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스피드스케이팅의 장거리 간판 이승훈(25·대한항공)은 모태범(대한항공)과 마찬가지로 올해 종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마침내 기나긴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왔다.
모태범이 바뀐 스케이트날에 완벽하게 적응한 모습을 보이며 희망을 안겼다면 이승훈은 이번 대회를 통해 부진에 대한 원인과 해답을 스스로 찾았다.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종별 세계선수권대회(21~24일)를 마치고 2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이승훈은 이상화(서울시청), 모태범과 함께 어느 때보다 밝은 표정으로 귀국 기자회견에 임했다.
이승훈은 이번 대회 남자 10,000m에서 13분14초2의 기록으로 4위를 기록하며 개인 종목에서는 아쉽게 메달을 놓쳤으나 단체전인 남자부 팀 추월에서 김철민(한국체대)-주형준(한국체대) 등 후배들과 호흡을 맞춰 아시아 국가사상 첫 은메달을 목에 거는 위업을 이뤘다.
그는 "지난 시즌에 많이 부진했는데 올 시즌에 많이 발전한 모습을 보여 드릴 수 있어서 기분 좋다"면서 "올 시즌 마지막 대회인 종별 세계선수권대회 팀 추월에서 은메달을 따내 무척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는 개인전이나 단체전 모두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특히 팀 추월에서는 계속 메달을 따고 싶고 네덜란드를 따라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이승훈은 올 시즌 남자 5,000m에서 단 한 개의 메달도 따내지 못했다. 10,000m에서는 월드컵 시리즈 3·8차 대회 동메달이 최고 성적이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1개와 은메달 1개를 따내 세계를 놀라게 한 장거리 강자라고는 믿기지 않는 성적이었다.
이승훈은 부진의 원인으로 쇼트트랙 훈련을 게을리 한 점을 꼽았다.
사실 이승훈은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마친 뒤 힘을 키워 보려고 쇼트트랙 훈련을 줄이고 웨이트트레이닝에 역점을 두거나 장비를 바꾸는 등 변화를 많이 줬다.
그는 "결과가 말해주는 것 같다"면서 "잠시 쇼트트랙 훈련을 하지 않았더니 금세 성적이 부진하게 나왔다"고 진단했다.
그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자신에게 맞는 쇼트트랙 훈련에 힘을 쏟은 것이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승훈은 "쇼트트랙 훈련뿐만 아니라 저에게 부족한 부분을 코치진과 의논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모태범처럼 저도 장비에 변화를 많이 줬는데 태범이는 장비 적응이 다 된 것 같다"면서 "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지만 그래도 지난 시즌보다 좋아진 것에 희망을 품고 내년 시즌을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저는 장거리 선수라서 첫째도 체력, 둘째도 체력이 중요하다. 체력 보완에 힘쓰겠다"면서 "장점인 쇼트트랙 훈련을 강도 높게 수행해 지금보다 더 강해진 저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