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패 사슬 끊은 ‘대장 독수리’ 김태균 역전포

입력 2013.04.16 (22:02)

수정 2013.04.16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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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문산 아래 자리 잡은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홈 대전구장이 모처럼 뜨거운 함성으로 들썩였다.

3-4로 뒤진 5회 1사 1루에서 한화의 4번 타자 김태균(31·한화)이 들어섰다.

NC 다이노스의 외국인 선발 투수 에릭 해커의 컷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를 파울로 걷어낸 김태균은 1볼 2스트라이크의 불리한 볼 카운트에서 어정쩡한 컷 패스트볼이 스트라이크 존 높게 들어오자 번쩍 방망이를 돌렸다.

방망이에 정통으로 맞은 타구는 왼쪽 펜스를 향해 일직선으로 쭉 뻗어갔다. 김태균보다 맞는 순간 홈런임을 먼저 직감한 한화 팬들이 일제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만세를 불렀다.

김태균이 날개 없이 추락하던 독수리 부대를 살렸다. 시즌 첫 홈런이 개막 팀 최다 연패(13연패)를 끊는 귀중한 결승 홈런이 됐다.

야구장을 찾은 팬들은 김태균의 짜릿한 한 방 덕분에 홈 10경기 만에 올해 첫 승리의 감격을 만끽하고 집에 돌아갔다.

올해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등록된 프로야구 선수 중 가장 많은 연봉인 15억원을 받는 김태균은 한화의 간판 얼굴이다.

마운드의 대들보로 활약한 '괴물' 류현진(26)이 미국프로야구 로스앤젤레스 다저스로 떠나자 한화를 비추는 스포트라이트는 김태균에게 쏠렸다.

스토브리그에 전혀 전력을 보강하지 못한 터라 한화는 한국을 대표하는 타자인 김태균의 한 방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주장 완장까지 찬 그는 몸값 하랴, 팀의 구심점 노릇도 하랴 바쁘게 움직였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정규리그 개막 후 팀이 하릴없이 연패 수렁에 빠지자 김태균의 마음은 누구보다 무거웠다.

시즌 전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올해는 꼭 야구다운 야구를 보여주겠다"고 팬들에게 약속한 터라 더욱 착잡했다.

전날까지 팀 내 최고인 타율 0.340을 때리고 최다인 7타점을 올리며 제 몫을 했지만 팀 성적이 워낙 좋지 않아 떳떳하게 가슴을 펼 수 없었다.

김태균은 팀의 부활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머리를 먼저 밀어 선수단의 '삭발 투혼'에 불을 붙였다. 코치들에게는 경기 후 선수단이 자율 훈련할 수 있도록 배려해달라고 부탁했다.

전례 없던 위기를 선수단 스스로 헤쳐보겠다는 각오였다.

경기 중 그는 더그아웃 앞에 후배들을 모아 놓고 파이팅을 외쳤다. 막내에서 어느덧 프로 13년차 베테랑이자 타선의 두 번째 고참으로 올라선 김태균의 위상이 엿보였다.

동료의 심리를 밀고 당기며 어려운 와중에도 선수단에 '한 번 해보자'는 투지를 불어 넣은 김태균은 마침내 NC와의 경기에서 폭발했다.

0-4로 끌려가던 3회 2사 1,2루에서 우중간을 가르는 시원한 2타점 2루타로 추격에 불을 댕기더니 5회 전세를 뒤집는 결정적인 대포로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한화의 한 관계자는 "김태균을 도와 옆에서 선수단을 이끌 한 두 명의 선수만 더 있더라도 조직력이 나아졌을 것"이라며 "태균이가 주장으로서 연패 기간 팀 분위기를 잘 이끌려고 정말 많이 애썼다"고 평했다.

한용덕(다저스 연수), 구대성(호주 시드니 블루삭스), 정민철(한화 투수 코치) 등 베테랑들이 그간 한화 선수단의 중심을 잡았다. 이제 그 바통을 김태균이 이어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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