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용 감격 눈물 “KS에서 이긴 것 같다”

입력 2013.04.16 (22:41)

수정 2013.04.16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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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마! 울지마!"

NC 다이노스를 6-4로 따돌린 뒤 감독 인생 처음으로 헤드셋을 쓰고 방송사 중계 인터뷰에 응한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김응용 감독의 눈가가 촉촉해지자 1루 한화 팬들이 "감독님 멋있어요"라며 힘을 북돋웠다.

'백전노장의 승부사', '우승청부사'라는 수식어가 붙는 '코끼리' 김응용(72) 감독이 힘겨웠던 13연패를 끊고 눈물을 보였다.

한국시리즈에서 10차례나 우승컵을 들어 올린 해태·삼성 감독 시절에는 상상도 못한 일이다.

여린 심성을 특유의 과격한 행동으로 감춰왔던 김 감독의 눈물은 야구팬에게 색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냉철한 승부사로 야구계를 지켜온 거목도 삼성 사령탑이던 2004년 10월 4일 이후 3천117일 만에 맛본 승리의 감격 앞에서 잠시 눈물이 핑 돌았던 모양이다.

몰려든 기자 인파에 놀란 김 감독은 "한국시리즈에서 이긴 것 같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화제를 뿌린 눈물에 대해 짐짓 모른 체 하던 그는 이내 "울만 했다"며 너털웃음을 보였다.

"롯데와의 개막 2연전에서 마무리가 무너진 다음부터 계속 경기가 꼬였잖아. 생각하지도 못한 엉뚱한 플레이가 속출했고. 오늘도 1회에 그런 수비가 나와서 한 점도 안 줄 것을 3점이나 주면서 속 많이 탔지. 그런데 곧바로 우리 타선이 따라붙고 김태균이 역전 홈런을 터뜨려 이겼어. 송창식이 끝까지 잘 막아줬고."

야구 인생에서 가장 힘든 승리로 프로 통산 1천447승째를 챙긴 김 감독은 "그간 너무 많이 패하면서 '이게 야구구나'라는 점을 새삼 깨달았다"며 "오늘 승리를 평생 잊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그러면서 "오늘 승리로 앞으로 꼬인 경기는 덜 치를 것 같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 감독은 "그간 우리 팬들에게 제일 미안했다"면서 "선수들이 참 열심히 훈련했는데도 이기지를 못해서 정말 죄송스러웠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는 13연패의 나락에서도 비난 대신 따뜻한 응원으로 기를 살려준 한화 팬들에게 뒤늦게나마 시즌 첫 승리로 보답한 것에 안도하는 표정이었다.

승리를 확정한 순간 여러 장면이 주마등처럼 스친 듯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특별히 감사의 뜻을 표했다.

그는 "스스로 삭발도 하고 참 열심히 연패에서 탈출하려고 노력했다"면서 "감독이 잘못해 경기에서 지는데 선수들이 고생했다"며 승리의 기쁨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감개무량한 표정을 뒤로 하고 김 감독의 시선은 벌써 17일 경기를 향했다.

김 감독은 "감독은 늘 긴장하면서 사는 존재"라며 "앞으로 투수가 좀 막아주면 좋아질 것 같다"고 희망 섞인 전망을 했다.

그는 "이기니까 참 좋네. 처음으로 헤드셋 써보고 인터뷰도 해보고…"라면서 천진난만한 웃음을 띠고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연패 기간 김 감독과 접촉을 피한 정승진 한화 사장, 노재덕 단장이 더그아웃에 나타나 김 감독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이날의 히어로 김태균도 인터뷰 중 닭똥 같은 눈물을 보이는 등 어렵사리 큰 짐을 덜어낸 한화 선수단은 너나 할 것 없이 붉게 충혈된 눈으로 하이파이브하고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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