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여왕' 김연아(23)가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면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향한 한국 피겨의 길도 한층 든든해졌다.
이번 대회 김연아의 선전으로 한국 피겨는 사상 처음으로 동계올림픽에 한 종목 세 명의 선수를 내보내게 됐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은 올해 세계선수권대회 결과에 따라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의 국가별 출전권을 배분한다.
2명 이상의 선수를 내보낸 나라의 경우 상위 2명 선수의 순위를 합쳐 출전권을 결정한다.
두 선수의 순위를 합친 숫자가 13 이하면 3장의 출전권을 주고, 14~28인 경우에는 2장으로 줄어든다.
여자 싱글에 김연아만 내보낸 한국처럼 한 명의 선수만 출전시킨 나라의 경우 그 선수가 2위 안에 들면 3장의 올림픽 출전권을 준다.
그가 3∼10위에 이름을 올리면 올림픽 출전권은 2장이 되고, 24위 안에 들면 1장으로 줄어든다.
김연아가 이번 대회에서 218.31점이라는 놀라운 기록으로 1위에 오르면서 한국은 단숨에 3장의 출전권을 손에 넣었다.
100년이 넘은 한국 피겨 역사에서 처음 맞는 감격의 순간이다.
한국은 1968년 프랑스 그레노블 올림픽부터 피겨스케이팅에 꾸준히 선수를 출전시켰으나 세부종목 하나에 세 명의 선수를 내보낸 적은 없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 피겨 선수 4명이 출전했으나 아이스댄스의 양태화-이천군이 포함됐고 남녀 싱글에는 1명씩밖에 나가지 못했다.
1968년 그레노블 대회 여자 싱글에 김혜경과 이현주 등 두 명의 선수가 출전하고 2010년 밴쿠버 대회에 김연아와 곽민정(이화여대)이 나선 것이 단일 세부종목에서의 최다 기록이다.
한국 피겨의 양적 성장은 특히 안방에서 벌어지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과 맞물려 큰 의미를 지닌다.
한국에는 '김연아 키즈'로 불리는 많은 유망주가 자라고 있으나 아직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을 보일 만큼 실력이 무르익지 못했다.
하필 ISU가 평창 올림픽부터 개최국 자동 출전권을 폐지한 터라 어린 선수들이 되도록 자주 큰 무대에 출전해 경험을 쌓는 일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김연아가 세계선수권대회에 나서지 않았다면 한국은 1장을 유지하기도 버거운 상황이었으나, 이제는 김연아 외에도 2명의 유망주에게 올림픽 무대를 밟게 할 기회를 잡았다.
2010년 밴쿠버 대회에 김연아와 함께 출전한 곽민정은 이듬해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여자 싱글 종목 사상 첫 동메달을 목에 걸며 부쩍 성장한 기억이 있다.
'연아 언니'의 손을 잡고 소치 무대를 밟을 어린 선수들도 이와 비슷한 성장의 계기를 겪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김연아 키즈'로 불리는 어린 유망주들은 지난해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연달아 시상대에 오르는 등 큰 잠재력을 보이는 터라 기대가 더 커진다.
사실, 평창이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권을 3수 끝에 따낸 배경에도 김연아의 힘이 컸다는 분석이 많았다.
2006년 토리노 대회까지만 하더라도 한국의 메달이 쇼트트랙에 편중돼 있다는 점이 올림픽 유치의 감점 요인으로 거론되곤 했다.
그러나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 '빙속 신화'와 함께 김연아가 역대 최고점 우승이라는 새 역사를 쓰면서 한국 동계스포츠의 위상은 크게 올라갔다.
여기에 김연아가 유치전에 발벗고 나서면서 카타리나 비트(독일)를 내세운 뮌헨을 제치고 평창은 꿈에 그리던 동계올림픽을 열 수 있게 됐다.
후배들이 평창으로 가는 길을 연 김연아가 이번 대회 우승으로 그 길이 '탄탄대로'가 될 수 있도록 포장까지 해 놓은 셈이다.
"후배들을 위해 반드시 올림픽 티켓 2장 이상을 확보해 돌아오겠다"던 약속을 초과 달성한 것은 물론이다.
김연아는 경기 직후 장내 인터뷰에서 "올림픽은 매우 영광스럽고 기억에 남는 무대"라며 "후배들과 함께 갈 수 있어 행복하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