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세터 침묵’, 기아 “속 타네”

입력 2009.10.20 (21:43)

프로야구 한국시리즈가 2승2패로 팽팽한 균형을 이룬 가운데 KIA는 밥상을 차려줄 이가 부진에 빠져 애를 태우고 있다.
KIA는 20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끝난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1회와 3회 나온 2번 타자 장성호의 결정적인 연타석 병살타 2방 때문에 눈물을 훔쳤다.
3차전까지 9타수2안타에 그친 부동의 톱타자 이용규를 대신해 2번타자 겸 좌익수로 출전한 '스나이퍼' 장성호는 왼쪽 손목이 아픈 탓인지 특유의 날카로운 타격을 보여주지 못하고 1회초 무사 1루, 0-2로 뒤진 3회초 1사 1,2루 귀중한 찬스를 모두 2루수 앞 병살타로 날려버렸다.
1∼3차전에서 초반에 안타가 터지지 않아 애태웠던 KIA는 이날 1회초 톱타자 김원섭이 깨끗한 중전 안타를 때려내면서 주도권을 잡는 듯했으나 장성호의 병살타가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조범현 KIA 감독은 이날 9번 이현곤을 1번처럼 여긴 공격적인 타선으로 임했다.
작전 수행 능력이 좋고 타격도 뛰어난 김원섭이 2번 같은 1번, 교타자의 대명사 장성호가 3번 같은 2번을 때려 최희섭-김상현-이종범으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과 유기적인 조화를 이루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장성호가 기회에서 허무하게 무너지면서 연결고리가 잘렸다.
9회초 끈질긴 추격을 펼쳐 3-4로 따라붙었지만 초반 주도권 싸움에서 밀린 것을 끝내 만회하지 못했다.
KIA 타자 대부분이 부진한 가운데 3~4차전에서 기회를 만들어야 할 테이블세터의 침묵은 유독 두드러져 보인다.
1~2차전에서는 1~2번 타자인 이용규와 김원섭이 볼넷으로 출루해 득점하면서 이겼기에 더욱 그렇다.
이용규-김원섭 듀오는 3차전까지 17타수2안타를 합작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볼을 골라내는 좋은 눈을 앞세워 16일 볼넷으로 2번 출루해 모두 득점했고 역전승의 발판을 놓았다.
17일 2차전에서도 4회 1사 후 김원섭이 볼넷을 고른 뒤 최희섭의 좌선상 2루타 때 득점했고 둘의 연속 볼넷으로 만든 6회 1사 2,3루에서 최희섭의 중전 안타가 나와 2-0으로 앞서며 승기를 잡았다.
그러나 3차전부터 엇박자를 냈다.
이용규가 19일 볼넷과 몸 맞는 볼로 두 번 출루했지만 김원섭이 각각 땅볼로 잡혀 찬스가 끊겼고 이날 4차전에서는 김원섭이 두 번이나 안타로 출루했지만 장성호의 연속 범타로 무위에 그쳤다.
1~2번 타자의 부진은 중심 타선의 집중력 저하로 이어졌다. 각각 삼진 1개와 3개를 당한 최희섭과 김상현은 지나치게 한 방을 의식하다 제대로 스윙도 하지 못하고 물끄러미 삼진을 당했다.
SK 마운드는 KIA의 1,2번을 묶으면서 대량 실점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났지만 KIA의 중심 타선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려 더욱 꼬인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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