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교 객원해설위원]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이 오늘 발효됐습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단일국가로는 세계 최대인 미국시장을 선점하게 됐습니다. 최근 유럽발 재정위기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한미 FTA 발효는 우리나라의 수출증대에 상당한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는 우리 경제의 시스템을 선진화해 무역 2조 달러시대를 견인하는 중추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우리가 한미 FTA를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점에 있어서는 정부도 한미 FTA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한미 FTA로 인해 대기업만이 혜택을 볼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한미 FTA가 발효된다고 해서 우리나라의 대미수출이 자동적으로 늘어나는 건 아닙니다. 원산지규정에 맞을 때만이 관세철폐의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중소 수출기업들이 대미수출에서 원산지 규정적용의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기업 스스로는 물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합니다. 미국시장에서 우리 중소기업과 그 제품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도 필요합니다. 우리 중소기업들은 그 동안 높은 기술력과 품질을 가지고도 회사나 제품의 인지도가 낮아 종종 대미수출에 어려움을 겪어왔기 때문입니다. 중소기업에 대한 이러한 종합 지원책을 통해 한미 FTA가 중소기업에게 대미수출의 새로운 활로와 기회를 제공해 준다면 반대론자의 주장은 자연 수그러질 것입니다. 소비자들에 대한 혜택도 확실히 나타나야 합니다.
사실 지금까지 많은 FTA를 체결했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가격인하효과는 미미했던 게 사실입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으나 통관 이후 최종소비자에 이르는 과정에서 독과점적 유통구조와 불공정한 거래가 주요 원인의 하나입니다. FTA로 인해 서민들의 장바구니 부담이 줄어들고 실질소득이 올라간다면 FTA가 소득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반대론자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피해가 예상되는 농수산부문에는 구조조정과 함께 철저한 피해보상이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FTA의 부정적 효과가 최소화되고, 산업 효율화를 거쳐 국부가 증가될 때 비로소 FTA를 추구한 목적이 달성되는 것입니다. 기업들의 FTA 활용노력 제고와 함께 정부의 철저한 준비와 지원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