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뜨겁게 달군 '빙속 삼총사'가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나란히 상승세를 타 주목된다.
이상화(24·서울시청), 모태범(24·대한항공), 이승훈(25·대한항공)은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와 은메달 2개를 합작해 '스피드 코리아'의 기적을 일군 주인공이다.
2006년 토리노 대회까지 한 개의 금메달도 따지 못한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은 한국체대 동기인 세 선수의 맹활약에 일약 강호로 뛰어올랐다.
세 선수는 이후로도 꾸준히 국제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했지만, 성적의 곡선은 다소 엇갈렸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차이가 더 컸다.
이상화가 월드컵 시리즈 여자 500m에서 8연속 우승을 차지하고 36초80의 세계 신기록을 작성하는 등 '빙속 여제'로 우뚝 선 반면, 모태범과 이승훈은 깊은 부진에 빠졌다.
모태범은 올 시즌 월드컵 시리즈 500m에서 한 차례 3위에 오른 것이 유일한 수상 기록이었다. 1,000m는 5위에 오른 것이 최고 성적이었다.
장거리 간판 이승훈은 지난해의 깊은 부진에서 벗어났지만, 워낙 장거리 선수층이 두터운 네덜란드 선수들과 힘든 경쟁을 거듭해야 했다.
두 차례 동메달을 따냈으나 이승훈보다 앞선 곳에는 늘 요리트 베르크스마, 봅 데 용, 스벤 크라머 등 네덜란드 선수들이 즐비했다.
그러나 24일 러시아 소치에서 막을 내린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세 선수가 나란히 상승세를 탔다.
이상화와 모태범은 나란히 500m에서 한국 선수 사상 첫 2연패를 달성했다.
이승훈은 개인 종목에서는 아쉽게 메달을 따내지는 못했지만 팀 추월에서 후배들과 호흡을 맞춰 아시아 국가 사상 첫 은메달을 목에 거는 위업을 이뤘다.
흥미로운 것은 세 선수가 이번 대회에서 만들어낸 성적이 2010년 밴쿠버 올림픽 직전의 분위기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이다.
당시에도 한국 여자 빙속의 간판 스프린터로 활약하던 이상화는 여세를 몰아 올림픽 정상에 올랐다.
반대로 모태범은 이규혁(서울시청), 이강석(의정부시청) 등에 가려 거론조차 되지 않는 무명 선수였으나, 본선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하면서 새로운 간판으로 올라섰다.
극심한 부진에 빠져 메달 후보로도 거론되지 않던 이번 대회와 묘하게 겹치는 부분이다.
이승훈 역시 올림픽을 앞두고 거듭 한국 신기록을 경신해 장거리 간판으로 급부상했지만 메달을 따내리라고 예상한 이는 드물었다.
이승훈이 5,000m와 10,000m 대신 단체전에서 메달을 따냈다는 것 정도가 2010년과 다른 부분이다.
하지만 세계와의 격차가 크다고 평가받던 종목에서 '깜짝 메달'을 따냈다는 점에서는 일맥상통한다.
공교롭게도 이번 대회는 내년 올림픽이 열리는 러시아 소치의 아들레르 아레나 스케이팅 센터에서 열렸다.
소치에서 기분 좋은 기억을 안은 '빙속 삼총사'가 내년까지 기세를 이어 '어게인 밴쿠버'를 완성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