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신 넘은’ 조범현, 드디어 명장 반열

입력 2009.10.24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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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범현(49) KIA 감독이 '야구의 신'으로 불리는 스승 김성근(67) SK 감독을 넘어 드디어 명장의 반열에 올랐다.
24일 잠실구장에서 계속된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손에 땀을 쥐는 명승부 끝에 나지완의 극적인 끝내기 홈런을 앞세워 SK를 6-5로 따돌리면서 조 감독은 두 번째 한국시리즈 도전만에 마침내 정상을 밟았다.
전통의 명가 타이거즈에 12년 만에 통산 10번째 우승컵을 안긴 조 감독은 2003년 초보 사령탑으로 SK를 이끌고 한국시리즈에 올라 현대에 3승4패로 패해 아쉽게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았던 아픔도 6년 만에 씻어냈다.
특히 해태 시절을 포함해 타이거즈에서 선수로 뛰지 않은 '비 타이거즈' 출신으로 값진 우승을 일궈 조 감독의 지도력과 리더십은 절정의 순간을 만끽했다.
프로야구 28년 역사상 50명이 넘는 야구인들이 감독을 역임했지만 한국시리즈 우승을 맛본 사령탑은 김응용 삼성 사장(10회)을 필두로 김재박 전 LG 감독(4회)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조 감독은 역대 감독 중 11번째로 한국시리즈 정상을 정복했다.
조 감독은 냉철하면서도 강인한 리더십을 앞세워 종이호랑이였던 타이거즈의 체질을 바꿔놓았다.
2007년 6월 배터리 코치로 KIA 유니폼을 입은 조 감독은 그해 말 KIA의 역대 4번째 사령탑으로 선임됐고 계약 기간 만료해인 올해 팀을 정규 시즌 1위와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차례로 이끌었다.
KIA는 전신인 해태 타이거즈 시절 김응용 감독(현 삼성 사장)의 강력한 카리스마를 앞세워 한국시리즈에서 9번이나 축배를 들었지만 1997년 이후 정상에서 멀어졌다.
2001년 KIA로 간판을 바꾼 뒤 호랑이 군단의 '적자' 김성한 감독을 시작으로 타이거즈 전문가인 유남호, 서정환 감독이 바통을 이어받았으나 2002~2003년 두 차례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게 최고 성적이었다.
결국 '데이터 야구'라는 특기를 지닌 조 감독에게 팀 재건을 맡겼고 조 감독은 동고동락한지 2년 반 만에 타이거즈 돌풍을 주도하며 정상급 지도자로 우뚝 섰다.
지난해 투타 불균형 탓에 6위에 머물렀던 조 감독은 올해 미야자키 전지훈련부터 지옥 훈련으로 허약했던 체질을 개선했고 타선보다는 마운드를 보강해 4강 진출을 노렸다.
릭 구톰슨(13승), 아킬리노 로페즈(14승) 두 외국인 투수가 선발진을 강화했고 윤석민(9승)과 양현종(12승), 서재응, 곽정철(이상 5승), 이대진(3승)까지 자원을 풀가동, 8개 구단에서 가장 강력한 선발진을 구축했다.
메이저리그 출신 최희섭(홈런 33개)을 4번, 홈런(36개)과 타점(127개) 1위를 차지한 '복덩이' 김상현을 5번에 박아 최강의 CK포로 부족한 응집력을 홈런으로 만회했고 8월에만 20승을 올리며 정규 시즌을 1위로 마쳤다.
SK와 한국시리즈에서 조 감독은 스승 김성근 감독을 넘어서는 지략을 선보였다. 이는 큰 경기 경험이 적은 KIA 선수들이 정상에 오를 수 있던 큰 원동력이 됐다.
1차전에서 승부를 가른 위장 스퀴즈로 김 감독을 깜짝 놀라게 한 조 감독은 5차전에서는 짜릿한 스퀴즈번트로 또 한번 팬들을 놀라게 했고 최종 7차전에서는 불펜을 강화하기 위해 5차전에서 완봉역투를 펼쳤던 로페즈를 깜짝 투입, 위기를 넘겼다.
KIA는 조용하면서도 강인한 인내심을 발휘, 선수단을 속속들이 파악한 조 감독과 재계약을 추진할 예정이다. 타이거즈 야구의 부흥을 알리는 '조범현 시대'는 막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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