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학 감독 “한국 농구 위기감에 이 악물어”

입력 2013.08.12 (21:15)

수정 2013.08.12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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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16년 만에 월드컵농구대회(세계농구선수권) 출전권을 안긴 유재학 감독이 위기에 빠진 한국 농구 생각에 이를 악물었다고 털어놨다.

아시아농구선수권이 끝나고 12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유 감독은 한국 농구가 위기에 처했다는 생각 때문에 월드컵 출전권을 "무조건 따내야 했다"고 밝혔다.

유 감독이 이끄는 농구 대표팀은 11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막을 내린 제27회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에서 3위를 차지했다.

그 덕분에 한국은 우승, 준우승팀인 이란, 필리핀에 이어 상위 3개국에 주어지는 월드컵 출전권을 획득, 내년 8월 스페인에서 열리는 월드컵에 당당히 출전할 수 있게 됐다.

한국이 마지막으로 월드컵 무대를 밟은 것은 1998년 이후 16년 만에 처음이다.

유재학 감독은 "농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많은 농구인이 기대하던 세계선수권에 나가게 돼 굉장히 기쁘다"며 "어려운 상황을 잘 견뎌준 선수들한테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한국은 지난달 이 대회를 위한 실전 경험을 쌓고자 나간 윌리엄 존스컵에서 고전하고서 2주 동안 단점 극복을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신체 조건이 좋은 귀화 선수를 보유한 아시아국을 당해내기 위해 대표팀은 2주간 연습 용병을 불러 귀화 선수 대비책을 찾아냈다.

여기에 앞선에서부터 강한 압박으로 상대의 실책을 유도하는 적극적인 수비 전략과 붙박이 주전 없이 선수를 두루 돌려 쓰는 용병술을 더해 쾌거를 이뤄냈다.

유 감독은 "센터진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어느 감독이나 생각할 만한 용병술을 했을 뿐"이라며 "선수들이 잘 따라줬다"고 몸을 낮췄다.

수비에 대해서는 약간의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이긴 경기에서 압박 수비가 전부 통했는데 필리핀과의 4강전에서 마지막 집중력이 흐트러져 경기를 놓친 게 아쉽다"면서도 "두 달 동안 준비한 압박 수비로 세계선수권 출전권을 획득해서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귀화 선수가 들어오면서 단숨에 실력이 향상한 다른 아시아국가들에 대비해 유 감독은 "존스컵에서 경험한 게 도움됐다"며 "존스컵 후 2주 동안 연습한 보람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귀화 선수 보유국을 부러워하면서 "프로농구연맹이나 대한농구협회와 외국 선수 문제에 대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면서도 "아직 결정 난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민구(경희대) 등 어린 선수들에게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경쟁력 있는 게 앞선에서의 압박 수비라고 생각했는데 예상 외로 젊은 선수들이 공격에서 과감하게 풀어준 게 가드진 운용에 도움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김민구에 대해서는 "어린 선수가 어떻게 저런 과감한 플레이를 할 수 있을까 감탄했다"며 "앞으로 더 큰 선수가 되려면 몸싸움과 수비에 대한 훈련을 더 해야 할 것"이라고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내밀었다.

마지막 한 장의 출전권이 걸린 3-4위결정전을 앞두고서는 "서 있을 때 다리에 힘이 없을 정도로 압박이 컸다"고도 고백했다.

그러나 그는 한국 농구에 대한 위기감 때문에 이를 넘겼노라고 덧붙였다.

유 감독은 "나 뿐 아니라 선수들도 무조건 출전권을 따내려 했을 것"이라며 "세계선수권도 중요했지만 농구가 위기에 처했다는 인식이 깔려 있어서 선수들의 의지가 더욱 강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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