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풍의 배구코트, 판도는 ‘예측불허’

입력 2010.12.27 (09:33)

수정 2010.12.27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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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프로배구 1라운드는 '돌풍'이라는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남자부에서는 만년 3위에 그쳤던 대한항공이 공수 모두에서 짜임새 있는 모습을 바탕으로 6전 전승을 달리며 단독 1위를 지켰고, 여자부에서는 지난 시즌 최하위 팀 도로공사가 4승1패로 선두로 치고 나섰다.



반면 지난 시즌 남녀부 챔피언결정전 우승팀인 삼성화재와 인삼공사는 각각 하위권인 6위와 4위로 처져 있어 순위표 위아래가 완전히 바뀐 모양새가 됐다.



이제 전체 일정의 27% 정도밖에 치르지 않은 상황이라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선두로 나선 두 팀이 확실히 예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어 '지난 수년간 굳어져 있던 판도에 변화가 오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대한항공은 그동안 우승권에 근접한 전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조금씩 부족한 모습을 보여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의 양강 체제에 실질적인 위협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신영철(46) 감독의 지휘 아래 혹독한 훈련을 거치면서 약점으로 지적되던 불안한 수비 조직력이 짜임새를 갖춰 쉽게 꺾을 수 없는 팀으로 변모했다.



주포 김학민(27)이 레프트로 자리를 옮겨서도 여전히 고공 강타를 펑펑 때려대고 신인 레프트 곽승석(22)이 탄탄한 기본기로 뒤를 받치면서 수비에 안정성을 더했다.



신 감독은 여기에 리베로 김주완(30)을 레프트로 돌려 코트에 내보내는 '묘수'를 동원해 팀의 후방 수비를 물샐 틈 없이 구축했다.



수비가 안정되면서 세터 한선수(25)의 토스도 살아났고, 오랜만에 제대로 건진 외국인 선수 에반 페이텍(26)과 호흡도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다만, 지난 2008~2009시즌에도 1라운드 전승 행진을 벌였으나 결국 3위에 머문 기억이 있는 만큼 언젠가는 찾아올 위기를 어떻게 벗어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우승 후보로 꼽히던 현대캐피탈이 초반 부진을 씻고 상승세를 타고 있는데다 2라운드부터는 국가대표 주포 문성민(24)이 합류할 예정이라 더욱 긴장해야 한다.



반대로 삼성화재는 '왼손 거포' 박철우(25)가 가세하고도 프로 출범 후 첫 3연패를 당하는 등 최악의 부진에 빠져 있다.



올 시즌 남자부는 LIG손해보험과 우리캐피탈, KEPCO45는 물론이고 상무신협까지 언제든 승리를 거둘 수 있는 전력을 구성해 앞으로 판도를 더욱 예측하기 어렵다.



여자부 선두 도로공사의 선전도 놀랍다.



올해 9월 컵대회에서 한결 강해진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외국인 선수가 가세하는 정규리그에서도 도로공사가 기세를 이어가리라 전망한 이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어창선(42) 감독의 지도로 빠른 배구를 접목한 도로공사는 황민경(20)을 필두로 한 '벌떼 배구'로 다른 팀의 혼을 빼놓으며 순항하고 있다.



23일 치러진 흥국생명과 6라운드 경기에서만 패배했을 뿐, 1라운드 4경기에서는 전승을 거두며 여자부 코트 돌풍의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남자부(5라운드)보다 한 라운드를 더 치르는 여자부는 6라운드 경기를 중간마다 나눠서 벌인다.



여자부에서는 강호 흥국생명이 1승4패로 최하위로 처져 있는 가운데 현대건설(3승2패)과 GS칼텍스(2승2패), 인삼공사(2승3패)가 비슷한 성적으로 늘어서 있어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한다.



한편 '배구판 자블라니'로 불리던 새 공인구 '그랜드챔피언'은 효과적으로 코트에 정착했다. 컵대회 때 '무거운 느낌'이라며 불만을 토로하던 선수들은 적응기를 마치고 다시 강한 스파이크를 터뜨리고 있다.



또 여자부에서 3세트에 외국인 선수를 출전시키지 않기로 한 규정은 올 시즌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낮은 도로공사가 톡톡히 효과를 본 가운데 3세트 결과에 따라 흐름이 요동치면서 경기에 흥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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