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싹쓸이 찰떡 호흡 과시

입력 2011.01.31 (20:13)

수정 2011.01.31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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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쇼트트랙을 세계 최강으로 끌어올렸던 '치밀한 작전'과 '찰떡 호흡'은 변하지 않았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은 31일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열린 2011 동계아시안게임 쇼트트랙 남녀 1,500m에서 노진규(경기고)와 조해리(고양시청)가 금메달을, 엄천호(한국체대)와 박승희(경성고)가 은메달을 각각 휩쓸면서 명예 회복의 신호탄을 쏘았다.

사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한국 쇼트트랙을 향한 팬들의 눈빛은 어느 때보다도 싸늘했다.

지난해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기대에 밑도는 성적을 올린데다, 이후 승부 조작 파문이 계속되면서 전통적인 효자 종목의 명예가 땅에 떨어졌다.

부정행위를 방지하고자 타임레이스(일정 구간의 통과 속도를 겨루는 방식)를 도입했지만, 이번에는 경기력이 떨어지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쇼트트랙에서 중요한 작전 수행 능력이 좋은 베테랑 선수들이 탈락하고 강한 체력을 앞세운 어린 선수들이 대거 대표팀에 발탁되면서 이런 주장은 더욱 힘을 얻었다.

그러나 이날 중국과 일본의 정상급 선수들과 겨루면서도 한국 선수들은 여전히 완벽한 작전 수행 능력과 찰떡같은 호흡을 보여주며 이런 걱정을 단숨에 날려버렸다.

여자 1,500m에 나서는 조해리와 박승희는 모두 최근 부상에 시달리느라 완벽한 컨디션이 아니었지만, 완벽한 호흡으로 밴쿠버 동계올림픽 2관왕 저우양(중국)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1, 2위를 휩쓸었다.

중국은 이날 판커신이 초반 레이스를 주도하며 한국 선수들의 체력을 떨어뜨리고 나서 후반에 저우양이 치고 나가는 작전으로 경기에 나섰다.

조해리와 박승희는 이런 전략에 말려드는 듯하면서도 힘을 빼고 따라가다가 중반 이후 전세를 뒤집는 작전으로 맞섰다.

8~6바퀴를 남기고 박승희와 조해리가 차례로 1위로 올라섰고, 이때부터 레이스 주도권은 한국으로 넘어왔다.

저우양이 4바퀴를 남기고 추월을 시도했으나 조해리와 박승희는 완벽한 호흡으로 서로 공간을 잘 지켜냈고, 결국 저우양은 힘이 떨어져 4위로 밀려나고 말았다.

박세우(39) 대표팀 선임 코치는 "한 차례 위험한 고비가 있었으나 두 선수 모두 경험이 풍부해 서로 호흡을 잘 맞췄다"며 미소 지었다.

조해리 역시 "완벽한 틀을 잡아 놓지는 않았지만, 수많은 상황을 미리 만들어 보고 연습했다"고 전했다.

대표팀 경험이 적은 노진규와 엄천호가 출전한 남자 1,500m에서도 작전이 정확히 들어맞았다.

박 코치는 부상에 시달리느라 훈련량이 적어 체력이 떨어지는 엄천호가 노진규 뒤에서 따라가도록 전략을 짰고, 두 선수는 3바퀴째부터 선두를 달렸다.

젊은 체력의 노진규가 레이스를 주도하는 동안 엄천호도 후배를 페이스메이커 삼아 마지막까지 지치지 않고 달릴 수 있었다.

박 코치는 "엄천호가 경기를 마치고 노진규에게 '고맙다'고 인사하더라. 선배가 후배에게 감사를 전하는 장면이 참 보기 좋았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어린 선수들이 경험이 적고 기술적으로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만큼 코치진의 작전 지시에 철저히 따라 줬다. 오늘 경기에서도 우리 선수들이 필요한 타이밍에 정확한 움직임을 보여줬다"며 만족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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