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 남자 10m 공기권총 결선이 열린 28일 오후(현지시간) 영국 런던 그리니치파크의 왕립 포병대 기지 사격장.
진종오가 금메달이 걸린 마지막 격발을 위해 심호흡을 마치고 권총을 천천히 들어 올리자 이번에는 관중석이 심호흡을 했다.
다같이 숨죽이며 지켜보던 전광판에서 진종오가 결선 총 10발(만점 109점) 가운데 가장 높은 10.8점을 과녁에 마지막으로 명중시킨 것으로 확인되는 순간 관중석은 뜨거운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만큼 진종오의 이날 우승은 극적이었다.
사실 진종오는 이날 결선에 2점차 리드를 안고 나섰다.
진종오는 첫 번째 사격부터 5발까지 모두 10점 이상을 쏘는 등 절정의 감각을 유지하며 2위와의 격차를 4.4점까지 늘려나갔다.
다들 ‘이제 됐다’고 생각하던 순간 위기는 찾아왔다.
진종오는 6번째 발에서 9.3점을 쏘더니 7번째 발은 9.0점을 기록하며 뒤에서 지켜보던 김선일 코치의 탄식을 자아냈다.
여러 차례 심호흡하고 다시 총을 들어 올렸지만 8~9번째 발은 각각 9.4점, 9.7점이었다.
4.4점까지 벌어졌던 2위와의 점수 차는 마지막 발을 남기고 어느덧 1.3점으로 줄어들었다.
진종오가 9점 이하를 쏘고 2위가 10.4점 이상을 쏘면 금메달은 물 건너가는 순간이었다.
반대로 진종오가 9.7점 이상만 쏘면 다른 7명의 경쟁자가 만점을 쏜다고 해도 자력으로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금메달의 운명이 걸린 마지막 한방을 앞두고 관중석도 극도의 긴장감에 휩싸였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50m 소총 복사 우승자인 이은철은 "올림픽에서 한발을 남기고 선두를 달리는 심정은 일반인이 숫자 하나만 더 맞으면 로또 1등에 당첨될 때 떨리는 마음과 비슷할 것"이라고 묘사한 바 있다.
그만큼 누구라도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2004년 아테네올림픽과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마지막 10번째 발에서 유독 불안한 모습을 연출했던 진종오이기에 긴장감은 더했다.
진종오는 권총을 들어 과녁을 조용히 응시했다.
드디어 진종오의 권총에서 격발음이 들리자 관중석의 눈은 모두 전광판으로 향했고 10.8점이라는 거의 만점에 가까운 점수가 나오자 관중석은 벅찬 환호성으로 가득했다.
진종오 자신도 믿어지지 않는 듯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흔들었다. 마지막 격발에서 유독 약했던 ‘올림픽 징크스’도 함께 떨쳐냈다.
반대로 ‘디펜딩 챔피언’ 팡웨이(중국)는 마지막 격발에 따른 긴장감을 이기지 못하고 9.0점을 쏴 4위로 밀려나고 말았다.
그는 "마지막 발을 쏘기 직전에 ‘아테네와 베이징 때와 같은 아쉬움을 남기기 말자’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최대한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쁘다. 베이징 대회 때와는 차원이 다른 금메달"이라며 시원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