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비정규직 위해 만들었다더니…‘대량 해고’ 사태

입력 2009.07.02 (08:57)

수정 2009.07.02 (10:17)

<앵커 멘트>

비정규직 법안이 시행된 첫날,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거리로 내몰렸습니다.

남아있는 근로자들도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가시방석위에 앉아 있습니다.

최서희 기자! 이제 시작에 불과하죠?

<리포트>

네, 계약기간이 끝난 비정규직 상당수가 이미 해고통보를 받았습니다. 또, 곧 계약이 만료되는 노동자들 역시, 불안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비정규직을 위해 만들었다는 법이 대량해고 사태를 낳고 있는데요.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고 거리로 내몰린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만났습니다.

비정규직의 2년 사용 기한 적용 첫날인 어제, 의료노조 노조원들은 직장에 출근하는 대신 국회 앞에 모였습니다.

<현장음> 선명애(보훈병원 해고 비정규직) : “어젯밤까지도 저는 오늘 7월 1일까지 근무하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그런데 이 자리에 섰습니다.”

서울의 한 병원에서 조리사로 근무했던 박성아 씨.

지난달 말, 박 씨는 2년 반 동안 일해 온 병원에서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습니다.

<인터뷰> 박성아(보훈병원 해고 비정규직) : “저는 정말 열심히 일한 죄 (밖에 없어요) 이런 식으로 저희를 내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복직을 위해서 한 달이 되든 두 달이 되든 투쟁을 할 겁니다.”

병원 측은 박 씨뿐 아니라, 조리사와 간호조무사로 일했던 비정규직 직원 20여 명의 계약을 모두 해지했는데요.

정규직 전환이 될 수 있단 희망으로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던 박 씨. 그런 그녀에게 남은 건 이제 눈물뿐입니다.

<인터뷰> 박성아(보훈병원 해고 비정규직) : “남편도 비정규직에 있어요. 남편도 너무 힘든 상태여서 아이들 학원부터 당장 끊었습니다. 가정에 너무 많은 타격이 심합니다. 전혀 저희가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해고라는 건 있을 수 없습니다.”

올해 2월, 사립대 교직원 자리에서 해고된 서수경 씨. 서 씨는 지난 7년 동안 대학에서 계약직 ‘행정 조교’로 일해 왔는데요.

하지만 대학 측은 2년 이상 근무한 교직원 13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줄 수 없다며 해고했습니다. 그 후로 지금까지 서 씨는 해고된 동료 19명과 함께 복직을 위해 학교와 맞서 싸우고 있습니다.

<인터뷰> 서수경(대학노조 명지대 지부장) : “(해고 이유가) 재정난이라고 하시면 그 재정난이 일어난 원인이 있을 텐데...그 원인이 월 100만 원 받고 조용히 일했던 행정 조교들한테 있나...”

서 씨는 비정규직을 보호하겠다고 만든 정부 법이 오히려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는데요.

<인터뷰> 서수경(대학노조 명지대 지부장) : “가장 힘든 것은 사람 취급을 안 한다는 거예요. 비정규직은 그냥 굴러다니는 돌멩이처럼 취급되는 이런 상황이 너무 마음이 아프고...”

현재 지방노동위원회에서 해고된 19명의 직원 중, 장기 근무자인 15명에 대해서는 복직 결정을 내린 상탠데요. 하지만 학교 측은 이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입니다.

<녹취> 명지대학교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가 정규직으로 간다고 공시한 적도 없고, 그렇게 한 적도 없기 때문에 (복직) 기대가 좀 잘 못 됐죠.”

서울의 한 전자제품 생산회사 기술팀에서 2년 반 동안 일해 온 박정숙 씨는 지난 19일 회사로부터 해고 통지서를 받았습니다.

<인터뷰> 박정숙(전자제품 생산회사 해고 비정규직) : “기분이 많이 좀 착잡하죠. 원래 저 안에서 같이 일을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게 많이 속상하고...제 자신의 한계도 좀 느끼고 그러네요.”

비록 비정규직이었지만 일을 꾸준히 하다 보면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생각에 열심히 일해 왔다고 하는데요. 막상 해고된 지금은 착잡한 마음뿐입니다.

<인터뷰> 박정숙(전자제품 생산회사 해고 비정규직) : “일단 솔직히 제 자신한테 자존심이 많이 상하더라고요. 제가 나이도 있고 (부모님께) 많이 기댈 처지도 아니고, 제가 벌어서 먹고 살아야 하니까...”

이 회사에서 근무한 비정규직 직원은 24명. 하지만 박 씨를 비롯해 노조에 가입한 비정규직 7명은 정규직 전환에서 탈락됐습니다.

<인터뷰> 장광호(전자제품 생산회사 해고 비정규직) : “저희가 5월 29일에 노동조합을 만들고 회사에 통보를 했었는데 (회사에서) 금속 노조를 탈퇴했으면 좋겠다...(그렇지 않으면) 정규직 전환 약속했던 것을 번복할 수밖에 없고...”

해고된 동료들과 박 씨는 복직을 위해 회사를 상대로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데요.

<인터뷰> 장광호(전자제품 생산회사 해고 비정규직) : “(정부에서) 또 다시 2년 유예, 4년 유예 이런 이야기를 하셨는데...그것은 저희들 보고 평생 비정규직 노동자로 살라는 말씀 밖에 안 되는 것 같고, 미래가 더 밝아질 수 있을 거란 믿음 자체를 꺾어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아직 해고되지는 않았지만 하루하루 계약 기한이 다가오는 비정규직도 속이 타들어가기는 마찬가집니다.

정부의 한 공공기관에서 계약직으로 7년 째 일하고 있는 김성금 씨. 김 씨는 매년 회사와 1년 단위 계약을 맺고 근무하고 있는데요.

오는 12월로 다가온 계약 만료 기간에, 해고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성금(공공기관 비정규직 근로자) : “11월 달부터는 정말 잠도 안 와요. 이번엔 진짜 누가 해고될까, 내가 될까...누가 해고 될지 아무도 모르는 거예요. 그래서 계약서 쓸 때마다 불편하고, 부담스럽죠.”

특히 이미 계약이 만료돼 해고당하는 동료들을 지켜볼 때, 속은 더 타들어 가는데요.

<인터뷰> 김성금(공공기관 비정규직 근로자) : “미안한 마음 밖에 안 들어요. 동료들도 도와 줘야겠다는 마음은 다 있는데 혹시나 내가 해고당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 때문에...”

김 씨는 비정규직 근로자를 보호하자고 만든 법이 악용되어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차별하는 것이 문제라며, 자신이 바라는 건 단지 떳떳하게 일하는 것뿐이라고 했습니다.

<인터뷰> 김성금(비정규직 근로자) : “급여 올려주지 않아도 돼요. 더 이상 잘해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돼요. 당연히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차등이 있기 마련이거든요. 하지만 차별은 싫어요. 차별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앞으로 1년 동안 근무기간 2년이 되는 비정규직은 70여만 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법 개정을 놓고 국회 파행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정규직 전환과 실직의 갈림길에 놓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극도의 불안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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