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막을 올리는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정규리그의 초반 판세는 4강 4중 1약의 형태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40일 이상 해외에서 전지훈련을 치르고 이달 초 귀국한 9개 구단은 24일 끝난 시범경기에서 워밍업을 마치고 정규리그 출격 채비를 끝냈다.
시즌 리허설이자 약점을 보완할 마지막 실전 성격으로 치러진 시범경기에서 두각을 나타낸 팀은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다.
공수 모두 탄탄한 전력을 과시하며 시범경기 1,2위를 차지한 두 팀은 올해 판도 변화를 쌍끌이할 팀으로 떠올랐다.
비록 시범경기에서 맨 밑바닥에 처졌으나 2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디펜딩 챔피언' 삼성 라이온즈와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금자탑을 쌓은 SK 와이번스 등 강팀으로 입지를 다져온 두 팀을 합쳐 4개 팀이 시즌 개막과 함께 선두권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선장을 바꾼 롯데 자이언츠, 넥센 히어로즈, 한화 이글스 세 팀과 서울의 자존심 LG 트윈스 등 투타에서 완벽한 균형을 찾지 못한 4개 팀은 중위권에서 치열한 각축을 벌일 전망이다.
9번째 구단으로 드디어 1군에 첫발을 떼는 NC 다이노스는 약체라는 평가를 뒤로하고 막내다운 패기를 앞세워 순위 싸움에 불을 지필 계획이다.
지난해보다 한 팀이 늘어난 반면 포스트시즌에 오르는 팀은 여전히 4팀으로 한정돼 가을 잔치 출전 관문은 더욱 좁아졌다.
맞붙을 상대가 없어 한 팀은 강제로 사흘을 쉬어야 하는 일정상 페넌트레이스를 운용하는 감독의 지략과 선수들의 부상 변수에 따라 순위 레이스는 얼마든지 요동칠 수 있다.
◇ 삼성·SK·두산·KIA 4강의 고민은 불펜
전력이 다른 팀보다 낫다는 평을 듣는 4개 팀의 고민은 공교롭게도 새로 판을 짠 불펜에 있다.
당대 최고 마무리 오승환을 앞세워 강력한 필승 계투조로 2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석권한 삼성은 정현욱의 자유계약선수(FA) 이적, 권오준·안지만의 팔꿈치 수술로 자연스럽게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사이드암 신용운, 왼팔 백정현이 가세해 기존 좌완 권혁, '옆구리' 심창민, 소방수 오승환과 새 호흡을 이룬다.
이만수 SK 감독도 입대한 정우람의 뒤를 이어 마무리로 내정한 박희수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한 뒤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자 급한 대로 송은범을 소방수로 돌렸다.
지난해까지 박희수-정우람 왼손 듀오가 이끌던 필승조는 이재영, 전유수, 윤길현 등 우완 트리오로 바뀌었다.
스콧 프록터와의 재계약을 포기한 두산은 새 마무리로 홍상삼을 낙점하고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이재우, 정재훈 등 베테랑 듀오를 필두로 변진수, 김강률, 윤명준 등 풍부한 계투 자원을 자랑한다.
다만 오른쪽 발목을 다친 홍상삼이 언제 100% 컨디션을 회복하느냐가 관건이다.
미국 출신 용병 앤서니 르루를 소방수로 전격 기용한 선동열 KIA 감독은 박지훈, 진해수, 유동훈으로 필승조의 밑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경쟁팀보다 불펜의 무게감이 떨어지는 만큼 임준섭, 박준표, 손동욱 등 신인급 선수들의 활약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편 KIA와 두산은 각각 자유계약선수(FA)로 김주찬, 홍성흔을 받아들여 타선을 알차게 보강했다.
김주찬의 가세로 상·하위에서 고루 터지는 게릴라 타선을 구축한 KIA는 시범경기에서 팀 타율 0.299(1위)를 기록하고 막강 타선의 위용을 과시했다.
