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을 탈출하는 시리아 난민 ‘고통’

입력 2012.04.01 (10:24)

수정 2012.04.01 (10:55)

<앵커 멘트>

방금 이영석 특파원의 보도처럼 시리아 사태는 쉬 해결될 것 같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시리아 국민들의 희생과 고통은 커져만 가니 안타깝기 이를 데 없습니다.

예, 이 유혈사태가 나고부터 포탄과 총격, 죽음의 공포를 피해 조국을 등지고 인근 국가로 탈출하는 시리아 인들이 늘고 있는데, 이 난민이 수 만 명에 이릅니다.

시리아 인들이 국경을 넘어 탈출하는, 시리아-터키 국경 현장을 김명섭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시리아와 터키 국경, 차도 옆을 따라 이어진 이 철책 국경선을 넘으면 바로 시리아 땅입니다. 국경 검문소에는 수송 품을 실은 트럭과 자동차들이 시리아와 터키 사이를 왕래하고 있습니다. 터키 국경검문소를 통과해온 한 시리아인 에게 시리아 상황을 물어봤습니다.

<인터뷰>마하무드(시리아인): "모든 게 좋고 아무 문제없습니다. 시리아 대부분 사람들이 아사드를 지지합니다."

그러나 국경 주위에서 택시 영업을 하는 터키 운전기사의 말은 다릅니다.

<인터뷰>하산(터키 택시 운전기사): "국경을 넘어온 시리아 인들은 진실을 말 안합니다. 보복 당하는 걸 겁내기 때문입니다."

다음날 오후 총탄 흔적 투성이의 한 트럭이 국경 검문소에 도착했습니다. 무려 70발의 총탄을 맞았습니다. 터키인 운전기사는 목숨을 잃었습니다.

시리아 정부군이 알 아사드에 반대하는 국경 주변 마을을 초토화시키면서 주위를 지나던 트럭도 덩달아 공격을 받았다는 겁니다. 이 시간에도 시리아 정부군의 공격이 이어지고 있을지 모르는 상황...., 취재진은 시리아 국경으로 달려갔습니다.

이곳 시리아 국경에서 안쪽으로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시리아 정부군의 무자비한 공격이 이뤄졌습니다.

시리아 영내에 들어서자마자 무장한 시리아 군인들이 출동해 취재진을 막아섰습니다. 시리아 국경을 넘기는 이처럼 힘든 상황입니다. 이들 시리아 정부군은 최근 시리아 중부 하마와 반군의 중심지인 홈스, 서북부 이들리브 등지를 탱크 등으로 무차별 공격했습니다.

이 공격으로 지난 주 반군과 주민 등 백 명 가까이 숨졌습니다. 정부군은 유혈 진압을 피해 국경으로 향하던 피난민 버스에도 총격을 가했고, 10명이 희생됐습니다.

<인터뷰>외메르(터키 TRT방송 기자): "아사드 지지자들을 빼고 모두 적이라고 간주해 공격하기 때문에 (터키)기자들도 위험해서 국경을 넘을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 시리아 국민들의 피난 행렬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시리아 인들이 국경 검문소를 피해 산골짜기를 돌아 몰래 터키 국경으로 넘어 오고 있습니다. 시리아 군의 총격이 두려워 주위를 조심스럽게 살피며 국경 철책을 통과합니다.

지친 모습이지만 두려움 때문에 뛰듯이 난민촌으로 달음질칩니다. 이날 생사의 갈림길에서 국경을 넘은 시리아 난민들은 무려 3백여 명, 터키군이 제공한 버스를 타고 난민촌에 도착했습니다. 살았다는 안도감에 감사의 노래를 합창합니다.

<녹취>탈출 어린이들 합창: "아사드에 반대해 자유를 누릴 겁니다. 자유 만세!"

초롱초롱한 아이들의 눈망울엔 공포와 기쁨이 교차하고 있습니다.

<인터뷰>힌디(시리아 난민): "아사드에 충성을 맹세한 군인과 부족 사람들이 우리 마을을 공격해 상당수가 죽거나 다쳤습니다."

어렵사리 난민촌에 도착했지만 이들의 불안감은 쉽게 가시지 않습니다.

<인터뷰>라칸(시리아 난민): "나를 포함해 시위한 사람들의 집을 불태웠고 잡힌 사람은 모두 죽었습니다. 오는 길에도 총격을 여러 차례 받았습니다."

