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준 다른 ‘파리아스 매직’, K리그 새역사

입력 2009.09.16 (21:26)

수정 2009.09.16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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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최초의 브라질 출신 사령탑 세르지오 파리아스(42) 감독이 가는 길은 명가로 부활한 포항 스틸러스는 물론 한국 프로축구의 새 역사가 되고 있다.
2005년 포항 지휘봉을 잡은 파리아스 감독은 2007년 K-리그, 2008년 FA컵 우승을 차례로 이끌더니 올해는 리그 컵대회에서도 정상에 올려놓으며 국내 대회 챔피언 타이틀을 모두 경험했다.
1990년 포항스틸야드 개장 이후 안방에서는 한 번도 챔피언에 오르는 순간의 벅찬 감격을 누리지 못했던 포항은 19년 만에 처음으로 홈 팬과 함께 우승 세리머니를 펼쳤다.
재작년 포항의 K-리그 우승은 1992년 이후 15년 만이었고, 작년 FA컵 우승은 1996년 원년 대회 이후 12년 만이었다. 그리고 포항은 1993년 이후 16년 만에 리그 컵대회 정상까지 밟았다.
한국 프로축구 역사도 바뀌고 있다. 외국인 사령탑이 K-리그와 FA컵 우승컵을 모두 들어 올린 것은 파리아스 감독이 처음이었다.
지금도 K-리그 최장수 외국인 감독인 파리아스 감독은 일찌감치 2년 계약 연장에 도장을 찍어 2011년까지 포항에 남는다.
외국인 감독 최다승 기록도 파리아스에 의해 경기마다 깨지고 있다. 파리아스는 지난해까지 이미 65승(43무38패)을 올렸고, 올해 12승(11무3패)을 더했다.
포항은 지난 12일 제주 유나이티드와 K-리그 원정경기에서는 8-1로 이기면서 한 경기 한 팀 최다골 기록(종전 7골)까지 갈아 치웠다.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일찍 접은 파리아스 감독은 20대 초반부터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브라질 청소년대표팀 감독도 지냈고 2004년에는 '브라질 최우수 지도자 4인' 가운데 하나로 뽑혔을 만큼 능력 있는 지도자다. 물론 포항이 2005년 서른여덟의 나이에 이름도 생소한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자 구단 안팎에서 반신반의하는 눈길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파리아스의 마법은 과거의 영광을 기억하던 포항을 명가로 화려하게 부활시켰다.
파리아스 마법은 그의 `팔색조 전술'에서 비롯됐다. 파리아스 감독은 다양한 전술과 용병술로 상대팀 감독의 허를 찌른다.
시즌 초반 데닐손, 스테보 등 외국인 스트라이커가 부진하자 2군 리그 득점왕 유창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막강 화력을 유지했고, 윙백 최효진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깜짝 기용해 재미를 톡톡히 보는 등 파리아스 감독의 용병술은 예측을 허락하지 않는다.
구단 관계자들조차 "파리아스 감독은 여느 감독과 달리 생각하는 수준이 다르다. 한 단계 앞서 내다본다. 그의 숨은 의도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다.
주전 경쟁을 유도하는 파리아스 감독의 심리전도 상승세의 원동력이다. 포항은 걸출한 스타 플레이어는 없지만 선발과 후보 선수를 가리기 어려울 만큼 짜임새 있는 선수층을 갖고 있다.
파리아스 감독은 원정경기 때도 경기 엔트리에 포함될 17명(선발 11명+후보 6명)만이 아닌 20명을 데려간다. 경기 전날 베스트 멤버로 전술 훈련에 참가했던 선수가 다음날 출전 선수 명단에서 빠지는 일도 부지기수다. 자율을 강조하지만 팀내 팽팽한 긴장감이 흐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근 포항은 파리아스 감독에게 "명문팀 감독답게 더 좋은 차를 타라"며 새 자동차를 사 줬다.
하지만 파리아스 감독은 "사장보다 좋은 차를 탈 수 없다"고 버텼고, 사장과 같은 차를 타는 것도 거부하다가 결국 힘겹게 새 차를 받아들였다.
한국적 정서에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파리아스 감독의 이런 인간적 면모도 구단 안팎에서 두터운 신임을 받게 한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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