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D-100] 선수촌장 “종합 2위 따놓은 당상”

입력 2010.08.04 (10:07)

"개최국 중국을 따라잡기는 어렵겠지만, 우리의 종합 2위 자리는 흔들림 없을 것입니다. 선수들이 힘을 낼 수 있도록 올림픽 때처럼, 월드컵 때처럼 응원해 주세요"

노원구 공릉동에 위한 태릉선수촌에 가면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각 종목에서 국내 최강자들이 모여 연중 쉬지 않고 구슬땀을 쏟아내는 곳이지만, 아시아 최고 스포츠축전을 위해 4년을 기다려온 선수들의 긴장감은 그 어느 때보다 팽팽하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100여 일 앞두고 김인건(66) 태릉선수촌장의 몸과 마음도 점점 바빠지고 있다.

1960년대 농구 국가대표를 지낸 김 선수촌장은 2002년 12월부터 2005년 3월까지 태릉선수촌장을 맡았고, 2008년 10월부터 다시 태릉의 수장으로서 선수들의 훈련 지원을 총괄하고 있다.

선수촌장으로서 2004년 아테네 하계올림픽,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등 굵직굵직한 국제 스포츠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냈는데 하계아시안게임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은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전체 42개 종목 중 크리켓을 제외한 41개 종목에 1천 명 가까운 선수단을 파견, 4회 연속 종합 2위 수성을 노린다.

김인건 태릉선수촌장으로부터 아시안게임 준비 상황과 예상 성적 및 전망 등을 들어봤다.

-- 아시안게임을 대비해 종목별로 훈련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광저우 아시안게임의 전체 종목은 42개인데, 우리는 41개 종목에 참가한다. 전체 참가 선수단을 1만 2천여 명으로 예상하는데 이중 우리 선수단이 1천 명 가까이 된다. 아주 큰 규모다. 태릉선수촌에서는 12∼15종목 선수들이 동시에 훈련할 수 있다. 요트, 조정, 사격 등 종목 특성에 따라 많은 종목은 촌외훈련을 하고 있다.

태릉선수촌에는 여러 종목 선수들이 훈련하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시너지 효과가 있다. 올 초 밴쿠버 동계올림픽 때 현지에서 선수촌으로 전화를 걸어 이야기를 들어보니 선수들이 식사 후에도 흩어지지 않고 식당에서 함께 TV를 보면서 손뼉을 치고 응원했다고 하더라. 다들 하계 종목 선수들이었다. 선수촌에 있으면 종목은 다르지만, 우리 선수들이 잘하는 모습을 보면서`나도 잘 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경쟁심을 갖게 되는 것 같다.

-- 선수촌장으로서 하계 아시안게임은 처음 치르는데.

▲선수 시절 1962년 자카르타 대회에 국가대표로 출전한 것을 시작으로 아시안게임에 세 번 나갔다. 이후 지도자로도 참가했다. 아시안게임과는 인연이 많다.

이번 대회에서는 다들 예상하고 있지만, 중국을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2위는 지켜내겠다는 것이 우리의 각오다. 선수들도 모두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 밴쿠버 동계올림픽과 월드컵 축구대회 등 올해 유난히 우리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아시안게임에도 국민적 관심이 이어질 텐데.

▲사실 선수들에게 가장 민감한 것이 국민적 관심이다. 올림픽이나 월드컵에는 많은 관심을 두고 성원을 보내주신다. 하지만 아시안게임은 좀 떨어진다. 국민적 관심과 응원이 있으면 우리 선수들도 더 힘을 낼 것이다.

-- 이번 대회에서 우리 선수단의 목표와 메달 전략은.

▲지난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중국에 이어 2위를 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종합 2위를 지키는 것이 목표다. 도하 대회 때 우리가 딴 금메달이 58개였다. 일본이 50개였고, 중국은 166개로 월등히 많았다.

이번 대회에서는 도하 대회 때보다 다섯 종목이 늘면서 금메달 수도 424개에서 476개로 52개가 많아졌다. 65개 이상의 금메달을 따면 일본을 이기고 종합 2위를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아시아에서는 이미 적수가 없는 데다 개최국의 이점까지 안은 중국의 독주가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 메달 전략에도 영향이 있을 텐데.
▲물론 중국과 정상을 놓고 다투는 종목이 꽤 많다. 진종오가 베이징 올림픽 사격 남자 50m 권총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 비록 2위에 오른 북한 김정수가 금지약물 양성반응으로 추후 메달을 박탈당했지만 한국, 북한, 중국 등 동양 3국이 나란히 1∼3위를 차지했다.

사격뿐만 아니라 양궁, 여자유도 등에서도 중국 선수들의 기량이 많이 올라왔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육상과 수영 등 메달이 많은 기초 종목에서 워낙 강하다. 우슈는 종주국이다. 객관적으로 중국을 넘어서기는 어렵다.

결국에는 일본과 싸움이다. 일본도 수영, 육상 등에서 우리보다 낫다. 하지만 인도, 파키스탄을 비롯해 중동 국가들 역시 이 종목에서 강해 일본이 노린 메달을 나눠 가질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가 종합 2위를 지키는 데는 문제 없을 것이다.

-- 선수촌의 수장으로 어려움은 없나.

▲과거에 비하면 지원도 늘고 훈련 여건도 좋아졌다. 올해 우리 선수들이 잇달아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낸 것 역시 오랜 투자의 결실이다. 훈련일수도 점점 늘어 올해는 연간 210일까지 가능해졌다. 이전에는 10월쯤 열리는 전국체육대회가 끝나면 훈련비가 바닥나 연말에는 훈련을 못 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1년 내내 훈련할 수 있다.

다만 `선택과 집중'을 위해 훈련비를 모든 종목에 똑같이 배정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메달을 딸 수 있는 종목, 지난 대회에서 메달을 딴 종목 중심으로 훈련비가 나간다.

태릉선수촌이 건립된 것이 1966년이다. 이후 10년 만인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첫 금메달이 나왔다. 야외 링크였던 태릉 국제스케이트장은 2000년에 전천후 실내 경기장으로 재개장했다. 이후 10년 만인 올해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사상 첫 금메달이 나왔다.

내년 8월에는 충북 진천에 훈련원이 마련된다. 먼저 육상, 수영, 사격 종목 등의 선수들이 훈련할 것이다. 아시안게임에서 육상에 걸린 금메달이 47개, 수영에는 53개, 사격이 44개다. 하지만 세 종목을 합쳐 우리가 가져올 수 있는 금메달은 20개도 안 된다. 기본 종목에서 실력을 배양하고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면 앞으로도 2위 수성은 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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