씩씩한 꿈나무들 ‘스키점프 매력속으로’

입력 2009.09.03 (20:23)

“자세를 더 낮춰야지! 그러다 넘어지면 엉덩이 다친다!”

2009 평창 스키점프 대륙컵 대회가 열린 3일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프 경기장.
10여명의 초등학생들이 공식 경기장 옆 연습 경기장에서 자신들의 키보다 큰 스키를 타고 한 명씩 미끄러져 내려왔다.
제법 안정된 자세로 웅크린 채 경기장을 미끄러져 내려왔지만, 조금이라도 자세가 흔들릴 때면 옆에서 지켜보던 조은상 스키협회 사무차장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 아이들은 저변이 좁아 대표팀 세대교체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을 타개하려고 스키협회가 지난달 31일부터 올해 처음으로 실시한 '스키점프 꿈나무 육성 프로그램'에 참여한 초등학생들이다.
스키점프 국가대표팀 김흥수 코치와 후보팀 하성조 코치, 독일 등 스키점프 선진국에서 방문한 외국인 코치들로부터 기본적인 자세부터 배우기 시작한 아이들은 어느새 가장 낮은 K-15 점프대에서 뛰어내릴 수 있는 정도로 실력이 향상했다.
긴장한 표정으로 점프대를 내려온 아이들은 쉴 틈도 없이 다시 스키를 어깨에 메고는 점프대 위로 걸어 올라갔다.
얼굴엔 땀이 비 오듯 쏟아 내렸지만, 즐거움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영화 '국가대표'를 보고 스키점프를 배우고 싶어 프로그램을 신청했다는 이병민(12)군과 조성우(10)군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아요"라고 입을 모았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알파인 스키를 탔다는 최민석(10)군도 "내려올 때의 속도감이 좋아요. 무서우면서도 재미있어요"라며 해맑은 웃음을 지었다.
최군은 "알파인과 비교하면 폴이 없어 중심 잡기도 어려운 것 같다"며 "붕 떠오를 때면 겁이 나지만, 코치님들이 가르쳐준 대로 착지할 때 몸을 잘 웅크리면 다칠 일은 없다"며 씩씩하게 점프대 위로 걸어 올라갔다.
경기장을 미끄러져 내려오던 중 그만 옆으로 넘어진 정호동(12)군은 "계속 자세가 높고 다리에 힘이 들어가는 것 같다"며 아쉬운 탄성을 내뱉었다.
정군은 "다른 애들은 알파인 스키 경험도 많은데 나는 그렇지 않아서 밀리는 것 같다"며 볼멘소리를 했지만, 이내 다시 한번 도전하려고 스키를 챙겨 점프대 위로 향했다.
아이들은 연습이 끝난 뒤에도 계속 자세를 잡아보고 경기장을 신나게 뛰어다니는 등 처음 접한 스키점프의 매력에 흠뻑 빠진 모습이었다.
스키협회는 오는 6일 프로그램을 마친 뒤 참가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가장 낮은 K-15 점프대에서 작은 대회도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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