터키의 레이한르 난민촌은 터키-시리아 국경에서 불과 3백미터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현재 3천 5백명이 수용돼 있는 이 난민촌에선 총상을 입은 환자들이 쉽게 눈에 띕니다. 이 시리아인은 반정부 시위대로 활동하다 오른쪽 다리에 10발이 넘는 총탄을 맞았습니다.

<인터뷰>함마(시리아 총상 환자): "나에게 무기만 준다면 다시 아사드 정부군에 대항해 싸우고 싶습니다."

시리아 정부군이었다가 민간인에 대한 유혈진압 명령을 거부하고 탈출해 국경을 넘어 온 군인들도 있습니다.

<인터뷰>암메드(전 시리아 정부군 병사): "내 상관이 시위하는 사람들 모두 사살하라고 했는데, 차마 따를 수가 없어서 탈영했습니다."

대학생인 아나스는 고등학생 남동생의 죽음에 충격을 받고 시리아를 탈출해 난민촌에서 '자유 시리아' 활동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아나스의 동생은 반정부 시위때 아사드의 캐리커쳐를 그렸다는 죄목으로 손목이 잘린 채 죽임을 당했다고 합니다.

<인터뷰>아나스(시리아 난민/대학생): "시리아 비밀경찰이 동생 주검 앞에 누구든지 아사드를 반대하면 이런 참혹한 죽음을 당할 것이다라는 편지를 놓고 갔습니다."

시리아 사태가 일어나고 1년, 정부군의 유혈진압에 숨진 사람만 이제 9천 명을 넘어 만 명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난민촌의 밤, 밖은 모두 잠든 시간이지만 난민촌 안은 분주하기만 합니다. 일부 시리아인들은 담요 등 침구류를 경비 군인들 몰래 난민촌 밖으로 가지고 나옵니다. 난민촌 밖에서 노숙을 하는 등 고생하는 가족. 친지들에게 주려는 것입니다. 외부인의 출입이 통제된 난민촌 내부를 '자유 시리아' 활동가들의 도움을 받아 취재할 수 있었습니다. '자유 시리아' 활동가들은 이곳 난민촌을 터전으로 인터넷 등을 이용해 대 시리아 반정부 선전전을 하고 있습니다.

<녹취>자유 시리아 활동가: "제가 찍은 겁니다."

이들은 반정부 시위 상황과 희생자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 세계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비록 난민촌 천막생활이지만 자유의 공기를 마시며 가족이 함께 있으니 분위기는 정겨워 보입니다.

<녹취>시리아 안내인: "한국방송에서 왔습니다."

늦은 저녁을 먹는 시리아 난민 가족은 취재진에게 따뜻한 인삿말과 함께 함께 식사할 것을 권했습니다. 날이 밝자 난민촌 부녀자들은 세탁 준비에 분주합니다. 답답한 천막 안을 벗어나 볕을 찾아 밖에서 식사도 하고...함께 차를 마시며 담소로 애환을 달래기도 합니다. 난민촌 중앙에는 생필품을 파는 간이매점도 생겨났습니다. 그래도 난민촌 생활이 편할리는 없습니다. 어린이들은 신발이 없어 발에 비닐봉지를 덮어씌우고도 마냥 즐거워합니다. 지난 1년 시리아에선 볼 수 없던 표정들입니다.

매일 수십 명,수백 명의 난민들이 죽음을 피해 조국 시리아를 떠나고 있습니다. 난민촌이 새로운 삶의 터전입니다. 터키로 넘어온 시리아 난민 숫자는 지금까지 만7천여 명에 이릅니다.

시리아 난민들은 하루하루를 힘들게 넘기고 있습니다. 난민들 몸은 비록 이곳 터키 난민촌에 있지만 마음만은 조국에 남겨져 있는 가족과 친지에게로 향해 있습니다.

유엔과 아랍연맹은 시리아 유혈 사태를 끝내기 위해 부상자 수송과 구호품 제공 등을 위해
일시 휴전을 제안하는 평화안을 시리아 정부에 제안했습니다. 시리아 정부도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시리아 내 무력 충돌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터뷰>하무드(시리아 난민): "우리는 죽을 고생을 하며 지내고 있는데, 왜 세상은 아사드 대통령을 그냥 놔두는 겁니까?"

국제 사회의 노력이 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리아 사태의 희생자들은 늘어가고...목숨을 걸고 국경을 떠도는 난민들의 고통과 공포, 시름은 깊어만 가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KBS 뉴스 이미지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