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아시아시리즈의 복잡한 대회규정이 예선 마지막 순간까지 참가팀들을 조마조마하게 했다.
SK 와이번스가 15일 아시아시리즈 예선풀리그 3차전에서 타이완 퉁이 라이온스에 4-10으로 지며 결승 진출이 좌절됐지만 SK와 퉁이, 일본의 세이부 라이온스는 경기 내내 대회규정을 따지며 끝까지 손에 땀을 쥐어야 했다.
대회 주최측인 일본야구기구(NPB)에 따르면 이번 대회에선 한국과 중국, 일본, 타이완 등 4개국 대표팀 중 승률이 높은 두 팀이 16일 결승전을 벌인다.
이미 2승을 확보한 SK 와이번스가 15일 퉁이를 이겼다면 복잡할 것도 없이 3승인 SK와 2승1패인 세이부가 결승에 진출한다.
계산이 복잡해지는 건 SK가 퉁이에 지는 경우였다.
대회 규정으로는 승률이 같은 팀이 여러 팀이면 그다음으로는 승자승, 최소 실점률, 최소 득점률을 따지고, 그래도 결승 진출팀이 가려지지 않으면 동전 던지기를 해야 한다.
SK가 퉁이에 지면 3패를 한 중국 톈진 라이온스를 제외하고 SK와 세이부, 퉁이 등 나머지 세 팀이 2승1패 동률이 된다. 서로 물고 물린 만큼 승자승 원칙도 소용이 없다.
이럴 때 기준이 되는 건 3경기 실점 합계를 수비 이닝 수로 나눈 최소 실점률이다.
예를 들어 세이부는 1차전 8이닝 4실점, 2차전 9이닝 1실점, 3차전 7이닝 2실점해 실점률이 0.292로 정해졌다.
SK가 0-1이나 0-2, 0-3, 1-3으로 지면 세이부가 탈락하고 SK와 퉁이가 결승에서 다시 한번 대결하게 돼있었다. 하지만 SK가 4점 이상 실점을 하면 일단 세이부가 결승 진출을 확정하고, SK-퉁이전 점수차에 따라 진출팀이 결정된다. 이 경우는 SK가 2점차 이내로 지면 SK, 3점차 이상으로 지면 3점차 이상으로 지면 퉁이가 오르는 게 복잡한 방정식을 동원해 계산한 끝에 나온 결론이었다.
퉁이가 1회부터 보내기 번트를 구사하지 않고 강공으로 일관한 것도 3점 이상 점수차를 내야 한다는 계산 때문.
하지만 경기는 설마 하던 방향으로 흘러갔다. SK가 2회초 1점을 먼저 뽑았을 때만 해도 SK와 세이부가 웃고 있었지만 4회말 퉁이에 홈런을 얻어맞으며 점수를 내주자 일본 응원단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혹시 SK가 1-3으로 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 때문이었다. 이렇게 되면 일본은 자국이 주최하는 대회에서 4년 만에 처음으로 예선 탈락할 수도 있었다.
잠시 후 점수차가 1-5로 벌어지자 일본측의 표정은 밝아졌고, SK와 퉁이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오후 8시께 6회초 SK 공격까지 진행된 상태에서 양팀 점수는 3-6. 이대로라면 실점률 0.346인 퉁이가 SK(실점률 0.375)를 제치고 결승에 오르지만 SK가 1점만 더 뽑으면 퉁이의 실점률이 0.385로 올라갈 가능성이 있었다.
SK는 실제로 8회초 박재상의 천금 같은 적시타로 4-6까지 추격하며 결승 진출을 눈앞에 뒀지만 8회말 다시 3점 홈런을 얻어맞는 등 4실점하며 모든 꿈이 물거품이 됐다. 세 팀의 복잡한 계산이 끝난 것도 이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