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국가대표들 ‘독일서 꿈 키워요’

입력 2009.09.03 (17:06)

수정 2009.09.03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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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사람들이 오네요. 신기해요”

2009 평창 스키점프 대륙컵 대회가 열린 3일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프 경기장.
경기가 열리는 공식 경기장 옆 연습 경기장 앞 잔디에 앉아 있던 두 학생이 밀려드는 관중들을 보며 신기한 듯 중얼거렸다.
이들은 독일에서 스키점프 유학을 하다 방학을 맞아 한국에 돌아온 이병화(16 / 사진 왼쪽)와 신준영(16 / 사진 오른쪽) 군이다.
방학을 맞아 한국을 찾은 이들은 "독일에서는 대회가 열리면 관중이 3만 명까지도 온다"며 "한국에서도 스키점프 경기를 보러 이렇게 많이 찾아올 줄 몰랐다"며 즐거움을 감추지 않았다.
저변이 좁아 십 년이 넘도록 같은 선수들이 태극마크를 달고 뛰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은 앞으로 한국 스키점프를 책임질 유망주로 기대받고 있다.
독일 유학길에 오른 것도 협회의 꿈나무 육성 프로그램에 따른 것.

신준영 군은 지난해 9월, 이병화 군은 올해 1월 독일의 소도시인 이즈니에서 고등학교 수업을 들으며 클럽에 소속돼 기량을 키우고 있다.
꿈나무로 기대를 받으며 유학길에 올랐지만 모든 게 처음이었던 터라 힘든 일도 많았다.
신군은 "처음 4개월 동안은 병화도 없어 혼자 있었는데, 언어도 전혀 몰라 힘들었다. 그래도 개인교습을 받아 가며 독일어는 어느 정도 익혔는데, 학교에서 불어까지 공부해야 하니 정말 힘들더라"고 말했다.
또 "인종차별을 대놓고 하지는 않지만 은근히 한국을 무시하고 '그게 뭐냐'는 식으로 말할 땐 화도 많이 났다"며 "그나마 올해 1월 병화가 오면서 또래가 생겨 서로 의지하며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둘 다 유학길에 오르기 전까지는 종목에 문외한이었던 터라 스키점프를 배우는 것도 쉽지 않았다.
신군은 "나는 알파인 스키도 잘 타지 못했다. 기본적인 운동신경만 믿고 떠난 것"이라며 "그래도 체계적으로 배우다 보니 실력이 쑥쑥 커가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실제로 둘은 스키점프를 제대로 배운 지 몇 달 지나지 않은 지난 2월 첫 점프를 했다.
"엄청 긴장했죠. 처음엔 제대로 뛰지도 못하고 엉덩방아를 찧은 채 아예 앉아서 내려왔다니까요"(신준영)
"그래도 저는 처음 뛸 때부터 실수는 하지 않았어요"(이병화)
둘은 "여전히 점프를 할 때면 겁이 난다"며 "하늘을 날고 있을 때면 '넘어지지 말자', '서자'는 생각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도 "단지 몇 초라도 공중에 떠 있는 기분은 말할 수 없이 짜릿하다"며 스키점프의 매력을 설명했다.
대화를 마친 둘은 연습 점프를 위해 K-30 점프대 위로 향했다.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듯 멀리 날아오르지 못했고 신 군은 착지 도중 넘어지기도 했지만, "이 경기장에서는 처음 뛰는 거라 그렇다. 괜찮다"며 마주보고 씩씩하게 웃었다.
연습을 지켜보던 이병화 군의 어머니(47)도 "낯선 타지에서 혼자 사느라 힘든 것도 많을텐데 내색 한 번 하지 않고 즐겁게 운동하는 것을 보면 가슴이 아프면서도 대견하다"며 기특해했다.
둘은 대회가 끝난 후 다시 독일로 돌아가 내년 2월까지 유학을 계속할 예정이다.
독일에서 충분히 기본기를 쌓은 뒤 학업 부담을 덜 수 있는 한국으로 돌아와 본격적인 훈련에 매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병화 군은 "독일에서 대회에 나가면 많은 관중들이 환호해 주고 넘어지더라도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그런 응원을 받고 있으면 절로 힘이 난다"며 "한국에서도 이런 관심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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