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영화 속 진짜 국가대표, 하늘을 날다

입력 2009.09.04 (09:11)

수정 2009.09.04 (09:15)

<앵커 멘트>

시속 80킬로미터가 넘는 속도로 미끄러지다가 날아올라서 무려 100미터 거리를 날아가는 스키점프, 생각만 해도 아찔하죠?

네, 최근에 개봉된 영화 한 편 덕분에 스키점프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는데, 박석호 기자, 지금 우리나라에서 세계스키점프 대회가 열리고 있죠?

<리포트>

겨울에만 열리는 줄 알았는데 저도 놀랐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열리는 국제 스키점프대회 현장을 함께 보시죠.

강원도 평창의 알펜시아 경기장에서 11개국, 160여 명의 선수들이 참여한 가운데, 국내 첫 국제스키점프대회의 화려한 막이 올랐습니다.

대회를 보기 위해 몰려든 관중만 3천 여 명.

스키점프에 대해 높아진 관심을 실감케 했습니다.

<인터뷰> 김혜원(서울 중계동) : "선수들이 아무것도 없는 데서 이만큼 이뤘다는 게 굉장히 의미가 있는 것 같아서 스키점프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인터뷰> 이지현(강원 강릉시) : "처음 보는데 되게 기대되고 정말 멋있을 것 같아요."

경기장 한쪽에서는 어린이들을 위한 스키점프 체험행사도 열렸습니다.

실제 점프는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기분만큼은 국가대표겠죠?

<인터뷰> 조성의(경기 성남시) : "15미터 저기에서 뛰는 게 재밌어요."

<인터뷰> 여수향(서울 목동) : "최초 여자 스키점퍼가 되고 싶어요."

하늘을 향해 힘차게 날아올라 하얀 설원에 사뿐히 내려앉는 스키점프.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면서도 비인기 종목이라는 설움을 겪어오다가 영화의 흥행 덕분에 국민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눈도 없는 9월인 만큼 하얀 설원 대신 인조매트에서 열리는 이번 경기.

눈 대신 물을 뿌려 마찰력을 줄이죠.

어제는 김현기, 강칠구, 최흥철, 최용직, 네 명의 선수가 출전했습니다.

처음으로 우리나라에서 대회를 치르게 된 선수들은 감회가 남다릅니다.

<인터뷰> 김현기(스키점프 국가대표) : "제가 귀국한 지가 3일밖에 안 됐어요. 거의 석 달 가까이 유럽에서 월드컵 대회를 치르러 다녔기 때문에 훈련을 전혀 하지 못하고 시합을 하는 거거든요. 스키점프를 응원하시는 분들이 많으니까 그런 걸 통해서 힘을 많이 얻고 있습니다."

극중 등장인물과 이름이 같은 강칠구 선수는 장비 다듬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인터뷰> 강칠구(스키점프 국가대표) : "선수가 똑같은 조건에서 속도가 빠르면 멀리 날아가거든요. 멀리 날아가고 속도를 내기 위해서 왁스 칠을 하는 거예요."

이때 갑자기 관중석에서 환호성이 터집니다.

영화 속 국가대표 선수들이 실제 국가대표 선수들의 선전을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하정우(영화배우) : "실제 시합을 보는 건 처음인데 스키점프 팀의 팬으로서 응원하러 왔습니다. 이번 스키점프 국가대표 (대회)를 통해서 한국 동계 스포츠가 좀 더 발전이 되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배우들과 선수들은 영화 촬영 3개월 전부터 함께 합숙훈련을 하고 영화의 점프장면에서는 실제 선수들이 대역을 하는 등 각별한 인연을 맺어왔습니다.

<인터뷰> 최재환(영화배우) : "모든 선수들이 다 친하지만 최흥철 선수에게는 정말 고마운 게, 최흥철 선수의 집이 식당을 하고 있는데 제가 유독 좋아하는 메뉴가 있었어요. 표고버섯전이라고...그게 맛있다고 했더니 정말 한 바구니를 갖다 주셨어요. 어머니께서. 정말 많이 챙겨주셔서 고마웠던 것 같아요."

지금의 뜨거운 관심이 있게 해준 영화팀에 선수들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인터뷰> 최흥철(스키점프 국가대표) : "한 3개월 정도 동고동락했던 분들이기 때문에 배우라기보다 친형과 동생으로 생각하고 있어서요. 응원 와주시고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분들인데 시간이 없는데도 이렇게 오셔서 응원해주셔서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드디어 우리나라 선수 차례. 김현기 선수가 하늘 높이 날아올랐습니다.

1차 시기 97미터, 2차 시기 98.5미터. 균형 있는 자세와 안정감 있는 착지로 김현기 선수는 폴란드의 스테판에 이어 2위를 차지했습니다.

<인터뷰> 김현기(스키점프 국가대표) : "아쉽게도 1등을 놓치고 2등을 했는데요. 바람이 많이 불어서 좀 어려운 경기를 했는데 그래도 홈그라운드라서 긴장을 크게 하지 않고 가볍게 한다는 생각으로 했기 때문에 (성적이) 잘 나온 것 같습니다."

최흥철 선수는 5위, 소속팀도 없이 훈련해온 강칠구 선수와 최용직 선수는 각각 15위와 24위에 올랐습니다.

<인터뷰> 최흥철(스키점프 국가대표) : "깜짝 놀랐는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셔서 이렇게 응원해주신다는 것에 대해서, 여기에 부응할 수 있는 저는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성적에 관계없이 관중들은 스키점프의 박진감 넘치는 경기에 매료됐습니다.

<인터뷰> 박한별(강원 강릉시) : "스키점프가 겨울에 하는 스포츠인줄 알았는데 여름에 직접 여기 와서 구경하니까 신기하고요. 좋은 경험이 된 것 같아요."

우리 대표팀은 바로 내일 또 한 차례 경기를 치릅니다.

진짜 국가대표 선수들의 멋진 비행이 값진 열매를 맺을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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