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의 ‘강심장’…오락가락 판정에도 꿋꿋

입력 2013.03.17 (13:37)

수정 2013.03.17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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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세계 최고의 무대에 섰어도 '피겨 여왕' 김연아(23)의 강심장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17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 버드와이저 가든스에서 막을 내린 2013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심판진의 판정은 갈대처럼 흔들렸다.

이는 쇼트프로그램에서 초반에 연기하고 프리스케이팅에서 가장 마지막에 경기를 치른 순서와 맞물려 김연아에게 불리한 쪽으로만 작용했다.

심판들은 쇼트프로그램에서 김연아가 두 번째 과제로 수행한 트리플 플립 점프에서 롱에지(잘못된 에지 사용) 판정을 내려 0.20점을 깎았다.

점프하는 순간 미세하게 흔들리긴 했지만 연기를 마친 김연아 자신도 특별히 실수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작은 차이였음에도 심판진은 현미경을 들이대듯 이를 트집 잡았다.

그러나 김연아 이후 후반부에 연기한 주요 경쟁자들에게는 관대한 평가가 이어졌다.

아사다 마오(일본)는 트리플 악셀 점프에서 두 발로 착지하는 실수를 저지르고도 이를 고스란히 인정받은 것은 물론이고 가산점까지 챙겼다.

카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 역시 한 차례 넘어지는 실수를 범하고도 무려 33.85점이라는 높은 예술점수(PCS)를 받았다.

결과적으로 김연아는 무난히 70점을 넘길 만한 연기를 하고도 69.97점을 받았고, 코스트너는 66.86점으로 2위에 올라 김연아를 추격할 발판을 얻었다.

프리스케이팅에서는 정반대였다.

김연아에 앞서 연기한 경쟁자들은 하나같이 후한 점수를 받고 고득점에 성공했다.

아사다 마오는 두 차례 회전수 부족 판정을 받고 한 차례 롱에지를 지적받았음에도 프리에서만 134.37점을 얻어 종합 196.47점을 기록했다.

경기를 마치고 키스앤크라이존에서 아쉬운 표정으로 결과를 기다리던 아사다의 얼굴에까지 어리둥절해하는 표정이 번질 정도로 후한 판정이었다.

코스트너 역시 한 차례 점프를 1회전으로 처리하고 마지막 살코 점프에서 엉덩방아를 찧는 등 여러 번 실수했지만 전광판에 찍힌 숫자는 131.03점이나 됐다.

코스트너의 PCS는 이날도 70.69점으로 높았다.

경쟁자들이 연달아 좋은 점수를 받은 탓에 마지막에 연기를 펼치는 김연아는 200점에 가까운 고득점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을 떠안았다.

연기를 시작하는 김연아의 표정도 긴장감 탓에 살짝 굳은 기색이 보였다.

그러나 막상 음악이 흐르기 시작하자 김연아의 연기에서 이런 부담을 찾아볼 수는 없었다.

첫 과제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부터 완벽한 착지를 선보인 김연아는 거듭 '가산점 행진'을 벌이며 어깨를 누르던 압박감에서 벗어났다.

마지막 스핀까지 완벽하게 펼치고 환호에 답하는 김연아 앞에서 심판들도 최소한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전광판에 찍힌 점수는 148.34점.

들쭉날쭉한 판정으로 김연아에게 부담만 거듭 안기던 심판진은 역대 2위의 점수와 함께 '백기 투항'했다.



sncwoo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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