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체전, 쌍둥이 역사 ‘메달 도전’

입력 2009.10.20 (15:22)

수정 2009.10.20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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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이 여섯 번 드는 거 아냐?"
제90회 전국체육대회 역도 여자 일반부 48㎏급 경기가 열린 20일 대전 중일고등학교 체육관에 이미정(18.부산시체육회)이 바벨을 들기 위해 무대에 올라오자 관객석에서는 농담이 흘러나왔다.
조금 전에 이미 3차 시기까지 마친 이미애(18.부산시체육회)와 체격과 얼굴 모두 똑같았기 때문이다.
이미정과 이미애는 쌍둥이 자매다. 1분 먼저 세상에 나온 미정이 언니.
미정은 "미애가 가끔씩은 '언니'라고 부른다"며 웃었다.
초등학교 때 육상을 했던 자매는 2002년 육상부가 없는 태종대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체육 선생님의 권유로 역도를 시작했다.
같은 48㎏급에서 서로 경쟁해야 하는 처지지만, 둘은 "오히려 그래서 더 좋은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아무래도 서로 훈련하는 것을 지켜보고 조언을 하거나 용기를 북돋워 주면서 더 운동을 열심히 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언니 미정은 "자유시간에도 항상 함께 붙어다니며 역도 이야기를 한다"고 말했다.
쌍둥이다 보니 실제로 이심전심으로 통하는 부분도 많다고.
언니 미정은 "한 명이 지치면 이상하게 다른 한 명도 같이 지친다"면서 "4년 전 미애가 훈련을 하다 크게 다쳤을 때는 나도 모르게 계속 눈물이 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7년째 자매를 가르쳐 온 부산시체육회 함정훈(37) 감독은 "서로 유대감이 특히 강한 것 같다. 약속이나 한 것처럼 둘의 컨디션이나 기분이 똑같이 따라간다"고 설명했다.
서로 다른 부분도 있다. 언니 미정은 활달한 성격인 반면 동생 미애는 과묵한 편이어서, 둘이 함께 다닐 때면 늘 미정이 앞장서 말하고 미애는 조용히 뒤에 서있는 편이다.
미정은 "그래도 미애가 한 마디씩은 거든다"고 덧붙였다.
올해 부산체고를 졸업한 둘은 이날 처음으로 전국체전 성인 경기에 나왔다.
둘은 "옆에서 시합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으려니 '저것만 들어올리면 되는데' 싶어 조마조마하더라"고 같은 소감을 전했다.
이날 언니 미정은 용상에서 95㎏을 들어올려 은메달을 따냈지만 부상 후유증을 겪고 있는 동생 미애는 종합 8위에 그쳤다.
미정은 "실업팀에서 경기하면서 역도가 점점 더 재미있어지는 것 같다. 48㎏급 최강자인 임정화(울산시청)을 따라잡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동생 미애 역시 "언니가 정말 잘한 것 같다"며 축하 인사를 전하면서 "나는 앞으로 언니를 따라잡는 게 목표"라며 웃었다.
둘은 그러면서 "언젠가는 둘 다 메달을 목에 걸면 좋을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이미정-미애 자매 외에도 이번 전국체전에는 이처럼 한가족이 함께 대회에 나온 경우가 꽤 있다.
역도 남자 일반부에 출전한 함상일(105㎏급)과 함상준(94㎏급.이상 한국체대2), 수구의 김선호와 김지호(인천체육회) 형제도 쌍둥이다.
펜싱 경기에 나서는 이흥용(인천대4.사브르)과 이승용(인천대3.에페)은 형제가 함께, 인라인롤러의 이슬과 이담비(이상 신송고2), 사이클의 나희경과 나아름(나주시청) 등은 자매가 같이 출전한 경우다.
핸드볼의 강일구(도시개발공사)와 오영란(효명건설)은 부부가 함께 골키퍼로 대회에 출전한다.
이밖에 정구의 김육호(전남정구연맹), 김해인(전남도청) 부녀와 수영의 이현천(전남수영연맹 부회장), 이승연(전남수영연맹) 부자, 승마의 김성칠(대한승마협회 전무), 김균섭(인천체육회) 부자 등 부모와 자식이 지도자와 선수로 출전하는 사례도 여럿 눈에 띈다.
특히 육상의 이종윤(인일여고 코치)-박미선(인천체고 교사) 부부와 이계임(한국체대1)은 가족 세 명이 동시에 트랙에 나선다.
이들이 든든한 '가족의 힘'으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느냐도 이번 전국체전을 지켜보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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