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구제역으로 키우던 소를 모두 땅에 묻어야 했던 한 축산농가의 사연이 인터넷에 올라 누리꾼들의 눈시울을 붉히고 있습니다.
매몰 처분 통보를 받은 순간부터 소들을 땅에 묻기까지 과정이 생생히 기록됐는데요,
양성모 기자가 이 농가를 찾아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불과 사흘 전만 해도 한우 120여 마리가 살았던 농장.
지금은 한파가 몰고온 냉기만 가득합니다.
<녹취> "뜨거운 물이 나오는데 소가 없으니까 얼지."
농장주 정부임 씨는 지난 19일, 구제역 오염지역을 지났던 차량이 이곳에 들렸다며 매몰 처분 통보를 받았습니다.
새끼를 밴 암소가 40마리나 됐고, 사흘 전 태어난 송아지도 네 마리였지만 살처분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인터뷰>정부임(축산농가) : "억울하지만 혹시 구제역 판정을 받으면 주변 소, 돼지도 다 묻어버려야 하니까..."
소를 안락사시키던 지난 21일, 정 씨의 남편은 마지막으로 최고급 사료를 줬습니다.
<인터뷰>유영범(축산농민) : "마음껏 먹게끔 줬어요. 한 2~3일 전부터 죽는다고 해서...많이 먹고 가라고."
정 씨와 가족들은 새벽까지 극약 주사를 맞고 쓰러져가는 소들을 지켜보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튿날 정 씨의 아들은 이런 과정을 생생히 기록해 인터넷에 올렸습니다.
<인터뷰>유동일(정부임 씨 아들) : "(방역 공무원이) 직업을 잘못 선택한 거 같다고 말씀하시면서 힘들게 송아지한테 주사를 놓으시더라고요."
소들을 매몰 처분해야 했던 과정은 정 씨 가족에게나 방역 공무원에게나 돌이키기 싫은 고통이었습니다.
KBS 뉴스 양성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