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궁사들 ‘컴파운드도 세계 정상 도전’

입력 2009.09.02 (17:47)

일반인에게 이름조차도 생소한 양궁 컴파운드종목에서 한국 여자 궁사들이 의미 있는 일을 해냈다.
제45회 울산 세계양궁선수권 이틀째인 2일 여자 컴파운드 퀄리피케이션(예선) 라운드 단체전에서 석지현, 권오향, 서정희로 구성된 한국 여자 대표팀은 4천107점을 기록, 러시아(4천69점)를 38점차로 누르고 1위로 본선 라운드에 진출했다.
개인전에서는 석지현(한국체대)이 1천373점으로 5위를 차지했고, 권오향(울산남구청)과 서정희(청원군청)는 나란히 1천367점을 쏘아 7, 8위에 올랐다.
활 양쪽에 달린 도르래의 힘으로 시위를 당기는 컴파운드 부문은 양궁에서 세계 최강국인 한국이 힘을 쓰지 못하는 종목.
대한양궁협회에 등록한 여자 선수가 국내 통틀어 12명에 불과하고 그나마 전문선수는 5명인데다 월급을 받는 실업선수는 3명밖에 없는 열악한 국내 현실에서 일군 빛나는 성적이었다. 이날 예선 단체전 3위를 차지한 미국은 등록 선수만 2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선전이 끝나고 신현종 여자대표팀 감독은 상기된 표정으로 "대회 직전 열흘간 모여서 연습한 것이 전부였지만 선수들의 기록을 보니 최소 단체전 3위는 가능하다는 생각을 했었다"라며 "오늘 바람이 불어 제대로 실력 발휘를 못했지만 다른 팀들이 더 못한 것 같다"라고 웃었다.
신 감독은 이어 "오늘 직접 부딪혀보니 러시아나 미국과도 우승을 놓고 다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예선전 1위에 그치지 않고 본선에서도 전략을 잘 짜 우승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그러면서 이번 대회 컴파운드에서 한국팀이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당위론을 역설했다.
신 감독은 "중ㆍ고등학교에서 일반적인 활인 리커브에 적응하지 못해 컴파운드로 전향하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많지만 전국체전 시범종목에 조차 포함되지 않은 암울한 현실 때문에 전향을 꺼리고, 이러다보니 기반이 너무나 엷다"라며 "좋은 성적을 내 전국체전 전시종목인 컴파운드 종목이 시범종목으로 한 단계 나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싶다"라고 말했다.
비록 예선이지만 단체전 1위를 차지하며 자신감을 가진 여자 궁사 3명도 한목소리로 "뒤쳐진다는 생각은 안든다, "충분히 해볼만하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20여년이 넘게 세계 최고 자리를 지킨 한국 여자 리커브에 이어 컴파운드에서도 한국 여자궁사들이 세계를 호령할지 주목된다.
컴파운드 개인전 본선은 5일, 단체전 본선은 7일 각각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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