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유리하다가도 불리해질 수도 있다. 이런 게 야구다"
SK 와이번스 김성근(66) 감독은 지고도 남 탓을 하지 않았다. 다만 SK 투수진이 컨디션이 나빴다고 했고, 타이완 팀의 타격 기술이 뛰어났다고 칭찬할 뿐이었다.
김성근 감독은 15일 아시아시리즈 결승 진출에 실패한 뒤 기자회견에서 "고비마다 우리 투수들의 공이 가운데로 몰리며 장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내년엔 이 점을 갈고 닦겠다. 타선도 병살타를 4개나 치고 말았다"고 짚었다.
상대가 지난해 크게 이긴 타이완팀이라고 해서 방심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다만 준비 부족은 인정했다. 타이완 퉁이 라이온스가 SK의 한국시리즈 경기 정보를 수집한 반면, SK는 일본 세이부와 달리 퉁이를 상대로는 정보를 수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감독은 이 또한 "국제 대회는 준비를 완전하게 할 수는 없다. 우리 투수들의 컨디션이 나빴을 뿐"이라며 자기 약점을 찾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위기에서 정대현을 바꾸지 않고 계속 던지게 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김 감독은 "마지막에는 (마무리) 정대현을 완전히 믿었다. 정대현이 지면 어쩔 수 없다. 그게 우리 야구다"라고 말했다.
3-6으로 쫓아간 6회초 무사 3루나 1점을 더 따라붙어 4-6까지 추격한 8회초 무사 1루에서 추가 점수를 내지 못한 데 대해서는 김 감독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6회엔 사인을 내지 않고 타자들에게 맡겼는데 김재현 등 선수들이 서두르다 범타로 물러났고, 8회엔 조동화에게 번트를 지시했지만 불리한 볼 카운트로 몰리는 바람에 무산됐다는 것.
하지만 심판의 볼 판정이나 7회말 수비 때 타이완 선수의 스윙 장면에서 몸에 맞는 볼이 선언되는 등 불리한 판정이 되풀이된 데 대해서는 아무런 불만을 표시하지 않았다.
김 감독은 "7회 판정은 한국 심판이었다면 아마도 몸에 맞는 볼이라고 판정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하지만 일본 심판이 그의 생각에 따라 판정을 한 이상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그의 머릿속은 내년 준비로 벌써 분주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지난해 주니치 드래곤즈에 진 뒤 2008년 목표를 아시아시리즈 우승으로 내걸고 1년간 선수들과 함께 뛰고 구른 노(老) 감독은 "아쉬움을 남기고 내년을 기약하겠다"고 했다. SK의 아시아 정상 목표는 사라지지 않고 1년 더 연장됐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