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업맨 사라지자 불타는 마운드 악순환

입력 2013.04.25 (10:01)

수정 2013.04.25 (11:20)

불펜이 뜨겁다. 상대팀 방망이를 차갑게 식혀야 할 중간 계투진이 도리어 불을 지른다.

2013 프로야구 초반 각 구단 중간 계투진의 난조가 타고 투저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24일 전국 4개 구장에서 벌어진 경기에서 세 곳이 불펜의 '방화'로 활활 타올랐다.

서울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삼성과의 경기에서 다급한 상황에 올라온 LG 정현욱이 세이브 찬스를 날렸다.

부산 사직구장에서는 SK 우완 전유수가 롯데의 대타 박종윤에게 역전 결승 2타점 3루타를 맞고 주저앉았다.

KIA의 마무리 앤서니 르루는 창원 마산구장에서 NC 다이노스 조평호에게 9회 동점 2루타를 맞아 시즌 두 번째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다.

9개 구단 팀 평균자책점은 4.50. 선발진의 평균자책점은 4.22인 반면 구원진의 방어율은 4.93으로 5점에 육박한다.

팀마다 확실하게 1이닝을 책임질 셋업맨이 사라져 구원진이 요동치고 있다.

평균자책점 1점대 셋업맨을 좀처럼 찾기 어려워진 것이 올해 초반 경향이다.

세이브 요건을 갖춘 중간 투수에게 주는 홀드는 작년 대비 전체 10개 가까이 늘었다.

확실하게 1이닝을 믿고 맡길 셋업맨이 없다 보니 각 감독은 1∼2이닝을 물량공세로 돌려막는다.

머리를 써야 하는 감독도, 날마다 대기해야 하는 투수도, 경기가 엿가락처럼 늘어지는 것을 봐야 하는 팬들에게 모두 피곤한 일이다.

7∼8회 등판해 상대의 예봉을 꺾은 뒤 마무리 투수에게 바통을 넘기는 셋업맨은 현대 야구에서 승리를 지키는 핵심 요원이다.

안지만(삼성), 박희수(SK), 정현욱 등이 한국을 대표하는 셋업맨으로 입지를 다져왔다.

그러나 사실상 정현욱을 제외한 투수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예년만한 기량을 펼치지 못하자 각 팀의 불펜이 위태로워졌다.

지난해 오른쪽 팔꿈치 뼛조각을 제거한 안지만은 실전에서 구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홀드 3개를 수확했으나 평균자책점 5.40으로 아직 제 페이스를 찾지 못했다.

지난해 홀드왕(34개) 박희수는 왼쪽 팔꿈치 통증을 떨쳐내고 1군 진입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시즌 전 마무리로 낙점된 박희수가 팀에 가세하면 SK의 불펜은 시름을 덜 수 있다.

KIA는 지난해 신인으로 필승조의 한 축을 맡은 박지훈의 부진이 아쉽다.

컨디션 난조로 개막 후 곧바로 2군에 내려간 박지훈은 복귀 기약 없이 훈련에 매진 중이다.

이순철 KIA 수석코치는 "너무 많은 생각을 한다"며 박지훈이 부담을 떨치고 지난해 구위를 되찾기를 바랐다.

그나마 제 몫을 하던 박지훈이 빠지자 KIA는 불펜의 인해전술로 맞서고 있으나 그다지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작년 22홀드를 올리고 불펜으로 성공 전환한 두산의 오른팔 홍상삼도 오른쪽 발목 수술 후 제 실력을 찾지 못했다.

한편 셋업맨이 허약한 마무리를 대신해 팀의 뒷문을 잠그는 사례가 늘자 불펜에 공백이 생기는 상황도 생겼다.

안승민 대신 송창식에게 뒷문을 맡긴 한화는 그의 빈자리를 채울 후보감을 찾지 못했다.

롯데도 가장 믿음직한 셋업맨 김성배를 마무리로 돌리면서 생긴 공백을 메울 비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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