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18.군포 수리고)가 2008-2009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시니어 피겨 그랑프리 3차 대회 '컵 오브 차이나'(6~9일)를 통해 또 한 번 감동의 연기를 선사한다.
이미 1차 대회 '스케이트 아메리카' 우승으로 그랑프리 포인트 15점을 확보한 김연아는 이번 대회에서 메달권에 들기만 하면 가볍게 내달 고양시에서 치러질 그랑프리 파이널 진출을 사실상 확정한다.
그랑프리 파이널은 한 시즌 동안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상위 6명의 선수만 참가하는 왕중왕전으로 이미 2006년부터 2회 연속 우승했던 김연아는 올해 3연패에 도전한다.
이번 대회의 우승 경쟁자는 여자 싱글 세계랭킹 5위 사라 마이어(스위스)와 6위 안도 미키(일본)로 압축되지만 이미 그랑프리 대회 4회 연속 우승의 상승세를 달리는 김연아의 압승이 예상된다.
팬들 역시 긴장의 끈을 놓을 수는 없지만 너무 심각하게 경기에만 집중하다 보면 자칫 피겨의 숨은 묘미를 놓칠 수도 있는 일. 김연아의 연기 뒤에 숨어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조명해본다.
◇화장을 고치며 명상에 빠진다
이번 시즌 김연아가 보여준 특징은 강렬함이다.
강한 느낌의 배경음악에 쇼트프로그램의 검은 드레스와 프리스케이팅의 붉은색 의상은 숙녀로 변신을 추구하는 김연아의 모습을 잘 반영한다. 의상에 맞춰 진해진 메이크업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연기 요소다.
그럼 김연아의 화장은 누가 해줄까. 이에 대해 어머니 박미희 씨는 "주니어 시절부터 혼자서 해결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김연아에게 화장은 다른 의미가 있다. 거울을 통해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연기할 프로그램을 정리하고 마음을 다스리는 명상의 시간으로 활용한다는 게 어머니의 설명이다.
◇스케이트화 '4개월 시한부 인생'
김연아는 주니어 시절부터 스케이트 부츠 때문에 어려움을 많이 겪어왔다. 지난해에는 일본의 장인(匠人)에게 주문한 제품도 발에 맞지 않아 돌려보내기도 했고, 지난 2006년 그랑프리 파이널 때에는 서로 다른 짝의 부츠를 신고 출전했던 적도 있다.
김연아는 보통 4개월 주기로 스케이트 부츠를 교체하고 있다. 부츠에 가해지는 충격이 심한 운동이라서 교체 주기가 빠를 수밖에 없다. 또 스케이트 날도 부츠 두 개를 바꿀 때 한번 꼴로 교체한다.
이번 시즌 김연아가 현재 신는 부츠 역시 올해 그랑프리 파이널이 지나면 용도 폐기된다. 그랑프리 파이널이 끝나고 나면 내년 3월 세계선수권대회 때까지 3개월 정도 시간이 있어 새 부츠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어서다.
◇똑같은 음악도 경기장마다 다르다?
지난 4일 첫 빙판 훈련에 나선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 '죽음의 무도'를 연습하려다 음악의 첫 소절을 듣고선 바로 동작을 멈췄다. 그리고는 브라이언 오서 코치에게 다가가 음악의 템포가 느려졌다고 얘기했다.
1차 대회 때 썼던 CD를 그대로 틀었지만 확인을 해보니 2분50초에 맞춰놨던 음악이 2분53초로 길어진 것. 오서 코치는 곧장 오디오 담당 기사에게 수정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김연아의 매니지먼트사인 IB스포츠의 관계자는 "같은 음악을 틀더라도 경기장의 음향 기기 특성에 따라 템포가 느려지거나 빨라지는 일이 종종 생긴다"며 "공식훈련에서 반드시 점검해야 할 사항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