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피겨 팬이 기다리던 '피겨 여왕'의 환상적인 연기가 3년 만에 캐나다에서 되살아났다.
김연아(23)가 17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의 버드와이저 가든스에서 열린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받은 148.34점의 성적은 앞으로도 두고두고 회자될 '명연기'로 남을 전망이다.
이날 김연아의 연기와 비교할 만한 기록은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프리스케이팅에서 자신이 기록한 150.06점 정도뿐이다.
당시 김연아는 한 번의 실수도 없이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종합(228.56점) 모두에서 역대 최고점을 작성해 '전무후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의 기록을 만들어냈다.
피겨 선수로서는 전성기를 넘긴 나이에 2년간의 공백에도 3년 만에 자신의 프리스케이팅 최고 점수에 1.72점밖에 뒤지지 않는 기록을 낸 것이다.
동계올림픽 당시와 이번 대회의 기록을 비교해 보면 김연아의 녹슬지 않은 실력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김연아는 이번 대회 첫 과제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1.90점의 수행점수(GOE)를 받았다.
밴쿠버에서는 2.00점의 GOE를 받았지만 당시보다 이 점프의 기본점수가 0.10점 높아졌기 때문에, 이 점프에서 받아낸 총점수(기본점수와 GOE의 합계)는 12.00점으로 동일하다.
여자 선수가 할 수 있는 가장 난도 높은 기술이라는 이 점프에서 3년 전과 똑같은 점수를 받은 셈이다.
두 번째 과제인 트리플 플립에서는 GOE 1.90점을 챙겼다.
쇼트프로그램에서 이 점프에 석연찮은 롱에지(잘못된 스케이트날 사용) 판정을 받아 흔들릴 만도 했으나 오히려 밴쿠버 동계올림픽(GOE 1.80점) 보다 높은 가산점을 챙겨 논란을 실력으로 종식시켰다.
이 밖에도 김연아는 트리플 러츠에서 1.80점의 GOE를 챙기고 트리플 살코에서 1.40점, 트리플 살코-더블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1.30점의 GOE를 챙겼다.
더블 악셀-더블 토루프-더블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GOE 0.79점), 더블 악셀(GOE 1.14점) 등 뛰어오른 모든 점프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가산점 행진을 벌였다.
이날 김연아가 점프에서 챙긴 GOE만 10.23점에 이른다.
물론, 2.00점의 GOE만 세 번을 받아 총 12.00점을 더한 밴쿠버 동계올림픽 때보다는 약간 낮은 점수다.
그러나 세 차례의 스핀 연기에서는 4레벨 두 번과 3레벨 한 번을 받아 GOE로 3.28점을 챙겨 동계올림픽(GOE 2.40점)을 능가했다.
밴쿠버에서 레벨 3을 받은 스텝 시퀀스는 이번 대회에서는 최고레벨과 함께 1.30점의 GOE를 받는 등 공을 들인 보답을 받았다.
프리스케이팅에서 김연아가 받은 기술점수(TES)는 74.73점에 달한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받은 78.30점에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
더욱 놀라운 기록은 예술점수(PCS)에서 나왔다.
김연아는 무려 73.61점의 PCS를 기록해 밴쿠버에서 기록한 71.76점을 훌쩍 뛰어넘었다.
PCS를 구성하는 5개 세부 항목 중 4곳에서 9점 이상을 받았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당시에는 세 차례 9점대를 찍었다.
김연아는 연기·수행 항목과 해석 항목에서 나란히 9.36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고 스케이팅 기술에서도 9.21점을 받았다.
안무·구성 항목에서는 9.18점을 얻었고 가장 점수가 낮은 전환·풋워크 항목도 8.89점이나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