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김정은의 후견인 장성택

입력 2012.11.10 (09:28)

수정 2013.12.03 (17:19)

<앵커 멘트>



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하는 클로즈업 북한입니다.



김정은 제1비서가 집권한 뒤,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의 입지가 북한에서 더욱 공고해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당과 내각의 핵심 인물들로 구성된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되기도 했는데요.



김정은이 군보다는 당과 내각에 힘을 실어주는 과정에서 장성택이 사실상 김정은의 후견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클로즈업 북한, 오늘은 북한 권력 실세로 자리를 확고히 한 장성택을 분석합니다.



<리포트>



지난 4일,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가 개최됐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4일) :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성원들은 다음과 같다. 위원장 장성택, 부위원장 노두철, 최부일, 리용수...."



회의에서 북한은 ‘국가체육지도위원회’를 신설하고 초대 위원장에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을 임명했다.



부위원장에 내정된 노두철, 김용진 내각 부총리를 비롯해 위원 여러 명이 내각과 당 출신 관료로 꾸려졌다.



반면 군 출신 인사로는 최고사령관을 보좌하는 총참모부의 최부일 작전국장과 오금철 부총참모장 등 일부만이 포함됐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4일) : "결정서는 사회주의 정치, 군사 강국인 우리 나라를 경제 강국으로뿐 아니라 체육 강국으로 빛낼 원대한 구상을 펼치고..."



체육지도위원회에는 ‘체육 강국’을 목표로 장성택 등 북한의 이른바 ‘파워 엘리트’ 37명을 위원회에 대거 포진시켰다.



북한 5대 핵심 권력기관 중 김정은이 포함되지 않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나 내각보다도 구성원 수가 더 많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최고인민회의 상임 위원회나 내각보다 사실상 정치적으로 더 큰 힘을 가지게 됐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이번에 국가체육지도위원회라는 강력한 권력 기관의 수장을 맡긴 것은 김정은이 장성택을 경쟁상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매우 신임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숨진 뒤 정치국 확대회의가 열린 것은 지금까지 총 다섯 차례.



지난해 12월 말 김정은을 최고 사령관으로 추대하는 등 굵직굵직한 안건들을 결정해 왔다.



장성택은 1946년 비교적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1972년 김일성 종합대학 동문인 김정일의 여동생 김경희와 결혼하며 이른바 ‘로열패밀리’에 입성하게 된다.



1989년 장성택은 3대 혁명 소조부장을 역임하며 김정일이 권력을 장악하는 데 큰 힘을 실어줬다.



1995년에는 노동당 핵심 기구인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을 맡기도 했다.



<인터뷰> 백승주(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 "당의 가장 중요한 조직지도부의 제1부부장을 맡아서 2002년여까지 북한의 모든 파워엘리트 간부들의 인사를 담당하고 조직을 담당할 때 권력의 정점에 있었습니다. 저는 이 시기를 제1차 장성택의 2인자 시절로 이렇게 생각을 하고..."



그러나 2003년, 장성택은 돌연 공식석상에서 모습을 감췄다.



장성택의 세력이 빠르게 커지는 것을 견제하기 위한 김정일의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 많았다.



2006년 부인 김경희의 노력으로 수도건설위원회 부장으로 복귀한 장성택은 이듬해인 2007년, 행정부장을 역임하며 다시 한 번 권력의 중심에 다가섰다.



그리고 김정일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지난 2008년 8월.



장성택은 김정일로부터 재차 신뢰를 회복하게 된다.



장성택·김경희 부부가 최고지도자가 없는 15일 동안 별다른 동요나 혼란 없이 위기를 잘 관리했기 때문이다.



그 뒤 김정일 위원장은 후계자 김정은의 후견인으로 사실상 장성택·김경희 부부를 선택했다.



<녹취> 조선중앙TV(2010년 6월 8일) : "김정일 동지의 제의에 따라 장성택 대의원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선거했습니다."



2010년 6월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장성택은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에 선출됐다.



또한 같은 해 노동당 행정부장과 당 중앙위원회 위원,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에 잇따라 오르며 당, 정, 군 핵심 요직을 모두 차지하게 됐다.



<인터뷰>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 "김정은에게 권력을 물려주기 위해서는 친인척을 결속시키고 또 당의 권력기반을 아우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는데 그것을 누이동생인 김경희에게 친인척을 맡기고 또 장성택의 당과 군과 내각에 권력 기반을 강화하는 역할을 맡았다.



<녹취> 조선중앙TV(4월 12일) : "정치국 위원, 김정각 동지, 장성택 동지, 박도춘 동지, 현철해 동지, 김원홍 동지, 리명수 동지. ..."



