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행사가 열린 20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
행사 진행을 맡은 강성철 KBS N 아나운서가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에게 "플레이오프에 오른 6개 팀 감독님들 중에서 플레이오프 승률이 가장 낮다"고 지적했다.
유 감독은 이 말이 마음에 걸렸던지 행사 내내 "플레이오프 승률도 가장 낮은데…"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예를 들어 "플레이오프 승률도 가장 낮은데 공부를 더 해야겠다"거나 "플레이오프 승률도 낮은데 징크스가 뭐 따로 있겠느냐"는 식이었다.
그러나 사실 그동안 큰 경기에 약한 것은 유 감독 개인이 아니라 전자랜드 팀이었다.
전자랜드는 전신인 대우, 신세기, SK 시절을 모두 합해 지난 시즌까지 플레이오프에 9차례 진출했다. 프로농구 출범 이후 16시즌 동안 9차례 진출이니 그 자체만 놓고 보면 준수한 편이다.
하지만 9차례 플레이오프에서 상대를 꺾고 다음 라운드로 진출한 것은 딱 한 번뿐이다.
2003-2004시즌 6강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해 4강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8시즌에서는 플레이오프 첫 관문을 넘어선 적이 없다.
1998-1999시즌 정규리그 3위로 6강에 올랐지만 당시 6위였던 삼성에 덜미를 잡혔고 2001-2002시즌에도 정규리그 4위였으나 5위 LG에 져 4강 진출이 좌절됐다.
또 2010-2011시즌에는 정규리그 2위로 4강에 직행하고도 6강을 거쳐 올라온 KCC에 패해 창단 후 첫 챔피언결정전 진출의 꿈이 무산됐다.
지난 시즌에도 KT와 6강에서 만나 5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탈락했다. 특히 마지막 5차전에서 2차 연장까지 치르는 대혈투를 벌였지만 결국 웃은 쪽은 KT였다.
올해 전자랜드(정규리그 3위)는 23일부터 6위 삼성과 5전3승제의 6강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전자랜드가 지금까지 딱 한 번 승리한 플레이오프가 바로 2003-2004시즌 삼성과의 6강전이었다.
당시 3전2승제로 열린 6강에서 전자랜드는 마지막 3차전에서 2차 연장 접전 끝에 이겨 힘겹게 4강에 오른 기억이 있다.
3차전 1차 연장 종료 직전까지 3점을 뒤져 패색이 짙었던 전자랜드는 앨버트 화이트의 극적인 동점 3점슛으로 승부를 2차 연장으로 넘겨 승리를 따냈다.
종료 2초를 남기고 삼성 이현호가 라인 밖으로 나가는 공을 살려낸다는 것이 3점 라인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화이트에게 마치 어시스트하듯이 연결됐고 이것이 결국 동점 3점포로 이어졌다.
공교롭게도 당시 전자랜드에 동점 3점슛의 빌미를 제공한 이현호는 지금 전자랜드에서 뛰고 있고 그때 삼성 사령탑은 지금처럼 김동광 감독이었다.
지금까지 두 팀은 플레이오프에서 두 차례 만나 1승씩 나눠 가졌다.
전자랜드가 또 삼성을 제물로 큰 경기에 약하다는 징크스를 깰 것인지, 아니면 삼성이 '농구 명가'의 자존심을 곧추세우며 6강 반란에 성공할지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