격할 수 있었다. 중국 관정들의 비신사적인 행위가 이어지는 와중에 박성현은 마음을 추스리려 했지만 3, 4엔드에도 8점을 두 발 더 쏘고 말았다.
더구나 단체전 때에는 곁에 있던 중국인들이 소음을 내는 이를 말리는 장면이 목격됐지만 이날은 이런 장면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
여자 개인전마저 밀리면 끝'이라는 위기감이 중국인들을 들뜨게 한 것으로 보였다. 베이징올림픽조직위원회(BOCOG) 유니폼을 입은 자원봉사자들이 소리를 내지 말라고 주의를 줬지만 여기에 신경 쓰는 이들은 없었다.
경기가 끝난 뒤 남 탓을 잘 하지 않는 박성현은 애써 자기 탓을 했다. 그는 "중국 선수가 잘했다기보다는 내가 못했다"며 "(중국 응원단 쪽에서 나는) 소리에 개의치 않고 쏘려고 했지만 조금 신경이 쓰였다. 내가 컨트롤을 잘못 했다"고 말했다.
윤옥희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준결승에서 장쥐안쥐안에게 진 윤옥희는 "처음부터 끝까지 중국 팬들의 매너가 없었다"며 "내 실력도 부족했지만 중국측 응원 매너가 아쉽기도 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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