홍성흔의 합류로 두산도 김현수, 김동주와 더불어 파괴력 넘치는 클린업트리오를 이뤘다.
삼성은 이승엽-최형우-박석민으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을 내세워 사상 첫 3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한다.
프로 출범 후 처음으로 메이저리거 출신 타격 코치(맥스 베네블)를 선임한 SK는 파워가 실린 스윙으로 공격 색깔을 바꿀 참이다.
부상 후 재활 중인 윤석민·김진우(이상 KIA), 김광현·윤희상(이상 SK) 등 선발투수들이 전력에 힘을 보태면 KIA, SK의 전력은 정상 궤도에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 롯데·넥센·LG·한화 중위권 혈전
명투수 출신 김시진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롯데는 이대호(일본프로야구 오릭스)에 이어 FA 김주찬·홍성흔의 이탈로 타력에서 손실을 봤다.
트레이드로 교타자 장성호를 영입했으나 타선의 중량감은 예년만 못한 편이다.
부족한 장타력을 결국 마운드로 메울 수밖에 없는 형편에서 롯데는 시범경기 팀 평균자책점 1위(2.34)에 오르고 희망을 봤다.
FA 보상선수로 김승회, 홍성민 등 투수를 영입해 마운드를 강화한 김시진 감독은 실점을 최소화하는 마운드 운용으로 상위권 진입에 도전한다.
넥센, LG, 한화는 의문부호가 찍힌 토종 3∼4 선발의 활약에 따라 성적에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세 팀은 외국인 투수를 1∼2선발로 내세우고 시즌을 맞는다. 뒤를 받칠 토종 선수들의 역량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염경엽 넥센 감독이 기대를 거는 김병현, 강윤구는 시범경기에서 나란히 두 경기씩 등판해 9이닝을 던지며 각각 평균자책점 3.00, 2.00을 남기고 성공 가능성을 높였다.
LG 임찬규와 우규민도 각각 평균자책점 4.32, 3.60을 남겼으나 일관된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대들보' 류현진을 미국에 보낸 한화는 3∼4선발로 내정한 김혁민(평균자책점 10.50), 유창식(6.75)의 부진에 한숨을 쉬고 있다.
선발이 무너지면 불펜에 일찍 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어 세 팀은 시즌 초반 마운드 운용에 사활을 걸 전망이다.
◇ NC 승률 최대 변수
NC의 승률은 올해 프로야구 순위와 전체 흥행을 가를 최대 변수다.
NC는 시범경기에서 새내기답지 않은 실력을 뽐내고 5위(5승 1무 6패)로 마쳤다.
그러나 시범경기와 6개월간 이어지는 정규리그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다르다.
주전 대부분이 처음으로 치르는 장기레이스에서 얼마만큼 페이스를 꾸준히 유지하느냐가 NC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분석된다.
냉정하게 따져 신생팀 NC가 당장 중위권에 도약하기 어려운 처지임을 고려할 때 승률 0.400에 근접하는 성적을 내느냐가 팬들의 흥미를 끌 전망이다.
역대 막내 구단 중 가장 높은 승률을 올린 팀은 쌍방울 레이더스다.
쌍방울은 1군에 진입한 1991년 승률 0.425(52승 3무 71패)를 기록하고 LG와 함께 공동 6위(LG)로 시즌을 마감했다. 그해 최하위는 OB 베어스(승률 0.413)였다.
하지만 빙그레 이글스(1986년·승률 0.290), SK 와이번스(2000년·0.338) 등 다른 신생팀은 데뷔하던 해 기존 구단의 높은 벽에 막혀 저조한 승률로 최하위를 면치 못했다.
매서운 패기로 무장한 NC가 시즌 초반부터 기존 1∼2개 팀을 제치고 파란을 일으킨다면 흥행 돌풍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나 반대로 일찌감치 처진다면 전반적인 흥행 기조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