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권위 대회 금메달…4년 만에 정상 탈환

입력 2013.03.17 (12:07)

수정 2013.03.17 (12:08)

'피겨 여왕' 김연아(23)가 두 번째 금메달을 차지한 세계선수권대회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에 가입한 63개 회원국이 매년 모여 종목별 최강자를 가리는 최고 권위의 대회다.

특히 선수들의 세계랭킹을 산정할 때 주는 포인트를 보면 그 중요성을 짐작할 수 있다.

ISU는 개최하는 대회의 등급을 나눠 각 대회의 성적에 맞춰 다른 랭킹 포인트를 주는데, 세계선수권대회는 동계올림픽과 함께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무대다.

우승자는 랭킹 포인트 1천200점을 받고, 준우승하면 1천80점을 얻을 수 있다.

3위에만 올라도 972점을 챙겨 다음 등급인 유럽선수권대회·4대륙선수권대회 우승자(840점)보다 높은 대우를 받는다.

그랑프리 파이널(800점), 그랑프리 시리즈(400점)에서 정상에 올랐을 때 받는 포인트와도 차이가 크다.

모든 회원국은 각 종목에 1명(페어·아이스댄스는 1조)씩을 세계선수권대회에 내보낼 수 있으나, 선수가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우선 선수의 나이가 대회 개막 전년도 7월 1일을 기준으로 만 15세 이상이어야 하고, 출전에 필요한 최소 기술점수(TES)를 넘겨야 한다.

김연아는 지난해 12월 독일 NRW트로피에서 쇼트 28.00점, 프리 48.00점의 최소 TES를 넘겨 출전 자격을 얻었다.

올해처럼 동계올림픽 직전 해에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는 국가별 출전권이 걸려 있어 더욱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

한국처럼 1명의 선수만 출전한 나라의 경우 그 선수가 1∼2위를 차지하면 동계올림픽 출전권이 3장으로 뛰어오르고 10위 이내에만 들어도 2명을 내보낼 수 있다.

한국은 김연아의 활약 덕에 사상 최초로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여자 싱글에 3명의 선수를 출전시킬 자격을 얻었다.

최고 권위의 대회답게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뜨고 진 별들도 많다.

여자 싱글에서 역대 최다인 10연속 우승을 차지한 소냐 헤니(노르웨이)를 비롯해 당대 최고의 '은반 요정'들은 세계선수권대회를 휩쓸고 '전설'의 반열에 올랐다.

최근에는 김연아의 롤 모델로 유명한 미셸 콴(미국)이 5차례 정상에 올랐다.

김연아는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역대 최고인 228.56점을 작성해 놀라움을 안겼지만, 유독 세계선수권대회와는 악연이 많았다.

시니어 무대에 데뷔하자마자 각종 국제대회를 휩쓸고도 부상 등에 발목이 잡혀 2009년에야 첫 정상에 올랐다.

올림픽 제패 후 상실감과 싸우며 출전한 두 차례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정상급 기량을 보이고도 연달아 준우승에 그쳤다.

이번 대회에서도 쇼트프로그램에서 석연찮은 롱에지 판정을 받는 등 악연이 이어졌지만, 김연아는 실력으로 이를 극복하고 4년 만에 두 번째 정상에 올랐다.

악연을 끊는 것과 동시에 올림픽 2연패를 향한 '기분 좋은 징크스'까지 덤으로 얻어 더욱 반갑다.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부터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까지 7차례 대회 중 5차례 금메달리스트가 직전 해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였다.

카타리나 비트(독일·1988년), 크리스티 야마구치(미국·1992년), 옥사나 바이울(우크라이나·1994년), 타라 리핀스키(미국·1998년) 등이 전년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으로 자신감을 얻고 동계올림픽 정상에 올랐다.

2002년 미셸 콴(미국), 2006년 이리나 슬루츠카야(러시아)가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으나 김연아가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이후 2010년 밴쿠버 정상에 올라 끊긴 징크스를 다시 이었다.

그리고 김연아는 4년 만에 218.31점이라는 놀라운 성적으로 세계선수권대회 시상대 꼭대기에 우뚝 서면서 '어게인 밴쿠버'를 꿈꾸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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