지난 4월 열린 북한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장성택은 당 정치국 위원에 선출됐다.



이른바 ‘장성택 사단’ 인물들도 굵직굵직한 자리를 차지했다.



그 중 대표적 인물은 최룡해다.



정치국 상무위원은 물론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그리고 총정치국장까지 당·정·군 핵심 요직을 장악했다.



당 정치국 위원으로 선출된 김원홍과 이명수, 중앙위원회 부장 박봉주 역시 장성택의 측근으로 알려졌다.



반면 장성택과 껄끄러운 관계로 알려졌던 우동측 등 군부 인물들은 2선으로 밀려났다.



당과 내각을 중심으로 이른바 ‘장성택 사단’ 인물을 대거 기용해 군부 세력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확연하게 드러난 것이다.



<인터뷰> 조봉현(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장성택 측근 그룹들이 실제적으로 경제나 당에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들을 하면서 이제는 당 중심, 당과 내각 중심의 경제 정책들에 힘을 실어 주는 게 하나의 특징이라고 하겠습니다. 기존의 군 위주의 이뤄지던 경제적인 한계를 좀 극복하려고 하는... "



지난 8월, 장성택이 40명 넘는 방중단을 이끌고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다.



김정은 체제가 출범한 뒤 최고위급 인사의 첫 번째 중국 방문이었다.



장성택은 방중 기간 북·중 경제협력을 위해 후진타오 주석 등 고위층 인사와 접촉했다.



장성택의 중국 방문 뒤 두 나라 사이 경제 협력에는 한층 가속이 붙기 시작했다.



얼마 전 나진-선봉 지구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공사가 시작됐고, 항만 공사도 진행 중이다.



지지부진했던 황금평-위화도 지역 공사가 재개됐으며, 중국의 대북 투자 역시 적극적으로 변했다.



<인터뷰> 조봉현(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장성택 부장이 중국을 방문한 이후에는 실제적으로 중국의 큰 기업들이 북한의 자원개발에 참여하고 그 다음에 거기에 중국의 중앙정부나, 지방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이런 형태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정치경제학을 전공하고 해외 유학 경험이 있는 장성택은 경제 개방에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1980년대 후반에는 김정일 위원장의 지시로 중국의 경제 개방 모델을 연구했으며, 2002년에는 경제시찰단의 일원으로 남한을 방문해 경제 발전상을 직접 확인하기도 했다.



신의주경제특구와 개성공단, 2002년 시작된 7.1경제개선조치 모두 장성택의 주도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장성택이 김정은을 설득해 북한의 경제 개혁과 개방을 이끌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터뷰> 백승주(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 "개혁개방에 관해서는 북한에서 아무도 밖에 나가지 않은 지도자들의 비해서 간부들의 비해서 굉장히 긍정적일 수 있다. 또 다른 측면의 당의 2인자가 되어있는 최룡도 상당히 개방 실력적 마인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장성택은 이전의 어떤 북한 지도자들보다 개혁개방에 대한 이해가 깊고 또 개혁개방에 대해서 상당히 긍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달 31일) "세계적인 대학인 김일성군사종합대학이 창립 60돌을 맞이했습니다."



지난달 31일, 창립 60주년을 맞은 김일성군사종합대학에서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동상 제막식이 열렸다.



눈에 띈 부분은 장성택의 복장. ‘대장’ 칭호를 받고, 줄곧 군복을 입었던 것과 달리 장성택은 계급장이 안 달린 ‘노농적위군복’을 입고 나타났다.



군 엘리트 양성기관인 ‘김일성종합군사대학’의 행사인 만큼, 정통 군 관료의 눈치를 봤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정은의 체제 안착에 장성택의 공이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군부에까진 영향력이 미치지 못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인터뷰> 정성장(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국가 체육 지도위원회의 당과 국가 엘리트들은 많이 들어가 있지만 군부에서는 단 두 명 만의 엘리트들이 들어가 있습니다. 이 같은 사실은 장성택의 영향력이 군부로까지 확대되는 것에 대해서는 일정한 견제를 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를 하고 있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김정일의 여동생 김경희가 숨지면 장성택의 권력도 크게 축소될 것으로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당분간은 김정은과 장성택, 김경희 부부가 함께 북한을 이끌어 갈 것이라는 데는 전문가 대부분이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인터뷰> 백승주(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 "지금으로써는 김경희 장성택 김정은의 어떤 권력의 균열을 보이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장성택과 김정은의 운명과 공동체 이런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고요. 대부분 이번에 체육지도위원회에 위원장으로 선출된 것도 하나의 김정은과 또 장성택의 좀 운명공동체적 그런 인식의 공유 때문으로 우선적으로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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