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 추기경의 정신적 고향 ‘명동성당’

입력 2009.02.20 (22:29)

<앵커 멘트>

명동성당은 고인의 재임기간 동안 민주화 성지로 자리잡았습니다.

생사고락을 함께한 명동성당과의 인연을 이민우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리포트>

<녹취> 故 김수환 추기경 : "아쉬운게 한가지 더 있다. 명동성당 종탑 십자가에 달이 걸려있는 야경을 못 보게 된 것이다."

추기경의 정신적 고향, 명동성당.

이토록 애틋한 인연의 시작은 서울대교구장에 취임하던 1968년, 그 때부터 명동성당은 단순한 성당 이상의 역사적 의미를 부여받습니다.

유신 정권 시절엔 수많은 시국 미사와 성명 발표를 통해 민주주의를 잉태해 낸 민주화의 성지였고, 87년 민주화 항쟁 당시엔 독재에 항거하는 시민들을 보호하는 든든한 피난처였습니다.

물론 그 뒤엔 '나를 밟고 가라'며 명동성당을 지켜낸 추기경이 있었습니다.

<녹취> 故 김수환 추기경 : "공권력이 투입되면 맨 앞에 만날 사람이 나다. 나를 밟고 신부도 밟고 수녀도 밟고 그래서야 학생들을 만난다."

이후에도 명동성당은 쉬지 못했습니다.

노동자와 철거민, 노점상 등 힘없는 이들의 마지막 기댈 곳이었고, 권력 역시 추기경과 명동성당의 권위를 존중했습니다.

<녹취> 故 김수환 추기경 : "누구든 존중해야하는, 나라의 공권력까지도 존중할 수 밖에 없는 성역이 되도록 우리 모두가 지켜가자."

그러나 문민정부 시절, 농성중이던 노조원들을 연행하기 위해 경찰력이 투입되자, 추기경은 이를 단호히 꾸짖었습니다.

<녹취> 故 김수환 추기경 : "도덕적 힘, 양심을 정부는 물리적 힘으로 유린해버렸습니다."

이렇듯 명동성당은 우리 역사의 암흑을 몰아낸 등대였고, 그 등대지기의 소임을 마친 추기경은, 생사고락을 함께 했던 명동성당과 영원한 작별을 고했습니다.

KBS 뉴스 이민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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